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 옥수수·대두 공급 증가
미국산과 경쟁심화 가격하락

2월 중반 이후 미국 시카고 선물시장에서 거래되는 곡물 가격은 급물살을 타면서 강한 압박을 받아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소맥 가격이 곤두박질치면서 옥수수 및 대두 가격을 끌어내리고 있다. 이미 겨울밀은 바닥 아래로 떨어졌으며 옥수수도 연중 최저점을 경신해 작년 11월 중반의 저점까지 하락한 상태다. 대두 가격은 다소 낙폭을 줄여 올해 1월 초반의 수준에 머물러 있다.
한동안 곡물 시장은 큰 변화 없이 등락을 반복했으나 최근 들어 갑작스런 변화를 보이며 하락한 것에 대해서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국제 시장에서 미국산 곡물이 수출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동유럽권 국가들의 곡물 수출이 한계에 부딪칠 것이라는 시장 우려와 달리 여전히 국제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등 흑해 연안 국가들은 소맥과 관련해 미국과의 경쟁에서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남미 시장에서도 옥수수, 대두 등이 쏟아지고 있어 미국으로서는 부담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는 생육 시기 기상 악화로 상당한 피해가 우려됐으나 실제 상황은 나쁘지 않다. 아르헨티나의 경우 옥수수와 대두 생산량이 작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다. 브라질의 경우 올해 대두 생산량은 작년보다 좋지 못해 3% 정도 줄겠으나 재작년 대비해서는 2% 늘어날 것으로 보여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다. 대두와 달리 브라질의 올해 옥수수 생산량은 작년보다 15% 이상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남미 시장이 본격적으로 공급 가능한 시기에 들어서면서 미국과의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곡물 가격은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협상이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시장의 경계 심리가 확대된 것도 곡물가격 하락의 주요 요인이 되고 있다. 지난 14일 미국 농무부는 주간 실적 발표를 통해  중국이 80만 톤의 대두 구매를 취소했다고 밝혔다. 중국이 미중 무역협상에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면서 미국산 대두 구매를 늘리자 시장은 한껏 고무됐으나 이번 취소 사태로 인해 냉각 기류가 흘렀다. 미국이 3월 1일로 정해 놓은 무역협상 시한도 얼마 남지 않은 상태에서 미중 양국의 고위급 무역협상도 뚜렷한 성과를 보이고 있지 않아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중 양국 정상은 최근의 고위급 무역협상에서 상당한 진전을 보고 있다고 밝히고 있으며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협상시한 연장 및 추가 관세 유예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계속해서 미중 무역협상 문제는 곡물 시장의 중요한 화두가 될 전망이다.
중국의 곡물 수입선 다변화 전략 역시 주요한 이슈로 떠올랐다. 중국은 정부정책 시달 문서인  ‘중앙 1호 문건'을 발표했으며 농업 정책을 주요 핵심 사항으로 다루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대두 생산 확대, 옥수수 등 곡물 생산 안정화, 농산물 부족에 대비한 수입 확대 등을 명시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 호주 등 주요 공급국과의 무역긴장 관계로 인해 수입 시장을 넓히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펀더멘털 측면에서의 여러 가지 요인들이 곡물 시장의 변동성을 넓히고 있으며 앞으로도 더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농무부는 21일부터 22일까지 양일간에 걸쳐 연례행사인 ‘농업전망포럼’을 개최한다. 미국 내 옥수수, 소맥, 대두 등 주요 곡물의 파종 예상면적이 발표될 예정이며 시장의 관심은 여기에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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