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청주시 「한솔목장」

노트북으로 정리 10년 넘어
처음엔 땀 뻘뻘 이젠 5분에
유대전표 보면 경영 한눈에
자금 흐름 파악 낭비 최소화

장비…소모품 내역에서부터
가축축사 현황 경영 효율화
질병 방역은 물론 개량까지
농장 성적 오르며 수익 두둑

한솔목장의 초기 우사 모습. 한솔목장 이동원 대표의 아내 이정화 씨가 아들과 함께 소에게 먹이를 주고있다.

 

이동원 한솔목장 대표의 하루일과 마무리는 항상 기록 정리다. 거실 한가운데 자리 잡고 있는 노트북에 앉아 목장의 살림살이를 기록 정리한 세월이 벌써 10년. 처음에는 기록을 하는 것도 그리고 그 기록을 들여다보는 것도 일이었지만 지금은 5분이면 뚝딱 하고 완성이다. 손수 적어오던 기록을 엑셀프로그램화 하고 수정, 또 수정을 거쳐 이제 ‘나만의 장부’가 최종 완성단계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 돈 한 푼이 귀해 시작한 ‘기록’
‘쉬지 않는 농사’가 무엇이 있을까 고민을 하다가 1년 365일 휴일 없이 일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낙농을 시작하게 됐다는 이동원 대표.
4297㎡(1300평) 땅에 수정단계 젖소 2마리로 낙농업을 시작한 이동원 대표는 말 그대로 돈 한 푼, 땅 한 평이 귀했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4297㎡(1300평) 땅에 축사를 짓고 조사료를 재배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했지만, 그것이 가진 것의 전부였기에 최대한 활용할 수밖에 없었다. 3306㎡(1000평)에 축사를 짓고 992㎡(300평)에 조사료포를 만들어 시작한 낙농업. 1984년 당시 담보 여건도 충분치 않아 일반대출 700만원을 받아 소 두 마리를 들였다. 초반에는 착실하게 착유를 하고 목장에 투자하기 바빠 일지 작성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열심히는 하고 있는데 내 수중에 남는 것은 없다는 사실을 깨닫자, 정신이 번뜩 들게 됐다고.
이동원 대표는 “보름마다 유대가 정산되는 낙농업의 특성상 유대전표를 보면 내 수입은 정확히 알 수가 있었다. 꼬박꼬박 유대는 들어오는데, 막상 통장의 잔액을 보면 돈은 온데간데없이 싹 빠져나가고 내게 남은 것은 푼돈 밖에 없었다. 돈은 이미 빠져나갔는데, 언제 어떻게 사용됐는지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니 답답할 노릇이었다”고 그는 회상했다.
대출이자, 수정비용, 약품대 등의 지출에 대해서는 간과하고 있었다고.
그런 그에게 기록의 필요성은 절실했고 이를 바탕으로 자금의 흐름을 파악하고 지출을 최소화하는 것이 그의 생활의 일부가 됐다.

1984년부터 현재까지 함께 손수 목장을 꾸려온 이정화, 이동원 대표 부부.
1984년부터 현재까지 함께 손수 목장을 꾸려온 이정화, 이동원 대표 부부.

 

# 기록, 활용해야 보배
처음부터 그의 기록이 빛을 발했던 것은 아니다. 하나하나 꼼꼼하게 기록을 하긴 하지만 이를 활용할 방법이 없었던 것. 처음 3~4년은 그저 모든 것을 기록하기 바빴다. 일반적으로 사료회사, 조합, 협회 등에서 배포하는 기록지에 항목을 맞춰 기록하다 보니 기록 시간이 길어지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자료를 다시 찾기도 쉽지 않았다. 쉽게 말해 손에 익지도 손이 가지도 않았다.
그저 기록 또 기록을 할뿐 이를 활용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는 기록을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이어나가면서 자신만의 기록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갔다.
이 대표는 “처음에는 기록이 중요하다는 생각에 무작정 기록을 하기 바빴는데, 활용을 하려다 보니 우리목장의 상황에 맞지 않는 항목들이 너무나 많았고, 항목이 많은 것이 오히려 혼란을 일으켜 항목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면서 내게 꼭 필요한 부분만을 추려냈다”고 말했다.
컴퓨터를 능숙하게 사용하지 못했던 그는 조합 직원, 사료회사 직원 등 자신보다 컴퓨터 활용능력이 나은 사람을 만날 때마다 도움을 받아 수정에 수정을 거듭해 결국 자신만의 ‘비밀장부’를 만들 수 있었다.

 

# 중복 투자 방지가 농가수익 끌어올려
그의 기록은 목장과 관련된 모든 수입과 지출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 자료를 토대로 중복 투자를 방지하는 한편 자금의 흐름을 파악해 투자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이 그가 남들보다 수익성을 높일 수 있는 노하우다.
가장 쉽지만 실천하기 어려운 것. 눈먼 돈(중복투자)을 최소화하면 그만큼의 수익이 오른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한솔목장은 사전에 충분한 조사로 재투자를 방지하고 장비와 소모품 구입내역과 수리 내역 등이 꼼꼼히 기재되어있기 때문에 장비 관리도 보다 철저하게 할 수 있다.
대부분의 목장에서는 장비들의 정확한 구입일과 소모품 교체 횟수, 비용 등을 기억하는 경우가 없는 반면 한솔목장에서는 검색 한번이면 한눈에 알 수가 있다. 짧게는 10년 길게는 30년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장비들이 대다수이지만 철저한 관리를 통해 기능을 최대화하고 그만큼 고정 투자비가 줄어드는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사료, 약품도 마찬가지다. 모든 것은 기록을 바탕으로 중복구매를 방지하고 구입품과 구입 예정제품을 비교해 비용을 산출, 선금으로 구입하는 것이 그의 방식이다.
이동원 대표는 “수입 및 지출 내역 확인을 통해 자금의 흐름을 파악해 계획적인 지출을 하다 보니 미래에 대한 대비가 수월하고 불필요한 지출을 줄일 수 있어 결국 생산비 절감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노력의 ‘결실’ 맺어
기록의 효과는 고스란히 성적으로 나타났고 그 결과는 실로 놀라웠다. 기록관리가 자리 잡아감에 따라 목장 성적도 더불어 쭉쭉 올라선 것. 물론 이동원 대표가 기록을 꼼꼼히 하는 만큼 착유우, 송아지, 육성우 관리 또한 철저히 했기 때문이다. 
한솔목장은 2013~2014년도에 연거푸 최대유랑 생산우 배출과 생애산유량 상위목장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또 지역 홀스타인 품평회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한편 한국종축개량협회에서 주관하는 심사에서 선형심사 최우수목장에 선정되기도 했다. 한솔목장은 목장 내에서 생산되는 수송아지도 직접 길러 출하까지 한다. 자가생산 일관사육으로 스트레스를 줄이고 사육기간은 단축해 고정투자비를 줄여 생산성을 높인다. 이 방법으로 마리당 적게는 50만원, 많게는 250만원까지의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보통 수송아지가 태어나면 육우 전문 사육농가에 송아지를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목장에서 직접 비육까지 하는 이유는 ‘목돈’ 마련 때문이다. 목장을 꾸려 나가다보면 생각지 않은 지출이 생기기도 하는데 이때 요긴하게 쓰이는 것이 육우 출하로 얻는 수익이다. 이 대표는 “자가 조사료 생산을 충분히 하고 있기 때문에 육우 송아지를 키우는 것이 부담 없는 편이라 목장 내에서 태어나는 육우송아지는 직접 비육해서 출하까지 하고 있다”면서 “특별하게 신경 쓰지 않아도 양질의 조사료와 영양을 공급하다보니 저절로 성적까지 올라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고 말했다.

 

# 나만의 ‘기록지’ 만들어야
이동원 대표의 기록사랑이 입소문을 타자 전국각지의 낙농가들이 정보를 얻기 위해 직접 한솔목장을 찾기도 하고 아름아름 소개로 기록방법을 전수해주기도 했다.
그때마다 붙이는 말이 있다. 이 대표는 “이 프로그램은 한솔목장을 위한 나의 프로그램일 뿐이니 참고하여 자신의 목장 형편에 맞는 프로그램으로 수정해 사용할 것”을 당부한다. 아무리 좋은 방법이라 한들 내게 맞지 않는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는 것이다. 자신만의 방법을 찾아야 일·월·년 수익을 확인하면서 순수익을 환산하고 과거와 현재의 생산비를 비교해볼 수 있다.
이동원 대표는 “맨손으로 시작해 지금 남부럽지 않은 목장을 일구기까지 지난 35년 세월을 회상해 보면 좋은 일 나쁜 일 셀 수 없이 수많은 일들이 벌어져 왔지만 기록관리와 함께 꾸준히 노력해온 결과 목장이 우리 부부의 삶의 터전이자 우리가족의 버팀목이 되었다”면서 “앞으로도 일손을 놓는 그날까지 기록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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