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영 농림부 농산물유통국장

 
식품 안전은 화재와 같아서 사고가 발생하기 이전에는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지만 한번 발생하게 되면 돌이키기 어렵다. 일단 문제가 발생하면 수많은 사회, 경제적 문제를 야기하게 되고 수습이 되더라도 그 후유증이 크고 오래간다.
지난해 국무조정실에서 실시한 식품안전대책 관련 ‘행정서비스 모니터’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소비자들은 식품구입시 ‘가격’(6.6%)이나 ‘맛’(12%)보다는 ‘유통기한’(36%)이나 ‘위생’(34%) 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식품안전에 관심이 큰 것이다. 일반농산물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전성이 강화된 친환경농산물 시장규모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도 같은 이유일 것이다.
이처럼 먹거리를 둘러싼 각종 환경과 여건이 변함에 따라 정부도 과거의 단순 증산위주의 정책과 조직체계에서 벗어나 소비자 지향의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 위주로 정책 기조를 바꿨다. 이미 관련조직을 신설하는 등 소비자 요구에 부응하기 위한 다양한 시책을 추진 중이다.
1996년부터 농산물 생산단계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안전성조사제도’를 도입, 부적절한 농약사용 등으로 오염소지가 있는 부적합농산물이 시중에 유통되는 것을 차단하고 있다. 검사결과 부적합품은 폐기·출하연기·용도전환 등의 조치가 내려지며, 이를 따르지 않는 생산자는 형사처벌된다.
또 품질인증(1992년 도입), 친환경인증(2001년) 등을 통해 고품질·안전농산물을 공급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특히 소비자 신뢰를 확보하기 위해 각계 전문가, 소비자단체 등이 참가하는 ‘농식품안전자문단’을 운영, 농식품안전대책 수립과 운영에 소비자의 참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고 있다.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안전 농산물 구별법’, ‘농약 등 위해물질 경감방법’ 등 위생관리법도 집중 홍보하고 있다.
이러한 안전성 확보 노력에 힘입어 우리 농산물의 안전성도 상당한 수준에 올라와 있다.
예컨대 생산단계 농산물 안전성조사에서 농약허용기준을 초과하는 부적합률은 몇 년 전 1.4∼1.5%에서 지난해 1.14%(지난해 기준)로 낮아졌다. 선진국의 부적합률이 대략 1%대(미국의 경우 0.8%)인 점을 감안하면 우리나라도 거의 선진국 수준에 도달한 것이다.
참여정부 들어 선진국 수준으로 부적합률을 1%대로 낮추기 위해 다양하고 지속적인 노력을 해왔다.
가령 전 세계적으로 가장 선진적인 농산물안전성관리 시스템으로 각광받고 있는 우수농산물관리제도(GAP) 및 농산물이력추적관리제도(Traceability)를 올해부터 본격 시행중이다. 이 제도는 미국과 유럽 각 국에서 이미 시행 중이며, 우리나라는 2004년부터 3년간 시범사업을 거쳐 올해부터 본격 추진되고 있다.
GAP제도는 농산물 생산∼수확 후 관리단계까지 농약, 중금속, 미생물 등 각종 위해요소를 종합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로, 이 제도가 정착되면 우리나라도 부적합률 1%대 이하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생산∼소비까지 완벽한 이력추적관리제도를 갖춤으로써 안전성 문제가 생겼을 때 신속한 원인규명과 회수 조치가 가능해졌다.
농산물 품질의 필수 요건은 안전성이며,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는 품질 경쟁력은 의미가 없다는 점은 누구보다 생산자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생산자들에게 농약사용기준 준수가 단순한 ‘의무’가 아니라 ‘습관’이 될 때 비로소 밀려드는 외국산 농산물을 제치고 소비자에게 선택받는 고품질·안전 농산물을 생산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경영환경 속에서 적절한 보상도 없이 생산자에게 일방적인 의무와 희생만을 강요하는 것은 무리다. 소비자들 역시 각고의 노력으로 생산된 고품질·안전농산물을 전적으로 믿고 소비할 때 안전농산물 생산의 기반이 탄탄해져 ‘부적합률 1% 이하 달성’이라는 목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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