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육류)는 입맛을 자극하는 식재료의 으뜸이다. 고기로 만든 음식은 특별하며 단연 최고의 요리다.   
그래서 자주 고깃집을 찾는다. 지인들과의 모임이나 가족 회식 장소의 대부분이 고깃집이다.
집근처 골목 식당은 수년간 주인이 몇 번은 바뀌었지만 항상 종목은 고깃집이다. 위치나 서비스가 좋아서 일주일에 한번 갖는 축산 관련 업계 사람들과의 정기 모임의 고정 식당이 됐다.
1년 전 새로 문을 연 그 곳은 처음엔 ‘우리 한돈 취급점’이라는 광고 문구를 내걸고 영업을 했다. 그런데 최근 그 식당의 홍보 간판이 바뀌었다. ‘세계 4대 진미, 도토리 먹은 흑돼지 이베리코’라는 광고 간판이 식당 입구에 커다랗게 자리한 것이 눈에 띄었다.
매뉴판을 보니 선택의 여지가 없다. 모두가 이베리코다. 모인 모두가 축산 관련 업계 사람들이라 그런지 관심사가 동일했다. 이베리코 돼지고기의 맛은 어떨까?
점원이 가져 온 돼지고기에서 외형상 특별한 점은 찾을 수 없었다. 달궈진 불판에 알맞게 구워진 돼지고기 한 점을 지인들과 동시에 입속에 넣었다.
그 맛의 특징을 분석하기 위해 쌈 채소나 쌈장 등은 곁들이지 않았다. 맛의 차이? 전문 미식가가 아니라서 그런지 그 차이를 느낄 수가 없었다.
1년간 수십 여 회를 방문한 식당인지라 이전 ‘한돈’으로 홍보했던 그 돼지고기의 맛을 정확히 기억한다. 그런데 그날 먹은 해당 식당의 이베리코 돼지고기에서는 차이점을 찾지 못했다.
사장님께 “사장님 이거 뭐 더 맛있는지 모르겠는데요? 이베리코 맞아요?”라고 물으니 “요즘은 그게 대세에요”라며 말을 끊고 너털웃음만 짓는다. 대세라는 말이 뭘 의미하는지 도통 알 수가 없다.
석연치 않은 반응이 의아했지만 갑론을박이 이어져 기분을 상하게 할까봐 말을 줄였다.
최근 국내에는 스페인 돼지인 이베리코 열풍이 불고 있다. 이베리코 열풍에 힘입어 스페인산 돈육의 수입량도 급증하는 추세다. 이베리코 돼지는 스페인에서 사육하는 흑돼지 품종 중에 하나다. 목초지에서 야생도토리와 올리브, 유채꽃, 허브 등을 먹고 자란다는 배경에, 세계 4대 진미로 알려진 ‘하몽’의 원료육으로 알려지면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한돈 프리미엄 브랜드육보다 비싼 가격으로 판매되기도 한다.
때문에 국내에서 가짜 이베리코 등 여러 문제가 발생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국내 한 연구기관의 조사 자료에 따르면 이베리코는 스페인 전체 돼지의 10%에 불과하다. 나머지 90%는 돈사 사육의 일반 백색 돼지다. 10%의 이베리코도 혈통과 사육방식(방목을 하지 않는 이베리코 돼지도 있음)에 따라 순종과 잡종으로 나뉜다. 결국 순종 이베리코는 극히 일부인 셈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스페인산 일반 돼지고기가 이베리코 돼지고기로 허위 광고돼 판매되는 경우가 있다고 전한다. 실제로 현재 수입되고 있는 이베리코 물량이 한계(한국으로 대량 수출 불가)가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전국 어디에서나 이베리코 취급점(식당, 마트, 웹쇼핑)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현 상황은 모순이 있다는 지적이다.    
이베리코 열풍이 한돈 산업에 악영향을 미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에 제동을 걸기 위해서는 우선 이베리코 돼지고기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소비자들에게 전달해야 한다. 이는 한돈 업계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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