농협 축산경제기획실 박기훈

 
2003년 12월 이후 수입이 중단되었던 미국산 쇠고기가 광우병 등 안전성에 대한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2년 10개월 만에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들어왔다.
한편에선 지난달 29일 TV에서 미국산 쇠고기 생산현장과 광우병 위험을 자세히 다룬 프로그램이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이 방송의 담당 PD는 “나는 지옥을 보고 왔다”라는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의 위험을 경고했다. 방송을 본 사람들 대부분은 “충격적이다”는 반응과 미국산 쇠고기의 안정성에 대한 의구심을 떨쳐 버리지 못하는 표정이다. 미국산 쇠고기를 앞으로 먹지 않겠다는 의견과 심지어는 채식주의자가 되겠다는 의견도 더러 있다. 이 방송의 영향으로 앞으로 미국산 쇠고기가 국내시장에서 설 자리를 잡지 못하게 된다면 참으로 다행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쇠고기 소비 전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으로 이어져 국내산 쇠고기 소비기반 마저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 또한 지울 수 없다.
우리들이 한우고기를 먹으려 하나 비싼 가격 때문에 망설여지고 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판매하는 경우에는 혹시 수입육을 속여서 판매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꺼림칙한 마음이 들게 마련이다.
다행이도, 축산업계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의 오랜 바람이었던 ‘음식점식육원산지표시제’가 내년 1월부터 시행된다.
영업장 면적이 300㎡ 이상인 중대형 음식점 중 갈비나 등심 등 구이용 쇠고기를 조리 · 판매하는 식당에 대하여 우선적으로 식육의 원산지와 종류를 표시하도록 하고 향후 점진적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그 적용범위가 중대형 음식점(552개)에 한정되어 있어 미국산 쇠고기의 한우 둔갑 등 부정유통을 근본적으로 예방할 대책이 절실하다.
하루빨리 ‘음식점식육원산지표시제’가 확대 시 행되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가정에서 소비되는 쇠고기부터 학교급식에 사용되는 쇠고기까지 ‘쇠고기이력추적시스템’의 조기 정착을 통해 쇠고기 유통전반에 대한 안전과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 시급하다.
소비자가 쇠고기 원산지를 믿고 선택하여 소비할 수 없다면 결국 국내 한우산업마저 위협받게 될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망우보뢰’(亡牛補牢)라는 말이 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어리석음을 풍자한 말이다. 하지만 이제는 소는 잃었어도 외양간은 고쳐야 한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개방은 돌이킬 수 없지만 국민건강과 직결되는 먹거리의 안전과 투명한 유통을 뒷받침 할 수 있는 강력한 정부의 의지와 대책을 기대한다.
이제라도 외양간 울타리를 튼튼히 해야만 내 소를 지키고 남의 소가 내 울타리 안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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