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경제신문 사장

참여정부의 국정 수행과 정책 추진이 이름에 걸맞지 않게 불안하게 비춰져서일까. 국민들의 기대와 반응이 자꾸만 실망스러워지고 차가워지는 것 같아 실로 걱정스럽다.
최근 국정 상황과 경제상황에 대해 청와대의 일부 젊은 브레인들은 만족으로 인식하고 평가하고 있는지 모르나 국민들의 인식과 평가는 우려가 밑바탕을 이루고 있다.
외국기업의 CEO들은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의 참여정부 150일간 국정수행에 대해 F학점, 즉 낙제점으로 평가했고 한국의 경제상황과 전망에 대해서는 노조와 집단 이기주의 때문에 발목이 잡혀 발전이 안되게 되어 있다고 답했다.
작금의 우리 경제상황은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는 진단이 지배적이다. 기업에서 재래시장, 심지어 뒷골목의 구멍가게에 이르기까지 온통 "이대로 가다가는 도산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는 한숨과 비명뿐이다.

농업·농촌·농업인 현실 절박

개방농정과 이에 따른 국내 시장개방 확대로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는 농업인들의 현실은 긴 말이 필요 없다. 한마디로 절박하다.
이런 시점에 참여정부 초대 농림부장관이 취임 5개월여 만에 전격 사퇴했다. 김영진 전 장관은 국민의 추천을 받아 임명하겠다는 인사권자의 방침에 따라 추천위원회까지 구성된 마당에서 임명된 정치인 장관이었다.
김 전 장관의 전격적인 중도하차는 그를 오래도록 지켜본 주위 사람들을 실망시킨 것 같다. 농민운동을 펼치다 정계에 입문 국회의원에 당선했고 국회 농해수위원장을 역임하면서 농민의 편에 서서 외국에 나가 삭발 시위를 하기도 했다.
새만금사업 집행정지를 내린 법원의 판결에 오류가 있다면서 "누군가 이런 오류에 '아니오'라고 말해야 한다는 일념에서 사퇴를 결심했다"고 밝히고 물러났다. 이 같은 사퇴의 변에 대한 시각과 반응은 분분했지만 신중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든다.
취임하자마자 대통령에게 농림부 업무를 보고한 신임 허상만 농림부장관은 작금의 어려운 농업·농촌·농업인의 절박한 현실을 타개하면서 산적한 농정현안을 풀어나갈 수 있는 충분한 자질이 있다는 검증과 판단에 따라 임명됐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신임 장관이 나름의 각오를 단단히 밝혔지만 우리 농정이 대내외적으로 당면하고 있는 현실은 결코 만만치 않다. 전임 장관은 "거대한 빙산이 연쇄적으로 다가서는 느낌이 들어 잠을 이룰 수 없을 정도"라고 토로한 바 있다.

농업 지키는 ‘농정 사령탑’절실

농림부장관직은 시기적으로 '욕먹을 수밖에 없는 자리'라는 소리가 회자하고 있을 만큼 지금 농정은 중대한 고비에 직면해 있다. DDA 농업협상, FTA 국회비준, 새만금사업, 농가부채, 농협개혁, 쌀문제 등 난제들이 대내외적으로 산적해 있다. 그래서 자칫 농민들로부터 원성을 사기 십상인 형국이다. 바꾸어 말하면 역대 어느 장관보다 책임과 사명이 막중한 자리다.
취임에 앞서 "마지막 봉사의 기회로 알고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피력했지만 노파심에서 이 땅의 농업, 농촌, 농업인을 위해 순교자와 같은 결연한 자세로 농정을 추진하고 농림공직자를 이끌어주길 바란다.
농업과 농촌, 농업인, 그리고 농정이 중차대한 시점에 들어서 있는 만큼 당초의 기대를 저버리고 결국 실망감을 안겨준 정치인 장관들의 전철을 밟지 말아 줄 것도 덧붙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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