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기도의 A축협에서 1분기 조합사업 운영 공개 행사를 개최했다.
행사장에 너무 일찍 도착했던 터라 시간도 때울 겸 행사 장소인 B웨딩홀 근처를 산책했다. 웨딩홀 바로 옆엔 하천이 있어 물소리가 들리고, 하천변엔 꽃이 만연했다. 무르익은 봄내음을 만끽하기 위해서인지 오전부터 산책을 하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그러던 중 갑자기 어디선가 악취가 났다. 때마침 근처를 지나던 상춘객들은 코를 막으며 불평을 쏟아냈다. 옆에서 가만 들어보니 “이건 가축 분뇨 냄새다. 인근에 축산농장이 있나?”, “아니면 근처에 가축분뇨처리공장이 있나 보다” 등의 말을 했다. 그들의 대화는 그 중 한 일행이 “맞아 내가 축분 공장을 근처에서 본 것 같다”로 끝을 맺었다. 그리곤 그들은 연신 “짜증난다”는 말을 뱉으며 걸음을 재촉했다.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해당 지역엔 A축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축분발효공장이 한 곳 있긴 했지만 이전 그곳을 취재했던 기억을 더듬어 보면 B웨딩홀에서 꽤 먼 거리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이곳까지 냄새가 전해 질리는 없을 터였다. 
내친김에 휴대폰 녹색창을 열고 축분발효공장까지의 거리를 검색했다. 그 결과 B 웨딩홀에서 A축협의 축분발효공장까지는 직선거리로 13킬로미터(차량으로 이동시 19킬로미터, 30분 소요)였다. 거리상으로 악취의 원인이 축분발효공장은 아닌 것이 분명해 졌다.
주위엔 축산농장도 없다. 악취의 원인이 더욱 궁금해졌다. 다시 녹색창을 열고 주변을 살폈다. 그 결과 직선거리 2.6킬로미터에 레스피아(하수처리장)가 위치해 있는 것으로 검색됐다. 해당 레스피아는 가축분뇨는 처리하지 않는 곳이다.
순간 “‘편견’이 이렇게 무섭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축산업=가축분뇨=악취’라는 인식은 우리 사회에 팽배해 있다.
최근 한 축산인이 30대 초반의 아들에게 축산농장을 대물림하라고 권유를 했다가 아들로부터 “냄새나는 걸 내가 왜 하냐”면서 “싫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씁쓸해 했다. 축산인의 가족 또한 축산업에 대한 편견을 갖고 있다는 생각에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이런 색안경을 낀 시선에 축산인들은 너무 힘들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축산 현실에 대한 고려는 전혀 없이 이처럼 축산업을 혐오산업으로 보는 편견에 의해 축산인을 궁지로 모는 다수의 악법(규제 강화)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이 같은 규제강화는 젊은이들의 축산업 진입에 제동을 걸기도 한다. 지인의 권유로 축산농장 운영을 생각했던 고향 친구는 강화된 규제에 최근 축산업의 꿈을 접었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축산업에 대한 편견을 축산인 스스로가 만들었다고 지적하기도 한다. 안타깝지만 부정만 할 수 없는 지적이다.
우리나라에서 배출되는 대부분의 가축분뇨는 퇴비나 액비로 자원화가 이뤄지거나 정화처리에 의해 방류가 되고 있다. 하지만 일부 현장의 가축사육 및 관리기술 부족, 가축분뇨의 처리 미흡, 충분히 부숙되지 않은 퇴·액비 살포 등은 악취발생의 원인이 되고 있고, 이로 인해 축산업은 혐오산업이라는 편견의 늪에 빠졌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축산인 스스로가 가축분뇨와 관련된 환경문제를 해결해야만 지속가능한 축산업을 만들 수 있다는 각오를 다지고 노력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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