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오후 두시, 경기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 소재 한 식자재마트의 매장은 오픈기념행사로 북적거렸다.
마트 오픈기념행사의 일환으로 갖가지 식재료와 생활용품들을 헐값에 판매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파 한단에 500원, 생삼겹살 3근에 9900원, 딸기 한팩 3980원 등의 미끼상품은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고, 계산대는 카트에 담은 물건을 계산하기 위한 사람들이 길게 줄지어서는 등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곳은 계란판매 부스였다. 소비자들은 1인당 2판 한정으로 판당 1850원에 판매하는 계란을 쉴 새 없이 집어갔고, 직원들은 계란이 동나지 않도록 분주히 움직였다.
같은 시각, 해당 식자재마트 앞 인도에서는 계란유통인들의 항의집회가 벌어졌다.
이들은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 한손에는 피켓을 들고 “생산·유통 다 죽이는 악덕점주는 각성하라”는 구호를 외치며 핏대를 세웠다. 
왜 이들은 생업을 제쳐둔 채 이곳에 모이게 됐을까.
여기엔 불편한 진실이 있다.
소비자들이 계란을 헐값에 살 수 있는 데에는 계란유통인들의 남모르는 눈물이 있다는 것이다.
현재 계란 한판 생산비는 3000원으로 여기에 포장비, 인건비, 유통비 등 제비용까지 더하면 마트에서 최소 4500원 이상은 받아야하지만, 계란유통인들이 마트와 납품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선 오픈기념 할인행사에 쓰일 계란을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납품해야 한다는 것.
때문에 계란 한 판을 1850원에 판매하는데 발생하는 손해는 고스란히 계란유통인들이 떠안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이같은 원가이하 계란납품의 영향은 해당 유통상인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인근지역 마트에서도 ‘우리도 계란을 할인해 달라’고 요구하면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계란을 납품할 수밖에 없으며, 계란 생산농가까지도 악영향이 미치게 된다.
“우리 계란유통인들은 당신의 주변 어떤 이의 가족이나 친지일 수 있다”는 한 유통인의 말에는 울림이 있다.
새해에는 갑질을 자행하는 유통업계의 불공정 관행이 근절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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