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진흥회 박 순 상무

‘수급 안정 지속’ 예상되지만 생산량 관리 필요

‘감축’의 고통 겪지 않으려면
예측량 이상 생산 않게 주시
낙농가들도 적극적 협조해야

유제품 소비 늘어날 테지만
국내산 원유 비중 감소 추세
가격 결정구조 개편 바람직

‘용도별 차등가격제’ 실패는
불투명한 미래 걱정하면서
참여 않고 책임 공방한 탓

유제품 시장 정체된 이유는
소비자 인식 개선 노력 부족
개별보다 전체 이익 우선을

 

2019년 원유생산량은 전년(204만 1000톤)에 비해 약 2천톤 증가한 204만3000톤 수준이 예상되어 2015년 이후 4년 연속 원유 수급안정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시점에서 예측한 올해 원유생산량은 올해보다 약 0.4% 늘어난 약 205만 2000톤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해에도 원유의 수급안정기조가 지속될 것이라는 견해가 대체로 우세하다. 하지만 주목해야 할 점은 올해에는 원유생산량 기조가 변화할 수 있다는 부분이다. 단순히 올해의 원유생산량 예측치만 보고 크게 우려할만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원유생산량 곡선은 지난해 말부터 상 방향으로 고개를 치켜든 모습으로 전환됐다.

 

# 낙농시장 4년간 맑음, 내년엔 흐림
자칫 그동안 지속되어 온 원유 수급안정기조가 흔들릴 가능성이 높아 졌다.
따라서 올해에는 원유생산량이 예측량 이상의 원유가 생산되지 않도록 매 시기별로 원유생산량을 주시하고 관리할 필요가 있다. 또한 낙농가 역시 집유주체의 원유생산량 관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그러하지 않을 경우에는 다시 ‘생산량 감축’ 이라는 고통스런 상황을 마주해야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유가공시장 먹구름
유제품 소비량은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다. 작년의 유제품 총 소비량은 원유 환산량 기준으로 약 430만4000톤이 예상된다.
올해의 유제품 총 소비량은 올해보다 1.8% 증가한 438만 2000톤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유제품 총 소비량은 늘어나는데 국내산 원유사용량 비중은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표면적으로는 수입유제품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서구화된 식생활 패턴(피자와 같은 냉동식품과 간편 조리식품의 선호현상)이 늘어남에 따라 치즈나 분유 등의 사용량이 증가하여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에 반해 백색시유나 등 음용용 유제품 소비량은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국산 원유가격과 수출국 원유가격이 2~3배나 차이 나기 때문에 국내산 유제품은 가격경쟁력이 없다.
그래서 낮은 가격의  수입유제품이 냉동식품이나 간편 조리식의 원료로 사용되는 것이 유제품 총 소비량 증가 요인이다. 따라서 이 같은 국산 원유의 가격결정구조를 개편하지 않는다면 국내산 원유의 사용량은 계속 줄어들 수밖에 없다. 잘 알다시피 낙농진흥회 이사회 소위원회는 이러한 이유로 지난 1년간(2018.9~2019.8) ‘용도별가격차등제’의 도입방안을 논의했지만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한 채 종료됐다.

 

# 원유가격제도 개선, 왜 필요한가?
유업체가 국산치즈나 분유를 만들 때 사용하는 원료유의 가격을 가령 수출국과 비슷한 가격수준에서 부담할 수 있다면 국산 치즈나 분유의 생산량이 현재보다 더 늘어날 수 있고, 더불어 국산 원유의 필요량도 이와 병행하여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낙농시장의 규모가 현재 연간 204만 톤 수준보다 더 커질 수 있게 된다.
원유가격제도를 변경하려는 근본취지는 축소 지향적 위기에 빠진 우리 낙농산업기반을 되살려 보자는데 있다. 물론 추가로 생산하는 가공용 원유의 농가지불가격은 통계청 생산비 수준(국제가격과의 차액은 재정지원)이다.
낙농가와 유업체 모두 이러한 제도도입 취지에 대해 반대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그런데도 ‘용도별차등가격제’ 도입방안 논의가 합의도출에 실패한 이유는 무엇일까? 불투명한 낙농시장의 미래를 걱정하면서도 구성원 스스로 미래 대책마련에 소극적이고 인색한 태도가 그 이유는 아닐까? 마치 ‘내 집에 불이 옮겨 붙을 긴박한 상황임에도 직접 진화작업에 나서지는 않고 원인 찾기와 보상요구, 책임공방으로 갑론을박 하는 모습’과 너무 흡사해 보여 안타까운 심정이다.
낙농제도개선은 구성원 스스로가 스스로를 위해 할 일이지 제3자가 해결해 줄 일이 아니다.
자신의 미래를 위한 ‘합리적 의사결정’을 낙농산업에서는 그토록 기대하기 어려운 일일까?  

 

# 범 산업계 협력체계 구축으로 소비확대 불씨 지펴야
최근 국산 유제품시장은 좀처럼 불씨가 지펴지지 않고 있다. 유업체 마다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신제품의 생존수명은 채 1년을 견디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쉽게 싫증내는 작금의 소비 트렌드 영향도 크겠지만 그동안 우리가 국산 유제품에 대한 소비자 인식을 개선시키려는 노력이 크게 부족했다는 지적도 있다. 다시 말해 한우나 한돈, 그리고 다른 농축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산 유제품의 차별성을 일깨우는 노력이 미흡했던 것은 아닌가 하는 자성의 목소리다.
개별 유업체가 자신의 제품 홍보에는 적극적이지만 국산 유제품의 차별성을 알리는 데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업계 밖에서 우리 낙농산업을 바라보면 늘 밥그릇 싸움만 하는 모습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도 문제다. 우리 낙농과 유가공 산업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확산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가격이 저렴한 수입유제품보다 국산 유제품이 ‘무엇이 더 좋은지’ 과연 우리 소비자들이 인식하고 있는지도 의문이다. 우리 소비자들은 국산 유제품의 가격이 조금 더 비싸더라도 품질이, 안전성이, 월등하다면 충분히 값을 더 지불할 의사가 있는 수준까지 이미 도달해 있다. 이런 관점에서 우리 낙농업계와 유가공업계가 반성할 점은 없을까? 지금부터라도 낙농과 유가공, 범 낙농산업계가 힘을 모아 체계적이고 지속적인 국산 유제품 차별화 노력을 전개해야 한다.
똑똑하고 까다로운 우리 소비자를 설득하고 이해시키려면 젖소사육, 원유생산, 집유, 유제품 생산, 포장, 유통, 보관, 판매방식 등 제반 과정과 단계, 전반에 걸쳐 우리 소비자가 납득할만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국산유제품 차별화 노력이 성공하려면 우리 산업의 구성원이 먼저 변화를 위해 몸을 던져야 한다. 내가 변하지 않고 남을 변하게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2020년이 국산 유제품 차별화 원년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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