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사육마케팅…‘스페인 돼지고기 쓰나미’

세계 4대 진미 ‘하몽’ 원료
육향육식 진한 것이 특징
차별화등급화가 인기 비결
사육기간 최소 10개월 이상

혈통 따라 3등급으로 분류
사육 방식도 제각기 달라
스토리텔링 내세운 전략
소비자들 욕구 충족 성공

도토리유채허브 등 먹고
친환경 방목 형태로 사육
4년간 한국 매출 2배 성장
한돈협, 맞대응 방법 고민

방목 중인 이베리코 흑돼지<사진 제공 제이제이미트>.

 

‘이베리코’ 열풍이 불고 있다. 어느 동네를 가나 ‘이베리코 돈육 취급점’이라는 문구를 내세워 영업하는 식당이 심심찮게 보인다.
이베리코 돼지는 스페인에서 사육하는 흑돼지 품종 중에 하나로 목초지에서 야생도토리와 올리브, 유채꽃, 허브 등을 먹고 자란다.
스페인에서는 이베리코 돼지의 뒷다리로 하몽(세계적으로 유명한 스페인산 생햄)을 만들고, 나머지 부위를 수출하는데 최근 우리나라에도 이베리코 돈육이 수입돼 인기를 얻고 있다.
이베리코 돈육은 국산 돈육의 유통업체인 백화점, 대형할인점, 고급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일선 식당 등의 돈육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국내 돈육 업계에서는 ‘스페인 돈육 쓰나미’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이베리코 돈육의 열풍에 힘입어 스페인산 돈육의 수입량 증가세가 심상치 않다. 농림축산검역본부 축산물 검역통계(축산물수입현황)에 따르면 2013년 수입량이 6445톤이었던 스페인산 돈육은 2014년 2만4687톤으로 4배 가까이 늘었고, 2015년에는 4만4626톤으로 전년대비 1.8배 증가했다.
2016년에는 4만1919톤으로 전체 수입량의 13.1%를 차지해 미국, 독일에 이어 3번째 많은 양을 기록했다.
2017년 수입량은 3만5189톤으로 전년대비 다소 줄었지만 통계에 잡힌 2018년 7월까지 3만2300톤이 수입돼 연말까지 수입량은 사상 최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베리코 돈육의 열풍은 우리나라 뿐만아니라 일본과 중국에서도 일고 있다. 이를 분석한 정P&C연구소에 따르면 일본에서는 스페인산 돈육을 2010년까지 매년 2만톤 이하를 수입했지만 2013년부터 증가해 2016에는 8만9700톤을 수입했다. 이는 일본 전체 돈육 수입량의 10%에 달한다.
중국은 2017년 1월부터 8월까지 16만6511톤의 스페인산 돈육을 수입했다. 이는 동기간 중국이 수입한 총 83만 3510톤의 20%에 달하는 양이다.
이에 대해 정P&C연구소 관계자는  “이베리코 돼지를 앞세운 스페인 돈육의 쓰나미가 동아시아 3국으로 몰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베리코 돈육 수입 전문 업체인 제이제이미트 장재영 대표이사는 기자 간담회에서 “2015년 11월부터 JJ이베리코(제이제이미트에서 고급화에 차별화를 두고 수입하고 있는 이베리코 돈육의 브랜드명)를 독점 수입·유통하고 있다. 첫 달 판매량이 500kg 수준이었는데 2년 만에(2017년 기준) 판매량이 70톤으로 늘었다”고 설명했다.
간담회에서 곤잘로 오르티즈 주한 스페인 대사는 “한국에 수출하고 있는 스페인의 여러 품목 중 육류가 수출 3위(2017년 기준)로 지난 4년 동안 매출이 200% 성장했다”면서 “한국 소비자들이 스페인 돈육의 질과 맛에 매력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 이베리코 열풍이 주는 교훈
이베리코 돈육은 국산 프리미엄 브랜드 돈육보다 가격이 더 비싼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기를 얻고 있는 비결은 뭘까?
업계 관계자들은 이베리코 돈육의 인기 비결로 ‘차별화와 등급화’에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친환경 방목, 세계4대 진미 하몽의 원료육이라는 차별화된 스토리를 갖고 있는 이베리코 돈육은 육향이나 육색이 진하다는 특징이 있다. 사육기간이 길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일반적으로 돼지를 6개월 가량 사육한다. 반면 이베리코 돼지의 사육기간은 짧게는 10개월에서 길게는 17개월 이상이다.  
소비자로 하여금 선택권을 넓혀준다는 인식을 갖게 하는 돈육의 등급 세분화도 인기 비결로 꼽힌다. 이베리코 돼지는 혈통에 따라 50%·70%·100% 이베리코 돼지로 분류된다. 100% 이베리코 암컷과 듀록 수컷을 교합하면 50% 이베리코, 100% 이베리코 암컷과 50% 이베리코 수컷을 교합하면 75% 이베리코, 100% 이베리코 암컷과 100%이베리코 수컷을 교합하면 100% 이베리코 돼지가 탄생한다.
또한 사육방법에 따라 ‘세보’, ‘세보 데 깜보’, ‘베요타’로 나뉜다. 기본등급인 세보는 10개월 동안 돈사에서 사육한 돼지를, 세보 데 깜보는 돈사 사육과 방목(2개월 이상)을 혼합해 12개월 동안 기른 돼지를, 최상위 등급인 베요타는 100% 순종 흑돼지를 15개월 이상 기르며 3개월 이상 도토리를 먹이면서 방목한 돼지를 일컫는다.    
생산량을 기준으로 세보가 전체 이베리코 돼지 중 80%를 세보 데 깜보가 15%, 베요타가 5%를 차지한다.     
이베리코 돈육을 수입,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은 이 같은 이베리코 돼지의 차별화와 등급화 등을 담은 스토리텔링을 내세워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을 구사했고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이끄는데 성공했다.이 같은 이베리코 돈육을 비롯해 수입 돈육의 공세가 강해지면서 한돈 업계도 대응 방안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우선 이베리코 열풍을 면밀히 분석해 한돈 시장 확대에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하태식 한돈협회장은 “글로벌 시대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서는 우리 한돈도 다양한 스토리를 발굴해 수입 돈육과의 차별화를 도모해야 한다”면서    “돼지도체등급제와 이력제 등 우리만이 가지고 있는 제도 역시 스토리의 한 소재가 될 수 있다. 한돈협회와 자조금 차원에서 스토리 발굴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돈자조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한돈이 수입 프리미엄 돈육과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소비자의 다양한 요구에 맞춰 돈육을 생산해야 한다”고 밝히면서 “이제는 국내산이라는 이유만으로 소비자들이 한돈을 선택하길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마케팅의 변화도 주문됐다. 문정훈 서울대 교수(농경제사회학부)는 “국내산 돈육이 규격돈에 맞춰 생산비 경쟁만 하는 지금의 일상재 세일즈 방식에서 다양한 가치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돈육 마케팅의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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