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락 심한 소 가격 미래 불투명 녹용녹혈 수입 ‘쏠쏠’

빈혈 심했던 아내 녹혈 효과
사슴 사육하기로 마음 다져
처음엔 요령 없어 시행착오
건강 위주 소비 늘자 급상승

품종 전환종자 개량 본격화
‘우수사슴 선발대회 우수축’
정액 받아 인공수정도 실시
기준 미달 암컷 과감히 도태

녹용 중량 26.8kg 역대 최고
선발대회 영예의 대상 수상
운동장 마련 스트레스 해소
녹용, 양토양록조합에 납품

이평우 대표<오른쪽>와 아내 이분순 씨.

 

이평우 충현사슴농장 대표는 37년 전인 지난 1981년 꽃사슴으로 시작해 최우수 녹용을 생산하는 전문농장으로 일궈낸 장본인이다.
“사료포대 들 힘이 있을 때까지 사슴을 키울 생각입니다”
우수한 녹용 생산으로 대한민국 양록산업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이평우 대표의 생각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

 

# 소 파동 겪으며 농장 접어
충현사슴농장의 이평우 대표는 원래 한우농가였다.
1970년대 당시 한우 50여 마리를 키울 정도로 제법 큰 농장을 운영했다.
그러다 1980년 소 파동을 겪으며 상황은 180° 달라졌다.
몇 백 만원을 호가하던 소값은 끝없이 폭락했고, 하락한 소값은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인건비는커녕 사료값을 대기조차 벅찼다.
“수입소가 많이 들어온 것이 원인이었지요”
한우산업의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한 그는 소 수십 마리를 헐값이 팔고 농장을 접었다.

# 아내 계기로 사슴 사육 결심
그러던 중 눈에 띈 것이 사슴이었다.
“아내가 아이들을 낳은 뒤 빈혈이 심해졌습니다.”
길을 가다 쓰러지는 일은 다반사에, 하루종일 일어나지도 못하고 누워있는 날도 많았다.
또한 어지러워서 계단도 못 오를 정도로 일상생활은 물론, 외출에도 어려움을 겪었다.
여기저기 수소문한 결과 사슴피, 즉 녹혈(鹿血)이 빈혈에 좋다는 것을 알게 됐고, 그는 알음알음 지인을 통해 북한산성에 있던 사슴농장을 찾았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아내에게 사슴피가 잘 맞았나봅니다.”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빈혈이 심했던 아내가 씻은 듯 낫는 것을 본 그는 사슴을 사육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것이 이평우 대표가 사슴을 키우게 된 연유다.

# 판로 문제로 어려움 봉착
1981년, 그는 꽃사슴 암컷 5마리와 수컷 7마리를 구입해 양록업계에 발을 들였다.
“처음 시작해서 안 어려운 일이 어디 있겠냐”는 그의 말처럼 농장이 자리 잡기까지는 어려움을 겪었다.
“뿔을 언제 잘라야 할지도 몰랐습니다. 사람들이 자르라고 해야, 자를 때인가 보다 했지요.”
요령이 없어 뿔을 자르는데도 애를 먹었다. 흥분한 사슴에 받혀 다치는 일도 있었고 사슴이 아프기라도 하면 어쩔 줄 몰라 쩔쩔맸다.
가장 큰 문제는 판로였다. 어디에, 얼마에 팔아야할지 모를 정도로 사슴에 대해 문외한이었던 탓에 도매꾼들에게 헐값에 넘기는 경우도 있었다.
그러나 농장을 포천군 내촌면으로 이전하며 판로 걱정은 말끔히 해소됐다.
농장이 길가에 위치한 까닭에 차타고 오가던 사람들에게 저절로 홍보가 됐던 것.
“건강기능식품이 많지 않던 시절인지라 녹용을 찾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사슴피 한잔에 15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인기가 대단했지요.”
때문에 간판을 내걸거나 별다른 홍보가 없었음에도 불구, 사람들이 찾아오기 시작했다고 그는 당시를 회상했다.

# 품종전환 및 종자개량 돌입
하지만 수요는 많은 반면, 공급은 이를 따라가지 못했다.
꽃사슴 녹용은 기껏해야 1~2kg에 불과한데다, 녹혈도 약 200㏄밖에 채취할 수 없기 때문.
반면 엘크 종의 경우 녹용 생산량이 15kg으로 꽃사슴보다 8배 이상 많았다.
“농장이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녹용 생산량이 많아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지난 2000년 꽃사슴에서 엘크로 품종을 전환하는 한편, ‘최우수사슴 만들기’를 목표로 본격적인 종자개량에 돌입했다.
그는 역대 우수사슴 선발대회 우승축의 정액을 공급받아 인공수정을 실시했다.
또한 ‘씨가 좋아도 밭이 나쁘면 좋은 열매를 맺지 못한다’는 그의 지론에 따라 후대검정을 통해 일정기준에 미달한 암컷들은 과감히 도태시켰다. 개체별 기록관리는 물론이다.
또한 농장에 CCTV를 설치해 보안뿐 아니라 발정행동을 관찰하는데 적극 활용했다.
그 결과 충현사슴농장은 한국사슴협회가 주최한 ‘제17회 우수사슴 선발대회’에서 대상의 영예를 안았다.
이 대표가 출품한 녹용 중량은 26.8kg으로 지난 2009년 당시 역대 최고를 기록했으며, 전 부분에 걸쳐 뛰어난 성적을 인정받았다.
“이 사슴의 정액으로 생산된 사슴들은 지금도 우량 녹용을 생산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있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 방목 통해 스트레스 해소
이 대표의 사육방법은 남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사슴은 초식동물인 만큼 ‘사료보단 풀을 더 많이 먹어야 한다’는 판단 하에 조사료와 배합사료의 비율을 7:3으로 유지하고 있다.
조사료의 경우 엔실리지를 담아 3개월 발효한 뒤 급여하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옥수수와 수단그라스는 농장 인근에서 직접 재배한다.
“배합사료를 많이 먹이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에 취약할 수밖에 없다”는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또한 공격성이 있는 수사슴을 제외한 나머지 사슴들은 방목사육이 원칙이다.
이 대표는 사슴들이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넓은 운동장에서 마음껏 뛰놀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눈여겨 볼만한 점은 방목장이 두 곳이라는 것이다. 한 곳은 운동장 용도고, 다른 한 곳은 생초 섭취가 목적이다.
운동장용 방목장은 매일 개방하지만, 나머지 한 곳은 풀들이 자라는 상태를 봐가며 비정기적으로 개방해 생초를 뜯을 수 있도록 한다.     

#  양록산업 발전에 이바지할 터
현재 충현사슴농장은 포천시 신북면에서 암컷 10마리, 수컷 17마리를 사육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녹용은 한국양토양록농협에 전량 납품하고 있다.
이런 그의 목표는 역시나 최고의 사슴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달 30일 한국양토양록농협 주최로 개최된 제1회 녹욕품평회에서도 동상을 수상하는 등 개량농가로써의 위엄을 입증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도 지속적인 종자개량을 통해 우수한 사슴을 생산하겠다”면서 국내 양록산업 발전에 이바지하기 위해 가일층 분발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항상 옆에서 묵묵히 도와주는 아내 이분순 씨에 대한 고마운 마음도 잊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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