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사상태에 빠진 미국 낙농업계Ⅱ


‘소비감소’와 식물성밀크 ‘시장잠식’ 이중고
 
더욱 놀라운 것은 최근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오트밀크의 가격이다. 오트밀크란 오트(oat, 귀리)로 만든 식물성밀크다. 판매가격은 우유의 약 2.5배이지만 다른 식물성밀크보다 식이섬유가 풍부하고 자연스러운 단맛을 갖고 있어 애용자가 급격하게 증가하고 있다. 미국에서 오트밀크 매출은 2년 동안 2.8배나 대폭 늘어났다.
오트밀크의 인기를 견인하는 것은 커피숍이다. 오트밀크는 우유로 만든 카페라떼 거품처럼 부드러운 단맛이 있기 때문에 오트밀크를 취급하는 커피숍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땅콩알레르기 때문에 아몬드밀크를 못 먹는 손님에게 대용품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와 같이 식물성밀크는 건강에 관심이 높은 사람, 다양한 맛을 즐기고 싶은 사람 등에게 서서히 침투되고 있다. 낙농업계도 가만히 보고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의 낙농단체는 식물성밀크에 사용하는 'milk'라는 표기가 소비자를 혼돈스럽게 한다며 FDA(미국식품의약품안전청)에 규제를 요구했다. 'milk' 표기를 둘러싸고 낙농업계와 식물성밀크업계 간에 전면대결이 시작된 것이다.
FDA는 낙농업계의 주장이 타당한지를 조사하기 위해 약 60일 동안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했다. 2019년 1월말까지 제출된 의견은 1만 1903건이었으며, 그 중 무작위로 추출된 7061건을 대상으로 심사했다. 분석결과 조사대상의 76%가 식물성밀크에 유제품과 같은 ‘밀크’, ‘치즈’, ‘버터’ 등의 표현을 사용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고 응답했다.
즉 대다수 사람이 아몬드밀크와 우유의 차이를 충분히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영양소・성분의 차이점도 표시를 통해 오해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낙농업계가 인식하는 것처럼 식물성밀크가 소비자의 오해를 야기하는 명칭으로 우유시장을 부당하게 침범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FDA는 단순히 소비자 의견수렴 결과만으로 결론을 내리지 않고 결정을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식물성밀크에 맞서는 낙농업계의 대응
식물성밀크의 인기에 대항하기 위해 낙농업계는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건강에 관심이 높은 소비자용으로 새롭게 개발된 제품이 ‘Fairlife’다. 특수여과 방법으로 유당을 제거했으며, 일반우유보다 단백질은 더 많고 당분은 작은 제품이다. 또한 어린이에게 인기 있는 초코우유 ‘TruMoo’를 성인용으로 개발한 ‘TruMoo After Dark’라는 제품도 등장했다. ‘TruMoo After Dark’는 어른의 입맛에 맞춰 바닐라&챠이스파이스, 다크초콜렛, 소금캐러멜 등의 맛을 출시하고 있다.
소비가 감소하고 있는 음용유 중에서 가공우유는 인기가 급상승하고 있는 카테고리여서 신규고객 창출을 통해 새로운 성장을 꾀하고 있다. 대형유업체의 신제품 개발뿐 만 아니라, 빼앗긴 우유소비를 회복하려는 로컬단위 운동도 활발하다. 미국의 낙농업계는 전체 우유시장의 8%를 차지하는 학교급식용 우유소비를 확대하기 위해 고등학교에 스무디, 핫초코, 아이스라떼를 제공하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노스다코타주의 낙농가단체는 이 지역 고등학교에 에스프레소머신 구입비용으로 5000달러를 지원하기도 했다.
또한 플로리다주 낙농가단체는 21개의 고등학교에 간이커피숍을 운영할 수 있는 카트를 지원하고 남서부지역의 낙농가단체는 7곳의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카페라떼를 제공할 수 있도록 지원금을 내놓았다고 한다. 미국에서 발발한 '우유전쟁'은 이미 남의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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