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AI·구제역·ASF 가상 방역훈련

빠른 속도감 보여줬지만
초소 인력 보호장비 불량
경찰에겐 지급조차 안 해
정부, 안전 불감증 재확인

살처분 투입 인력서 발혈 증상 가정
질병관리본부와 협력 대응체계 점검
동영상 제작, 전국 방역기관에 배포
공무원 축산인 방역의지 한마음 결의

 

농림축산식품부가 AI·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가상 방역훈련을 실시했다. 그러나 고병원성 AI가 인수공통전염병임에도, 훈련과정에서 조차 대응이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구설수에 올랐다.
지난 7일 충남 당진시 송악읍에 위치한 기지시줄다리기 축제장에서 실시한 이번 가상 방역 현장 훈련은 농식품부, 충남도청, 당진시청 주관으로 개최됐다. 전국 시·도 관계 공무원, 축산관계자, 당진시 관내 축산인 등이 대거 참석해 방역 훈련을 지켜봤다.
이날 현장 훈련에서는 긴급행동지침 체계 숙달 및 초동대응 역량 강화를 목적으로 고병원성 AI 발생시 방역 과정을 단계별로 시연했다. 빠른 초동대응과 즉각적인 일시 이동중지 명령, 살처분 등을 속도감 있게 보여줬다.
시연 내용을 살펴보면 간이항원검사 결과 닭에서 AI 양성 판정이 나왔다. 임상관찰 결과 ‘위험농장’으로 판단됨에 따라, 당진시는 의사환축 농장 진입로에 긴급 현장통제초소를 설치했다. 통제초소에는 공무원, 경찰, 축협 직원으로 구성한 인력 6명이 판정결과에 따른 후속조치에 대비해 24시간 통제와 소독을 실시토록 했다.
문제는 여기서 나타났다. 고병원성 AI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이 때문에 인체감염 등 만약의 사태에 대한 최소한의 대비를 위해 개인 보호장비인 방역복·마스크·보호안경·장화를 정확하게 착용해야 한다.
그러나 통제초소 인력 중 한명은 더운 날씨에 훈련 도중 보호안경을 머리 위로 올렸다. 이는 AI 살처분 현장에서 매번 문제로 지적되는 사항으로, 훈련과정에서 조차 개선되지 않은 상태로 재현됐다. 또 경찰 인력에게는 아무런 보호장비가 지급되지 않았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AI 바이러스는 유전물질이 불안정해 유전자 변이가 쉽게 일어난다. 현재까지 18가지의 H항원과 11가지의 N항원이 밝혀졌다. 이론상 198(18×11)가지 유전자형 변이가 가능하다.
인체에 감염력이 있는 항원형은 주로 H5, H6, H7, H9, H10로 보고됐다. 최근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고병원성 AI 유전자형이 H5N8, H5N6형인 것을 고려할 때, 인체감염 가능성은 존재한다.
세계적으로 H5N1형은 2003년부터 2014년까지 총 701명이 감염됐으며 이중 407명이 사망했다. 치사율이 58%에 달한다. H7N9형은 2013년 중국에서 처음 인체감염 사례가 보고된 이후 한 달 만에 100명 이상이 감염됐다.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총 916건의 인체감염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서는 다행히 AI 감염으로 인한 인명피해가 없지만 긴장을 늦춰서는 안 된다.
이번 훈련을 지켜본 한 축산농가는 “고병원성 AI 방역 훈련과정에서 조차 인체감염 우려에 대한 대처가 미흡했다. AI가 인수공통전염병이란 사실을 놓쳤다는 사실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며 “농식품부, 충남도청, 당진시 방역 관계자의 무지가 방역현장에 투입되는 수많은 공무원들의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방역 전문가는 “정부는 적극적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킬 의무가 있다”며 “통제초소에 공무원과 축협 인력은 개인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는데 경찰 인력은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서 있는 모습은 누가 봐도 코미디에 가깝다”고 말했다.
그는 또 “보호안경 미착용은 살처분 현장에서 가장 흔하게 나타나는 위반 사항으로,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며 “농식품부는 AI 뿐만 아니라 구제역 살처분 현장에서도 인력의 안전을 위해 덥더라도 개인 보호장구 착용을 정확하게 지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일본의 경우 고병원성 AI 살처분 현장 투입 인력은 방역복을 두벌씩 입히고 마스크와 보호안경 사이, 장갑·장화와 방역복 이음 부분을 테이프로 몇 번씩 감는다. 일본 방역당국은 이를 고병원성 AI로부터 살처분 인력을 보호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로 인식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충남도청, 당진시와 합동으로 지난 7일 당진시 기지시줄다리기 축제행사장에서 AI·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ASF) 가상방역 현장훈련을 실시했다.
이날 현장훈련에는 관계부처(행안부, 국방부, 환경부, 질병관리본부), 전국 17개 시·도, 농협, 방역본부, 생산자단체, 당진시 관내 축산농가 등 30여개 관련 단체에서 400여명이 참여했다.
이번 훈련에서는 고병원성 AI 발생 의심축 신고에 따른 초동대응과 확산 방지대책 추진 이후 수습대응 등 전 과정에 대한 대응태세를 점검했다. 또 구제역 미접종 유형과 ASF 국내 발생에 대비한 긴급방역조치 점검 훈련도 함께 실시했다.
이날 훈련에서는 당진시 산란계 농장에서 철새로부터 유입된 것으로 추정되는 AI 의심축 신고가 접수됐다. 정밀검사 결과 H5N6형 고병원성 AI로 확진. 의사환축 발생 시점 기준 72시간 안에 모든 초동방역 완료가 훈련 목표다. 특히 가축 살처분 투입 인력 한명에게서 발열 등 AI 의심 증상이 발생하는 상황을 가정해 질병관리본부와의 협력 대응체계도 점검했다.
이번 훈련 과정은 대형 스크린을 통해 영상으로 중계됐으며, 동영상으로도 제작해 전국 가축방역 관련 기관에 배포키로 했다.
본격적인 훈련에 앞서 공무원과 축산농가 대표는 AI·구제역, ASF와 같은 악성가축전염병이 국내에서 발생하지 않도록 모든 공무원과 축산인이 한마음이 되어 방역의지를 다지자는 내용의 결의문을 낭독했다.
김현수 농식품부 차관은 “이번 가상 방역 훈련은 위험 요소 선제적 대응 강화와 신속한 초기 대응, 관계기관 간 유기적인 협력 체계 구축에 목적이 있다”며 “개선된 방역시스템을 현장에서 가동하면서 방역 관계자들이 그 내용을 숙달하고 보완해야 할 사항이 있는지 점점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김 차관은 또 “우리나라와 인접한 중국과 러시아에서는 AI와 구제역이 연중 발생하고 있고, 인적 물적 교류 증가에 따른 유입 위험성도 지속 증가한다”며 “어려운 여건 속에서 올해는 AI와 구제역, ASF가 유입돼지 않는 한해를 목표로 방역대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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