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판단 농장 망치고
산업 발전에 큰 영향 끼쳐
축산 전체를 보는 안목과
새로운 지식 현장 접목을

이론·현장 균형 있게 봐야
농가 생산성 향상을 기대
정기적 교육 역량 높이고
자기 계발 노력 유지토록

 

역량 있는 전문 컨설턴트 한 명이 축산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은 상상을 초월한다. 컨설팅이란 의사가 사람을 진료하듯, 가축과 시설 전반을 살펴 예방과 치료를 조치하는 일련의 활동이다. 전문적인 의견이나 조언을 해야 하는 위치에 있는 컨설턴트의 잘못된 판단은 한 농장을 망치는데 끝나지 않고 때론 산업 전체에 큰 영향을 주게 된다.

컨설턴트가 끊임없이 자신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이유다. 문제를 해결하는데 열정을 갖고 책임을 다하며, 남다른 추진력과 노력이 있을 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오랜 기간 한돈산업 현장에서 전문가로 활약하고 있는 안기홍 컨설턴트(안기홍 양돈연구소 대표)를 통해 축산 전문 컨설턴트의 역할과 역량 강화 방안을 살펴봤다.

 

# 컨설턴트의 자세

“양돈 컨설턴트는 양돈의 전반을 볼 수 있어야 합니다. 전공분야와 관련된 복수의 부전공(사료·환기·자본운영·돈사·오폐수 등)이 있는 것이 좋습니다. 양돈장 사장들에게 새로운 시설이나 운용 방법의 변화로 얼마만큼의 이득을 줄 수 있다는 계산을 보여줘야 합니다.(중략) 컨설턴트는 지식을 팔아야지 특정 물건(약·사료)이 개입되면 공정한 자문을 하지 못할 때가 많으니 유의하세요. 항상 공부해서 양돈장에게 새로운 지식을 줄 수 있는 교육자가 되어야 합니다.”

안기홍 대표가 컨설턴트로 독립하기 전인 1996년, 세계적인 양돈 질병분야의 석학인 미네소타대학 주한수 박사가 제시한 전문 양돈 컨설턴트가 지켜야 할 기본 원칙이다. 안 대표는 20여 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주박사의 가르침을 잊지 않고 지키고 있다. 기본 원칙에 철저했기 때문일까? 돼지 키우는 사람 중 ‘안기홍’이란 이름을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로, 지금은 국내 양돈 대표 전문 컨설턴트로 자리를 확고히 하고 있다.

안기홍 대표는 이론과 현장 경험을 적절하게 활용하는 컨설턴트다. 컨설턴트는 이론과 현장에 대해 균형 있게 알아야 한다. 이론적인 배경은 풍성하지만 현장 경험이 없는 컨설팅은 적용 과정에서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반면 자신의 경험만이 해법이라고 고집하는 경우도 빠른 환경변화를 따라가지 못해 오류가 발생할 수 있다.

안 대표는 서울대 축산학과를 졸업, 건국대에서 석, 박사과정을 마치고 박사논문만 남겨놓고 있다. 양돈업계에 종사한지 40년 가까이 되지만 끊임없이 배우는 자세로 지난해 2월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젊은 시절 제일농장 부설 한국축산과학연구소를 거쳐 남부햄 송탄농장, 팜스코 양돈 계열사업을 담당했고, 도드람양돈농협 설립 초창기인 1992년부터 기술지원이사, 도드람양돈연수원 교수부장 등을 역임하며 돼지사육 이론부터 현장까지 두루 섭렵했다.

도드람양돈농협 근무 당시 전산프로그램인 ‘데이타피그’를 도입해 데이터를 기준으로 농가컨설팅을 실시했다. 국내 데이터 기반 컨설팅의 원조라 할 수 있다. 일주일마다 농가의 생산 자료를 받아 분석해 생산성 향상에 도움을 줬다. 안 대표는 “양돈농장에서 나온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컨설팅을 도드람이 처음 실시 한 것”이라며 “당시 제 별명이 안기홍 기술부장을 줄여 안기부장으로 불렸다. 농장 대표들보다 그 농장의 데이터를 잘 알고 있다는 의미도 있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1997년 프리랜서 양돈 전문 컨설턴트로 독립했다. 축산 전문 컨설턴트 1세대이다. 이후 대한양돈협회 전무(2001년~2003년), 양돈연구회 회장(2008~2010년) 등을 거치며 양돈업계에 지도자로서 자리매김 하게 됐다. 현재는 안기홍 양돈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안 대표의 주요 컨설팅 분야는 △양돈장 경영 △사양관리 △교육&프로그램 기획 △계열화 △돼지고기 브랜드 △일본연수 기획 △리모델링 등이다. 일본 연수는 돼지고기 브랜드와 6차산업과 관련해 100회 이상 다녀왔다.

# 컨설턴트 육성 방향

국제노동기구(ILO)는 컨설팅을 조직의 목적을 달성하는데 경영·업무상의 문제점을 해결하고, 새로운 기회를 발견·포착하고 학습을 촉진하며, 변화를 실현하는 관리자와 조직을 지원하는 독립적인 자문서비스라고 정의한다.

컨설턴트는 농장의 경영·업무상 해결해야 할 문제나 과제에 대해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조언과 지도를 해주는 전문가다. 역할을 살펴보면 △사실 상황 분석 △문제 진단과 전문 해결책 모색 △실행 계획 개발 △농장 변화 계획·관리 △농장 대표와 직원 훈련 △개인적인 카운슬링(상담 활동) △새로운 아이디어나 방법 제시 △전문 정보와 자료 제공 △새로운 제도의 도입 적용 등이 있다.

이를 위해 컨설턴트는 현장 경험이 있어야 하고 정기적인 교육을 받아 역량을 업그레이드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국내는 물론 해외 연수도 받아야 한다. 끊임없이 자기 공부와 개발을 해야 한다.

안 대표는 이러한 역량 강화 노력이 없을 경우 제대로 된 컨설팅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양돈장에 대한 전체적인 흐름을 알아야 하고, 선진 기술도 먼저 습득해야 한다. 이론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현장 지식을 익히고 있어야 한다. 현재는 이러한 노력을 컨설턴트 혼자 감당해야 한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이어 “한돈산업에 영향이 큰 컨설턴트의 역량 강화와 육성을 위해 정부나 생산자단체가 나서야 한다”며 해외나 국내 선진 축산농장 연수 시 컨설턴트를 의무적으로 포함 시키는 방안을 제시했다. “컨설턴트 등 전문가 양성을 위한 지원 효과는 한돈산업 발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또한 “전문 컨설턴트의 장점과 영향력을 알고 있는 선진국들은 컨설턴트의 역량 향상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우리나라는 관련 지원이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컨설턴트의 위치도 명확하지 않다. 양돈 컨설팅이 국내에서 전문 영역으로 자리를 잡을 수 있다면 양돈 사업의 전문적인 지원과 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후배 컨설턴트들에게

안 대표는 “컨설턴트는 ‘이 농장을 변화시켜야 한다. 이것은 나의 사명이다’라는 열정을 가져야 한다. 열정만으로는 인정을 받을 수 없지만, 컨설턴트가 열정이 없으면 변화를 이끌기 어렵다. 열정이 다양한 능력과 함께 효과를 일으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컨설턴트는 농장 대표들에게 여러 시사점을 제시하고 업계 발전을 위해 때론 농림축산식품부 등 정부의 정책 마련에도 조언을 해야 한다”며 “한돈산업을 올바른 방향, 나아가 강해지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이를 위해 자기 역량을 강화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전했다.

또한 “현장에서는 밀사나 환경적인 개선 요인이 많다. 그러나 밖으로 드러난 사항만을 보고 처방하게 되면 근본적인 개선이 이뤄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며 “밀사야 말로 냄새·품질·성장·질병 등에 복합적으로 악영향을 주는 근본원인이 되고 있다. 밀사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수립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안 대표는 끝으로 “컨설턴트는 자기공부와 고객농장의 성장은 물론, 산업의 지속적인 발전을 위한 노력을 계속하여야 한다. 이러한 기본 원칙이 지켜질 때 나도 고객도 사업도 함께 발전할 것이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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