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조직이든 도전을 받게 되면 책임자가 내거는 말이 있다. ‘변화(變化)’와 ‘혁신(革新)’이 그것이다.
말 그대로 변화란 사물의 성질, 모양, 상태 따위가 바뀌어 달라지는 것을 뜻하고, 혁신이란 묵은 풍속, 관습, 조직, 방법 따위를 완전히 바꾸어서 새롭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경제적 의미에서 혁신이란 기술의 진보 및 개혁이 경제에 도입되어 생기는 경제구조의 변화로 신상품의 생산, 신생산방법의 도입, 신시장의 개척, 신자원의 획득 및 이용, 그리고 신조직 달성 등에 의하여 생산요소를 새로 결합하는 것을 의미한다.

변화와 혁신의 동력

그리고 기업이윤이 창조되고 정적인 균형을 파괴하고 동적인 경제발전을 행하는 것은 이러한 혁신에 의존된다고 한다.
그런데 왜 이런 변화와 혁신이 필요할까? 그것은 조직의 분위기가 새로운 것을 도입하는 일에 게을리 했거나, 거부했거나 둘 중의 하나 때문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뜻에서 변화와 혁신을 부르짖지만, 조직이 이전의 분위기에 빠져 있는 한 슬로건은 그저 말 뿐이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는 있는 것을 지키려는 보수의 습성에서, 변화를 받아들이려는 진보의 습성을 보편적으로 펼치지 않으면 안된다.
그 근본적인 동력이 바로 ‘처음의 마음으로 돌아가라’다. 매년 새해가 되면 새롭게 뭔가를 이루려고 결심을 한다. 그래서 일기도 써본다. 기존에 해오던 습관들을 털어내고 보다 가치 있는 쪽으로의 삶을 결심한다.
하지만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은 스스로의 ‘게으름’이다. 교정을 떠나 사회로 나올 때, 직장에 들어가며 가졌던 그 순수한 생각들, 연애를 하며 주고받던 사랑들. 그때 우리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조직의 책임자가 부르짖는 변화와 혁신의 목적은 뭔가? 무얼 위해서? 막연한 생존일까? 변화와 혁신은 자발적이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렇다면 어떤 동기가 필요할까? ‘처음으로 돌아가자’는 마음을 불러일으킬 때 가능한 일이 아닐까?
“어느 날 왕이 신하들과 함께 나라의 이곳저곳을 시찰하고 있었다. 시골의 넓은 들판에 이르게 됐다. 그곳에는 많은 양떼가 있었다. 처음에 왕은 관심 없이 지나치려고 하다가 유독 젊은 목동이 이끄는 양떼가 눈에 띄었다.
이 목동은 얼마나 양떼를 잘 모는지 자신이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양들을 자유자재로 인도하고 있었다. 그러한 모습을 보고 왕은 ‘잘 가르치면 쓸 만한 일꾼이 되겠다’는 생각에 그를 궁으로 데리고 와 교육을 시켰다.
몇 년 후 그에게 작은 일을 맡겼는데, 얼마나 일을 지혜롭게 잘 감당하는 지 맡기는 일마다 왕의 마음에 쏙 들도록 해냈다. 왕은 참 기특한 생각이 들어 다른 일들을 시켜보았는데, 빈틈이 없었다.
그는 승진에 승진을 거듭해 나중엔 나라의 모든 재산을 관리하는 재무대신의 자리에까지 오르게 되었다. 그러나 궁엔 당연히 그를 시기하는 많은 신하들이 있어, 그를 시기하고 비난하기 시작했다.
‘비천한 목동 출신 주제에 왕의 총애를 받다니’ 그를 시기하는 신하들은 그를 재무대신의 자리에서 내려오게 하고, 죽이거나 아님 예전의 시골로 쫓아 보내려고 갖은 궁리를 다 했다. 하지만 얼마나 일을 정직하고 공평하고 충성스럽게 하는지 도무지 허점을 잡을 수가 없었다.

지키기 어려운 마음

그러던 중 생각해 낸 것이 첩자를 붙여서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게 했다. 뭔가 조그마한 꼬투리라도 잡고자 했다. 발견하는 즉시 보고하도록 다짐을 받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첩자로부터 재무대신이 뭔가 한 가지 이상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재무대신은 매일 궁의 모든 불이 꺼진 늦은 밤에 작은 등을 손에 들고 왕궁에서도 가장 외진 곳에 있는 작은 방으로 가 자물쇠를 따고 들어간 후 한참 있다가 나온다는 것이다. 더 이상한 것은 그 방의 열쇠는 다른 사람에게는 없고 자기 혼자만 가지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를 시기하는 모든 신하들은 그가 재무대신의 자리를 이용해 나라의 보물 중에서 가장 귀하고 값진 보물들만 몰래 훔쳐다가 그곳에 쌓아두고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왕에게 그의 ‘범죄’를 고했다.
왕은 그 이야기를 듣고 재무대신을 당장 잡아들여 그가 가지고 있는 열쇠를 빼앗아 그 방을 샅샅이 뒤지도록 명령했다.
얼마 후 그 방을 뒤지고 돌아온 신하들이 보고하기를 ‘그 방에는 보물은  커녕 동전 한 닢 없었고, 작은 책상 위에 허름한 옷 한 벌과 다 떨어진 짚신 한 켤레만 놓여 있었습니다’라는 것이었다.
사연이 궁금한 왕은 재무대신에게 자초지종을 물었다. 그가 대답하기를 ‘폐하, 저도 사람인데 왜 저라고 나라의 보물을 만질 때마다 유혹을 받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그러나 제가 비천한 목동이었을 때 그리고 그렇게 평생을 살아가야 했을 때, 폐하께서 저를 불러주시고 은혜를 베풀어 주셔서 지금의 이 자리까지 올 수 있었습니다.
그곳에 있던 옷과 신발은 목동이었을 때 입고 신었던 것이고, 매일 같이 유혹을 받을 때마다 그곳에 가서 저의 옛 모습을 기억하면서 그 유혹들을 이길 수 있었습니다.’라고 고했다.” 
「왕과 목동」에 관한 우화다. 초심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따로 변화와 혁신이 필요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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