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정희<농협조사연구소 금융연구실장>

‘돈 장사에만 치중하는 농협' ‘(농협)중앙회는 경제나 교육사업보다는 신용사업에 너무 치중'. KBS 뉴스의 최근 보도내용이다. 쌀 협상 마감시한이 다가오고 농업에 대한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요즘 비슷한 주장이나 언론보도가 부쩍 늘고 있다.
중앙회 금융업무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주장이고 농업인조합원.도시 농산물 소비자·금융거래자·정부기관 등 중앙회를 둘러싼 이해관계자들이 많다는 현실을 감안할 때 설명이 필요하다고 본다. 결론적으로 말해 중앙회는 돈 장사를 잘해야 하고 그것이 중앙회의 교육사업이나 농산물 판매와 같은 경제사업의 든든한 반석이 된다.
농협중앙회는 국민은행, 외환은행, 중소기업은행과 함께 개발자금 공급을 목적으로 1961년 설립된 은행법 제5조(농업협동조합중앙회 등에 대한 특례)에 정한 ‘금융기관'이다. 따라서 중앙회 신용사업은 농협법과 은행법에 규정된 ‘본업'이지 일부에서 주장하는 부수업무가 아니다. 그동안 은행법이 여러 차례 개정됐지만 제5조 내용은 바뀌지 않았다.
금융기관의 가장 큰 잘못은 돈 장사를 잘 못해 국민경제에 피해를 주는 경우다. 우리는 외환위기 과정에서 부실 금융기관에 무려 165조원의 세금을 쏟아 부으면서 이를 비싸게 경험했다. 중앙회는 공적자금을 받지 않고 어려운 회원조합들을 도와주고 위기를 극복해 냈다. 앞으로도 중앙회는 돈 장사를 잘해 국민경제에 부담 주지 않으면서 농촌의 회원조합들을 지원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농협은 농업인들이 출자한 회원농협과 회원농협이 출자한 중앙회로 된 자주조직이다. 그러나 일부 사람들은 농협을 정부투자기관으로 오해하고 세금 쓰는 식으로 농협에 역할을 주문한다. 정부는 농협 서비스의 구매자이지 출자자가 아니다. 외국자본이 국내 주요 은행들을 지배하는 현재 상황에서 농협은 유일하게 남은 민족자본 민간 금융기관이다. 농협의 돈 장사가 위축되면 민족자본의 자존심도 함께 위축되고, 그 이익은 농업인이 아닌 외국자본에 고스란히 돌아간다.
중앙회는 경제와 지도 사업도 함께하는 겸업 금융기관이다. 그런데 이들 사업은 적자여서 수익모델이 못 된다. 영농 규모의 영세성, 외국 농산물과의 경쟁 등으로 경제사업은 수지를 맞추기 어렵고 지도사업은 회원농협이나 농업인들에게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를 청구할 수 없어 적자다. 일본 농협의 경우도 경제사업 적자를 해소하는 문제가 요즘 가장 큰 이슈다. 중앙회는 신용사업에서 번 이익으로 경제사업과 지도사업의 적자를 매년 보전하고 있다. 그런데도 일부에서는 중앙회의 신용사업 분리가 농협 개혁의 잣대라고 주장한다. 사업분리가 개혁의 기준이라는 주장도 문제지만 경제와 지도 사업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정확한 판단이 보이지 않는다. 사업 분리는 경제적 의사 결정이고 그 판단은 경제적 효과에 근거해야 한다. IBM도 1990년대 초 경영위기 당시 사업 분리를 막아 회생에 성공했고 마이크로소프트도 법적 투쟁을 통해 지금까지도 사업 분리를 절대 반대하고 있다.
중앙회 금융업무에 대한 이런 오해를 어떻게 풀까. 신뢰를 높이는 것이 유일한 해결책이다. 농업인과 소비자·지역조합· 정부기관이 중앙회를 믿을 수 있도록 농협중앙회 조직의 구조와 문화·프로세스·시스템을 모두 새롭게 바꿔 신뢰의 공감대를 넓혀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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