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4일자 일본농업신문(日本農業新聞)에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인터뷰 내용이 실렸다. 한국 농업이 추진하고 있는 이념교육과 농자재 가격 인하, 후계자 문제 등에 많은 지면을 할애했다.
협동조합 이념과 협동조합적 운영방식이 약화되고 있는 현실을 극복하기 위한 한국 농협의 노력을 자세히 소개했다.  
“농협이 그 존재가치와 이념이 살아나는 조직을 만들기 위해 이념 교육을 실시하고 있으며, 농협의 존재목적이 농민의 경제적‧사회적 지위 향상과 농민의 소득 향상에 있음에도 협동조합적인 운영방식을 잃고 있어 농협조직을 근본부터 다시 세우려하고 있다”고 김병원 회장의 이념교육 취지와 추진 배경을 전했다.

소통은 ‘말’보다 ‘듣기’

특히 일본농민신문은 농자재 가격 인하와 관련 김병원 회장 취임 이후 농가의 수요 집중을 통해 비료, 농약, 비닐, 농기계, 종자 등 농자재 가격을 인하한 사례를 설명하고 “농협의 설립취지는 농가의 이익을 지키고 최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데 의미를 부여했다.
김병원 회장은 일본농업신문에서 게재한 것처럼 취임 이후 중앙회뿐만 아니라 일선축협 조합장 임직원들을 대상으로 협동조합 이념교육을 강력하게 실시했다. 그를 통해 중앙회와 일선조합, 임직원들 그리고 조합과 농민들 간의 ‘소통’을 추구하고자 했다.
‘농담(農談)’토론 등등 ‘이념 공유’를 위해 수시로 모임을 가졌다. 그러나 평가는 공유보다는 이념 강조의 ‘훈시(訓示)’였다. 소통은 ‘말하기’가 아니라 ‘듣기’다. 
직원들이 협동조합 이념이 흐려진 것은 사실이지만 협동조합이 무엇을 해야 하는 지에 대한 소명의식을 잊은 것은 아니다.
농협중앙회뿐만 아니라 일선조합의 직원들은 어느 대기업과 견주어도 특별하게 못나거나, 지식이 부족하고 무능한 바보가 아니다. 문제는 시스템이다. 입사하고 3개월 동안 이념과 현장 교육을 통해 자신이 어떤 일을 해야 하는지 충분히 인식한다.
그런 그들이 왜 자유로운 시장 경쟁에만 뛰어들면 일선 기업들과 비교조차 안될 만큼 어리석어 보일까. 그 원인을 직원 개인의 능력에서 찾는 방식 자체가 20세기 아날로그식이다.
지금 농협중앙회의 흐름은 겉으로는 농민을 위한 협동조합으로 거듭날 것을 천명하고 있지만, 속은 서로 방법을 몰라 혼란스럽다. 한 번도 틀을 깨고 사업 위주로 조직을 재편한 적이 없기에 그렇다.
경제지주로 체제가 개편되면서 더 혼란스럽다. 금융과 농업과 축산이 각각 자유시장에 편입돼 치열한 생존경쟁을 벌여야 하는 상황에서 어쩔 줄 몰라 ‘이념’에 기댄다. 직업에 대한, 업무에 대한 ‘소명의식’을 일깨우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그래 우리의 업무가 이런 것이었지”하고 깨어나는 것만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시스템이 그대로면 더 괴롭다. 회장을 비롯한 극소수가 조직을 컨트롤하고, 새로운 시도를 해볼 어떠한 여지도 허락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이념이 아무 소용이 없기에 그렇다.
윗사람(?)은 조직의 저 하부에서부터 새롭게 혁신의 바람이 일어나 조직 전체가 하고자 하는 마음으로 후끈 달아오르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그건 위에서 먼저 혁신이 일어나야 가능한 일이다.

위부터 혁신 있어야

사업부서와 본부를 별개로 나누고, 왜 사업이 부진하냐고 질책하고 또 대책회의다. 장기간의 회의 결과는 ‘대책이 없다’거나 ‘과거의 탓’이다. 20세기 현장에서 농민들과 고락을 같이 했던 추억에 집착하는 아날로그에 길들여진 조직의 분위기로 21세기를 어떻게 견뎌낼지도 암담한 현실이다.
“농협 설립의 취지는 어떻게 자본가를 견제하고, 농가 이익을 지키는가에 있다”며 김병원 회장은 농자재 가격의 인하를 설명했다.
비료가격을 취임 전에 비해 40% 인하했고, 농약은 15%, 비닐은 10%, 농기계는 5%, 종자는 7~8% 싸게 했다고 했다.
농협사료 값도 마찬가지다. 농협사료는 지난해 11월 16일부터 시작해 올해 9월30일까지 종료할 예정이었던 가격할인 기간을, 연말까지 3개월 더 연장하기로 했다. 김영수 대표는 “오히려 사료가격 인상을 고민해야 할 때이지만 농가소득 5000만원 달성이라는 범농협 역점 추진사항을 달성하기 위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농협사료가 반대의 상황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할인 연장을 할 수 있는 것은 협동조합 기업으로써 사료시장을 선도하는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하기 위한 노력의 결실이라고 덧붙였다.
가격 할인으로 혜택을 입는 수혜자는 농민이 맞다. 그러나 농협 내부의 평가 시스템은 또 다르다. 경제지주로 재편되면서 계열사 등의 평가는 수익이다. 농자재 가격 할인의 내부충격은 여러 경로로 완화할 수 있는데 반해, 농협사료는 완화할 방법이 제조원가를 줄이고 내핍경영밖에는 없다. 때문에 내부평가에서 ‘E등급’이라는 하위 등급을 받았다.
김병원 회장의 ‘할인 공급’이라는 슬로건과 달리 내부적 평가 시스템은 이를 반영하고 있지 않기에 그렇다. 할인의 취지라면 수익 대부분을 농가에 환원하는 부서가 우수등급을 받아야 올바른 평가다.   
자재 값을 할인 판매하는 것으로 협동조합의 역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은 큰 ‘착각’이다. 이는 그저 포퓰리즘에 머무를 뿐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