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잔반 급여 전면금지 당위성
돼지 잔반 급여 전면금지 당위성
  • 한정희 기자
  • 승인 2019.07.05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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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돼지열병(ASF) 국내 유입 차단을 위해 총리실을 비롯해 범정부가 합동 대책을 추진하고 있다. 여름철 여행객 증가와 함께 축산물 밀반입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시기다. 해외 축산물 불법 반입은 과태료 상향 조정 이후 다행히 크게 줄었다. 자진신고도 늘어나는 등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고 있다. 반면 돼지 잔반 급여 금지와 야생 멧돼지 개체수 축소는 진전이 없다. 지금까지 돼지 잔반(음식물 폐기물) 급여 전면 금지와 전국 야생 멧돼지 개체수 축소의 중요성을 전문가들이 수차례 강조했지만, 이를 책임져야 할 환경부는 복지부동인 상태다. 전문가들은 잔반 급여를 전면금지 하지 않고 부분 금지할 경우 오히려 ASF 방역 허점만 키울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잔반은 주로 습식형태로 공급·운반된다. 이 과정에서 차량 및 수거통을 통해 ASF 유입·확산이 가능하다. 잔반수거와 농가공급 차량이 구분되지 않을 경우 교차오염 위험성은 더 높아진다. 올해 4월 농림축산식품부와 대한한돈협회가 공동으로 잔반 이용농가에 대해 조사했다. 그 결과 농장 내외부에 잔반이 산재(20.9%)해 있거나 수거·보관통이 야외에 노출(35.6%)되어 있고 잔반이 변질될 우려(28.8%)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177농가 중 151농가가 이에 해당되는 등 대부분 농가에서 잔반 관리가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농장 내외부 잔반이 흩어져 있거나 잔반통이 야외에 노출되어 있을 경우 파리 모기 바퀴벌레 고양이 개 등을 통해 ASF를 포함한 각종 전염병이 옮겨올 우려가 있다고 강조한다. 농식품부가 과거에 발표한 ‘음식물쓰레기를 이용한 사료의 사용현황과 안전성’(2001년 10월) 자료에서도 “병원성 미생물에 의한 가축의 질병감염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처리업체와 돼지사육을 함께 하는 경우 ASF 유입 위험성은 한층 높아질 수 있다. 단순한 재활용신고자 외에 ‘재활용 시설설치 신고자(처리업체)’ 중에서도 돼지 사육업을 함께 하는 경우가 있다. 9농가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 농가는 돼지 사육을 위해 잔반을 급여하기보다, 잔반 처리를 위해 돼지를 사육하는 경우의 비중이 더 큰 것으로 알려졌다. 자가 처리 돼지 급여 농가 중 41호(48%)는 자가 급여가 중단되면 처리업체 공급으로 전환해 잔반을 계속 급여하겠다고 밝혔다. 배합사료로 전환하겠다는 농가는 23호(27%)에 불과하다. 자가 처리 중단 후 처리업체로 등록하는 돼지농장이 많아지면 그만큼 업계 차원에서 감수해야 할 위험도 커지게 된다.
돼지농장에 공급되는 잔반의 상당량인 3분의 2가 불법 처리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돼지농장 대부분이 퇴비화 시설을 갖추고 있어 돼지에게 급여하고 남은 잔반을 퇴비화해 불법 수익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환경부 발표에 따르면 현재 돼지들이 하루에 처리하는 잔반의 양은 1219톤이다. 그러나 한돈협회 계산에 따르면 잔반을 급여 중인 257농장(자가 처리 173농장, 전문업체 처리 84농장)에서 사육 중인 11만 6500여 마리의 돼지가 하루에 처리 할 수 있는 잔반은 420톤 가량이다. 돼지에게 급여하고 남은 잔반 3분의 2(약 800톤)의 행방이 묘연하다. 환경부도 이 같은 상황에 대해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돼지 잔반 급여를 전면금지 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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