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멧돼지 개체수를 90%까지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의 국내 유입과 확산 차단, 잦은 출몰로 인한 사람들의 안전과 농작물 훼손을 막기 위해 필요한 조치란 설명이다. 이는 대한한돈협회가 환경부에 요구한 야생멧돼지(이하 멧돼지) 개체수 3분의 2 감축보다 강화한 조치다. 김철훈 야생생물관리협회 부회장은 “멧돼지 개체수를 30만 마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수렵인들이 해마다 20만 마리씩 잡기 때문”라며 “멧돼지 개체수는 연간 3.3배씩 늘어나기 때문에 확실한 감축효과를 위해 3만 마리까지 줄여야 한다”고 밝혔다.
ASF가 발생하면 멧돼지 수렵시 ‘수렵견’ 사용이 금지된다. 때문에 ASF 발생 이전에 개체수를 급격히 줄여놔야 한다. 환경부에서 마련한 ‘야생멧돼지 ASF 표준행동지침(SOP)’에서는 ASF 발생시 발생지를 포함한 300㎢ 이내 지역(집중사냥지역)에서 멧돼지를 수렵 때 ‘수렵견’을 사용할 수 없도록 했다. 김철훈 부회장은 “수렵견 없는 상태에서 멧돼지 수렵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또 “겨울에 전국을 수렵장으로 풀어주면 정부는 개체수 조절 예산 소요 없이 150억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전했다.
해외 사례를 살펴보면 독일 프랑스 등은 ASF가 발생하지 않았지만, 예방 차원에서 멧돼지 개체수를 조절하고 있다. 독일은 마릿수 제한 없이 최대한 많은 멧돼지 사살을 목표로 한다. 2018년 한 해 동안 83만마리를 수렵했다. ASF 발생시 수렵인 30만명을 총동원 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했다. 프랑스는 멧돼지 50만마리(2018년)를 수렵했다. 올해 1월에는 벨기에 접경지역을 백색지대로 명명하고 군부대를 동원해 멧돼지 소탕 작전을 벌였다. 우리나라 환경부가 “멧돼지가 ASF 전파 원인으로 작용한 사례가 없다. 개체수 조절보다 다른 대책이 우선이다”라고 말하며 개체수 줄이기에 소극적인 것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멧돼지는 힘들게 지은 농사를 망쳐 재산상으로도 적지 않은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사람들에게도 위협적이다. 우리나라에 호랑이 등의 대형 포식자가 사라지고, 밀렵 단속이 강화되면서 멧돼지 개체수가 증가해 피해를 입히고 있다. 먹이가 부족한 겨울철에는 민가에까지 내려와 사람들을 습격하고 농작물을 해치는 등의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 농작물 등 피해액은 파악된 것만 연간 100억원이 넘는다. 멧돼지 출몰 우려에 야간 통행을 자제하라고 홍보하는 지역도 생겨났다.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 4년 동안 서울 지역 멧돼지 출몰 건수(2015년~2018년 9월 30일)는 총 1697건이며 출몰 장소는 △산(908건)이 가장 많고 △아파트 156건 △도로 132건 △주택 93건 △공원 58건 △종교시설 36건 △빌라 32건 △학교 30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상가 △논밭 △임야 등 다양한 곳에서 멧돼지가 출몰해 피해를 주고 있다. 반면, 멧돼지 개체수 감축을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환경부 관련기관의 지적도 흘려보내선 안 된다. 멧돼지는 영역을 침범 받는다고 느끼면 다른 영역을 찾아 이동하기 때문에 오히려 방역에 부정적일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상황까지 고려해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환경부의 최근 대응은 너무나 소극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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