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곤 농경연 부연구위원

FTA(자유무역협정) 체결이 우리 사회의 뜨거운 이슈로 대두, 극심한 대립과 갈등 양상을 빚었다. 지난해부터 추진됐던 한·칠레 FTA 비준동의안 처리가 국회에서 무산된 가운데 농업계와 비농업계간에는 물론 국회의원과 심지어 농민단체들간에도 찬성과 반대, 조건부 찬성 등으로 입장이 갈라지고 상충돼 국민들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우리 사회에서는 '뜨거운 감자' 격인 FTA 체결은 현재 세계 각 국가간에 어떻게 진척됐고 추진되고 있는 지 김태곤부연구위원(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정연구센터)이 최근 발표한 '세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동향'을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

현재 진행되고 있는 도하개발어젠다(DDA) 농업협상에서는 2003년 3월말까지 농업모델리티를 확립하고, 전체 협상은 2004년 12월말까지 타결하는 일정이다. 그러나 2003년 9월 멕시코 칸쿤에서 열린 제5차 WTO 각료회의에서도 농업모델리티 획립에 실패하는 등 협상일정이 대폭 지체되고 있다. 이에 따라 미국, EU 등을 비롯한 주요 국가들은 WTO와 FTA를 병행하거나 FTA 체결로 선회하는 등 개방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FTA 체결 추이

최근, WTO와 같은 다자간 시장개방과는 별도로 협정상대국만을 대상으로 배타적으로 관세철폐 등을 실시하여 시장개방을 급속히 단행하는 FTA 체결이 가속화되고 있다. FTA 체결수는 1990년까지 30개 협정에 불과하였다. 그러나 WTO가 출범한 이후 급격히 증가하여 2002년 172개 협정, 2003년 5월 현재 184개 협정에 달하고 있다.

■주요 FTA 체결동향

○유럽연합=최근의 주요 FTA 동향을 살펴보자. EU는 2004년 5월에 현재의 15개 가맹국에서 동유럽 10개국이 신규로 가입함에 따라 자유무역지역이 25개국으로 확대하게 된다. 또, EU는 아프리카, 카리브해연안국가, ASEAN, 남미공동시장(MERCOSUR) 등과의 FTA 체결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계획하고 있다.(그림)
○남북미대륙=미국은 현재의 NAFTA를 중심으로 하여, 2005년 남북미 34개국이 참가하는 미주자유무역지대(FTAA)를 계획하고 있다. 이와는 별도로 2003년에는 싱가포르, 칠레, 중남미 4개국(과테말라, 엘살바도르, 니카라과, 온두라스) 등과 FTA를 체결하는 등 FTA 체결로 급선회하고 있다.
또, 남미대륙에서는 남미단일시장을 겨냥하여, 브라질,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우루과이 등 4개국의 관세동맹인 남미공동시장(MERCOSUR)과 페루, 볼리비아, 콜롬비아, 에쿠아도르, 베네즈웰라 등 5개국으로 구성되는 안데스공동체는 2003년 12월 FTA를 체결하였다. 발효후 15년간에 농산품과 공산품의 관세를 철폐한다. 따라서 이미 MERCOSUR와 FTA를 체결한 칠레를 포함하면 남미대륙을 거의 망라하는 10개국, 3억 5000만명의 FTA가 새롭게 탄생하게 된다.
이로써 남북미 시장통합을 지향하는 FTAA의 실현을 주도하고 있는 미국과 브라질의 주도권 싸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며, 남미대륙의 협상력이 높아질 것이다. EU와 MERCOSUR와의 FTA 협상에서도 남미제국의 발언력이 높아질 것이다.
○동남아국가연합(ASEAN)=동남아국가연합(ASEAN)은 2010년까지 역내 단일시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특히 ASEAN에 대해서는 중국, 일본이 경쟁적으로 접근하는 동시에 인도, EU 등도 FTA를 제안하고 있다.
인도네시아와 파키스탄이 2003년 12월 FTA 체결을 합의하였다. 양국은 2005년 6월까지 특혜관세제도를 창설하고, 2010년까지 FTA 체결을 합의하였다. 파키스탄과 대립관계에 있는 인도도 태국 등과 FTA 체결을 위해 움직이고 있다. 양국은 2003년 10월에 2010년까지 FTA 체결을 합의하였다. 이것은 중국의 남하정책에 대한 인도의 동방정책의 일환이다. 향후 남아시아와 ASEAN과의 경제협력이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남아시아지역의 인도,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스리랑카, 네팔, 부탄, 몰디브 등 남아시아지역협력연합(SAARC)은 2004년 1월 남아시아자유무역지대(SAFTA) 체결을 합의하였다. 우선 2006년 1월부터 역내 관세인하를 시작하여 2010년 세계인구의 5분의 1에 상당하는 13억인의 자유무역지대를 완성한다는 것이다.

■FTA 확대와 대응과제

이상과 같이 FTA로의 선회가 급속하게 진행되는 가운데 우리나라는 유일하게 2003년 2월 서명한 것이 한·칠레 FTA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국회비준이 지체되어 왔다. 단지 한·일간 FTA 협상은 2003년 12월 시작, 2005년에 체결을 목표로 현재 교섭 중에 있다. 또 한국과 싱가포르간의 FTA 협상이 금년 1월말에 개시한 정도이다. 따라서 FTA 협상이 신속하게 이루어 질 수 있는 기반조성이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FTA 체결을 위해서는 원칙적으로 FTA라는 급격한 시장개방에 대하여 이에 의하여 이익을 받는 그룹에서 손실을 받는 그룹으로의 보상이 이루어지는 체제가 정비되어야 한다. 산업별, 품목별 손실과 이익에 대한 충분한 검증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보상을 비롯하여 농정 전체를 FTA에 대응하는 체제로 개편하여야 한다.
또, FTA는 모든 품목에 대하여 실질적으로 관세나 제한적인 통상규칙을 철폐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GATT 24조). 관세 등의 철폐는 원칙적으로 10년 이내에 행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나 실제로 체결사례를 보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이나 일본·싱가포르 FTA에서는 제외 품목이 있고, EU·멕시코 FTA에서는 재협상품목도 설정해두고 있다.
따라서 FTA는 체결 상대국에 따라 민감품목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예외적인 적용과 10년간의 특례기간 규정을 잘 활용하여야 할 것이다. 그리고, 이 기간 중에 농업의 구조개혁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생산자의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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