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이 되면 회사를 포함한 모든 조직은 어수선하다. 승진 인사가 있고, 정년 퇴직자들이 있고, 자리 이동이 있다. 최상위 계층인 CEO나 기업의 2‧3세는 물론이고 새로 맡은 자리로 이동해 가는 리더들에게 자신들의 역할에 대한 ‘각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기다.
하지만 많은 리더들은 각성보다는 자리에 올라 누리게 되는 ‘혜택’에 주로 관심이 있어 보인다. 대부분의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승진과 급여 인상만큼 보람된 것은 없다고 한다.
조직의 상층으로 올라가는 것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게 다 일까?
눈물과 땀으로 일군 부모의 업적을, 아무런 노력 없이 이어가면서 회사가 ‘내 것’이라고 여기는 2‧3세나, 조직의 밑바닥에서부터 올라온 자수성가형의 CEO나 운 좋게 선출직이어서 톱에 오른 장(長)이나, 그들 모두 자신의 역할에 따라 조직 내 모든 사람들의 인생과 그 가족의 운명이 좌우된다는 사실을 얼마나 각성하고 있을까?

 

조직원 인생 책임을


생각이 여기에 미치면 이는 바로 경영 철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철학이 없으면 회사나 조직의 미래도 없고, 미래가 없으면 그 속에 개미처럼 퍼져 있는 조직원 모두 갈 길을 잃는다.
저널리스트이자 사회운동가인 바버라 에런라이크는 2000년 전후 워킹 푸어 계층의 현실을 체험하기 위해 웨이트리스‧청소부‧판매원 등의 직업을 직접 경험하면서 「노동의 배신:(원제) Nikel and Dimed」을 썼다.        
‘Nikel and Dimed’이란 ‘야금야금 빼앗기다’ 또는 ‘근근이 살아가다’는 뜻으로, 아파도 쉴 수 없고 감정은 물론 존엄성까지 무시당하며 모텔과 트레일러를 전전하는 저임금 노동자들의 열악한 삶을 의미한다.
그는 월마트에서 경험한 일을 한 마디로 ‘시간 절도’로 표현한다. 처음 오리엔테이션 장면에서 인사담당자가 월마트 기업 철학을 설명하는데, 그때 그의 입에서 나온 말이다. 회사에서 일하는 시간에 일 외에는 다른 짓을 하면 안된다는 뜻이다. 회사의 시간을 훔치지 말라는 말이다.
그러면서 그는 회사가 우리의 시간을 훔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화장실을 제때 갈 수도 없었고, 휴식 시간 앞뒤로 몇 분씩 시간을 훔치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시간 체크를 했다고 한다. 
다양한 동료들이 나와 가족과 같은 분위기를 자랑하면서 노조가 필요 없다고 설명하고, 노조로 인해 손해볼 것들을 나열했다고도 했다.
시간 절도가 이들에게만 국한된 것일까? 리더가 미래에 대한 희망을 제시하지 못하면 그 또한 시간을 절도하는 것은 아닐까? 그리고 점차 희망을 잃어가고 있으면서도 그 사실을 깨닫지 못하는 대부분의 불쌍한(?) 조직원들은, 그저 푸념뿐이다.
왜 자신이 푸념을 하는지에 대한 자각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누가 자신의 시간을 절도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기 때문이던가, 알지만 도리가 없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할까?

 

돈이 전부는 아니다


가장 큰 절도자는 오너나 CEO다. 9시에 출근해 5시에 퇴근하는 직장인의 예를 들면, 그들은 하루 8시간 이상을 회사에서 그리고 2시간가량을 출퇴근 시간에 할애한다. 24시간 중 거의 절반을 온전히 회사와 연관되어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해서 매월 급여를 받고 자녀를 보살피고 가족의 생계를 이어간다. 급여를 쪼개어 학비를 대고, 끼니를 해결하고, 집을 사고, 그리고도 여유가 있다면 노후를 위해 저축을 하거나, 만약을 대비해 각종 투자를 한다.
회사의 영향이 전적으로 한 사람의 인생을 좌우하기에, 오너나 CEO가 그 회사를 잘못 운영하면 한 사람의 평생도 비틀려버리기에, 그들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우리는 보통 ‘돈’이 동기부여의 강력한 도구라고 생각한다. 유명한 행동심리학자 벌허스 스키너가 연구한 바에 따라 성과에 따른 보상의 차등이 조직관리에 유용하다는 인식을 가진다. 하지만 많은 연구가 이 방식에는 커다란 함정과 치명적인 오류가 존재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있다.
그 효과가 오래가지 못하면 자칫 악순환의 고리로 빠져들 수도 있다는 점을 지적한다. 회사가 어려워져 높은 보상을 유지할 수 없게 되거나, 평가결과에 따라 상대적으로 남보다 못한 보상을 받는 경우가 발생하면 자칫 열정까지 잃어버린다는 것이다.
또 일 자체를 재미있게 느끼고 일에서 보람을 찾는 직원에게 연봉은 그저 이차적인 조건일 뿐이다. 게다가 일정한 수준의 연봉을 받게 되면 그 이상의 돈에 열정을 느끼지 못하는 함정에 빠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보다 중요한 것은 회사와 조직이 개인의 미래와 함께 움직인다는 점을 각인시키는 것이다. 회사가 앞으로 나아가면 나의 미래도 앞으로 나아간다는 희망과 비전을 오너나 CEO가 제시해야 비로소 개인이나 회사가 앞으로 발전해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회사를 조직을 가족과 같이 생각하라는 것은 오너나 CEO만의 생각이다. 직원이나 조직원의 입장에서는 그저 ‘희생’하라는 말로만 들린다. 그렇게 하려면 시간을 보람 있게 쓰도록 해줘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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