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법화 농가 의지가 필요하다
적법화 농가 의지가 필요하다
  • 권민 기자
  • 승인 2019.03.08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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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도 벌써 3월로 접어들었다. 현행 가축분뇨법과 정부 방침이 정한 무허가 축사 적법화 이행기한도 앞으로 7개월도 채 남지 않았다.
정부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로부터 이행기한을 부여 받은 적법화 대상 농가는 1월말 현재 약 3만4000여호다. 정부는 진행률이 47.7%라고 하지만 말 그대로 진행률일 뿐이다. 완료율은 3230호로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아직까지 전체 12만 축산농가의 4분의 1이 넘는 농가가 무허가 축사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지난해 9월말 이행계획서 제출 이후 5개월이 지나도록 특별히 상황이 달라진 것은 없다. 축산농가는 여전히 관망 중인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적법화 관련 행정처리에 소극적인 지자체가 아직 상당수 존재한다.
그렇다면 적법화가 부진한 원인은 무엇일까? 농협중앙회가 사례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비용 부담’‧‘복잡한 행정절차’‧‘지자체의 소극적 행정’이 그 원인이다. 

 

부진 이유 ‘비용’ 때문

 

2017년 축산농가 호당 부채는 6493만원으로 국내 전체농가 부채 2637만원 보다 2.5배 정도 높다. 이런 상황에서 농가가 무허가 축사 적법화를 위해서는 측량‧설계를 비롯, 시설 개‧보수 비용을 부담해야 한다.
그러나 고령화가 심각하게 진행되고 후계농가마저 확보하지 못한 소규모 농가 입장에서는 적법화를 위해 새로 비용을 부담하는 것 자체가 버거운 일이다.
한국낙농육우협회 낙농정책연구소가 발표한 ‘2018년 낙농경영실태’에 따르면 낙농가의 50.5%는 시설 투자가 고액 부채 발생의 원인이다. 시설 투자의 34.4%가 축사 개보수, 19.4%가 세축수와 분뇨처리가 차지한다. 때문에 비용 부담이 적법화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충남도 천안시에서 한우 30마리를 사육하고 있는 소규모 한우농가는 이미 안고 있는 부채에 설계비 800만원, 퇴비사 신축 1200만 원 등 2000여만 원의 비용 부담이 힘겨워 폐업을 신중히 고려하고 있다. 지금 이러한 일은 다반사다.
여기에 정부 제도개선사항을 미적용하거나, 무허가축사 적법화에 소극적인 태도를 유지하고 있는 지자체는 적법화 관련 행정처리에 미온적이다. 건축법상 요건을 모두 갖췄음에도 불구하고 명확한 근거 없이 가설건축물 축조 신고를 거부하고 있는 경우가 그렇다.
이 때문에 농식품부와 농협 축산경제 그리고 일선축협들은 축산농가 지원을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힘겹다.
농협 축산경제는 축협 담당자를 대상으로 전국 순회교육을 시작으로 농가 컨설팅 강화에 나서고 있다. 그리고 전국 축협별 전담책임자제도를 시행해 농가 현황 관리 강화는 물론 현장 애로사항을 즉각 파악할 수 있는 체계를 구축했다.
또 정문영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장(천안축협 조합장)을 비롯 일선축협 조합장들은 축산농가에 과도하게 불합리한 가축분뇨법 개정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입법 공청회 참석 등 대정부‧대국회 농정 활동을 활발하게 전개함으로써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자금 지원 방안을 건의한 바 있다.
이러한 노력에 힘입어 정부는 전국축협조합장들의 일선 현장 의견을 수렴, 비용 부담의 여력이 없어 이행기간 내 적법화 추진이 힘든 농가에게 저금리 융자로 정책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음엔 기회 없음을


농협 축산경제와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는 여기에 그치지 않고 지자체 행정 수반을 위해, 우선 정부 합동지침서의 35개 제도개선사항을 적극 적용한 행정 처리와 최대 2년이 걸리는 국‧공유지 매각기간 단축을 내용으로 한 ‘선 사용허가 및 적법화’ 후 용도폐지‧매각 절차 진행을 지자체가 적용하도록 요청 중이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법화의 당사자인 축산농가들의 적법화 의지가 중요하다. 이행 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는 가축분뇨법에 따른 행정처분 대상이 되기 때문에 그렇다.
7개월은 결코 긴 기간이 아니다. 또 이 기간이 지나고 나서도 축산농가들이 정부를 상대로 지금과 같은 반발을 하게 될 경우, 이전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올 것도 자명하다. 정부는 할 만큼 했다는 입장을 고수할 것이고, 축산을 바라보는 대다수의 시각도 결코 긍정적이지 않을 것이기에 그렇다.
축산업이 농업생산량의 43%를 차지하는 높은 비중은, 많은 축산농가들이 줄어든다고 해서 산업의 비중이 줄어들 리가 없다. 농촌 내에서 생활하는 농가가 죽는다고 산업은 망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게다가 지금 축산농가를 ‘가난한’ 농가로 보는 사람도 별로 없다. 지금 그나마 정부가 지자체에게 무형의 압력을 가하고 있는 것도, 농협이, 전국축협조합장협의회가, 그리고 생산자단체들이 무허가 축사 적법화의 파급효과를 내세운 ‘마지막 기회’라는 명분 때문이다.
마지막은 말 그대로 마지막이다. 끝이 또 다른 시작이라는 말은 약속 위반을 의미한다.
지금 농가의 적극적인 적법화 추진이 있어야 그나마 추가 제도개선을 이끌어 낼 수 있다. 남은 7개월은 축산농가가 생존 발전하느냐, 도태하느냐의 골든타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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