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인증제 무용론’…가금업계 전체로 확산

심사기준 환경시료 추가
축분에서 농약성분 검출
부적합 판정사례 잇따라
‘현장과 괴리된 제도’낙인

유기사료를 쓰지 않는 한
해결방법 없다는 게 문제
사료 원료 대부분 외국산
산란계 농가 절반이 반납

‘무항생제’ 닭고기산업도
이대로 가면 치명타 우려
배합사료와 동일한 수준
환경검사, 축분 삭제해야

 

살충제계란 사태로 촉발된 친환경인증 논란의 여파가 가금업계 전체로 확산되고 있다.

지난해 8월 살충제계란 파동 이후 친환경인증농가의 신규·갱신 심사기준에 환경시료 검사가 추가됐는데, 축분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는 사례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대표사례는 전 양계협회장인 오세을 씨다.

오씨 농장의 인증 갱신과정 중 축분에서 농약성분인 피페로닐부톡사이드 0.0056mg과 피리미포스메틸 0.0035mg이 검출된데 따른 것.

이에 인증기관은 무항생제 축산물 표시제거 및 시정명령을 내렸고, 오 씨는 “우리 농장은 농약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농약이 검출될 리 없다”면서 “사료나 보조사료 등 외부적 요인에 의해 농약성분이 검출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오 씨는 자비를 들여 농장에서 사용하는 4개사 사료에 대한 성분분석을 의뢰했고, 그 결과 4개사의 사료 모두에서 계분과 동일한 성분인 피페로닐부톡사이드와 피리미포스메틸이 검출됐다.

문제는 이처럼 축분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돼 부적합 판정을 받는 경우가 많다는데 있다.

산란계뿐 아니라 육계와 오리의 축분에서도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으며, 일부 농가에서는 깔짚에서도 농약성분이 검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사료내 농약성분 불검출 현실과 괴리

육계협회에서 실시한 배합사료의 농약성분 검사결과가 이의 반증.

육계협회 회원사에서 사용하고 있는 배합사료 10종을 수거해 정부 공인시험기관에서 검사를 의뢰한 결과, 사료 10종 모두에서 허용기준치 이내의 농약성분이 검출됐다.

문제는 3개월 안에 시정명령을 이행하지 못하면 친환경인증을 취소당할 수밖에 없다는데 있다.

유기사료를 공급하지 않는 한 별다른 시정책이 없는데, 사료에서의 농약성분 불검출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사료원료로 수입되는 사료용 곡물과 국내에서 사료원료로 공급하는 잉여곡물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고 있다는 것.

실제 N사에서 배합사료 원료 8종과 배합사료 1종에 대해 실시한 검사에서도 8가지 원료 중 6가지에서 허용치 이내의 농약성분이 1~3종씩 검출됐고, 해당원료로 제조한 배합사료에서도 2종의 농약성분이 검출됐다.

때문에 사료원료인 곡물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상황에서 사료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을 수는 없다는게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업계관계자는 “사료원료는 외국에서 한 달 이상 배를 타고 들어오기 때문에 살충제나 보존제 처리를 할 수 밖에 없다”면서 “같은 이유로 국내 사료관리법에서도 피페로닐부톡사이드 30ppm, 피리미포스메틸 5ppm, 비펜트린 0.5ppm 등 사료 내 농약성분에 대한 허용기준치가 설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농약 성분이 사료에서 유래됐다는 것에 대한 입증도 농가들의 몫이다.

불가항력적 요인에 대한 입증은 축분에서 검출된 성분과 사료 등에 잔류하는 농약성분이 일치하고 해당성분이 사료 관리법 등 관계법령에 적법한 경우에 한해 인정되는데, 이를 입증하기 까다로운데다 비용도 만만치 않아 일반농가가 하기엔 무리가 있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 산란계농, 케이지 잔류농약도 심각

산란계농가들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배합사료 이외에도 산란계 케이지에 잔류하던 농약성분이 축분으로 배출될 확률도 있기 때문이다.

문제시 되는 성분은 피프로닐의 대사산물인 피프로닐 설폰.

특히 피프로닐 설폰은 단순 물 세척만으로 제거되지 않고 오랜 시간 농장에 잔류하는 것으로 알려져 대부분의 산란계농가에서 검출될 우려가 높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6월 친환경농가 유기합성농약 사용금지 고시개정 전에는 피프로닐 관련성분이 함유된 자재를 허가 내주고 관납으로 공급해 대부분의 농가에서 합법적으로 사용했다는 것.

게다가 피프로닐 설폰은 물에 거의 녹지 않는데다 오염 후 수년이 경과해 농장 시설물에 침착된 까닭에 지속적으로 계군들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모니터링 희망농가 98개소에 대한 오염도 조사결과, 네덜란드 기준인 100㎠ 당 1㎍를 초과한 농가가 75개소(77%)로 드러났다.

때문에 친환경인증을 받은 산란계농장 720여 개소 중 절반 이상의 농가가 양계협회에 인증서 사본을 반납했으며, 인증 갱신을 포기하는 농가도 상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 본래 취지 살리는 방향으로

따라서 전문가들은 ‘친환경인증’에 대한 제도개선이 절실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살충제계란 사태 전에는 전체 70% 이상의 산란계농장이 친환경인증을 받을 정도로 활성화된 제도였다는 것.

또한 그간 선도적으로 정착된 무항생제 닭고기 산업에도 치명타가 우려되는 만큼 제대로 가다듬어 본래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방향으로 가는 게 옳다는 것이다.

사람이 직접 먹는 농산물에서도 인체에 유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농약성분을 허용하고 있다는 것.

또한 배합사료와 사료에서도 농약성분이 검출되는 여건 하에 축분에서 농약성분이 극미량이라도 검출되어선 안 된다는 기준은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최종산물인 계란과 닭고기에서는 농약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것도 한 이유다.

실제 무항생제 닭고기를 생산하는 업체 7곳의 닭고기를 수거해 농약성분 328종에 대한 검사를 실시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농약성분이 검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 한 업계 관계자는 “최종산물인 계란이나 닭고기에서 농약성분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에는 백번 공감하지만, 닭똥에서 농약성분이 나오지 않아야 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면서 “소비자들이 계란이나 닭고기를 먹지, 닭똥을 먹는 게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따라서 환경시료 검사시 현행 ‘불검출’에서 ‘배합사료와 동일한 수준으로 허용’으로 기준을 완화하고, 친환경인증 신규 및 갱신과정에서 실시하는 환경검사 중 축분에 대한 검사 조항을 삭제해야 한다”면서 “정부가 환경시료 검사를 계속 고집할 경우 과거의 사육방식으로 회귀해 항생제 오남용으로 국내 양계산업의 경쟁력 약화는 물론 친환경산업을 포기해야 할 것이 자명하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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