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000여 년 전쯤, 시사(Sissa)라는 이름의 수학자이자 발명가가 체스 게임을 발명했다. 그가 왕에게 체스를 선보이자 왕은 너무나 감탄한 나머지 그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 한 가지 보상을 해 주겠노라 말했다.

그러자 시사는 왕에게 이렇게 요구했다. “쌀 한 알을 체스 판의 첫 번째 칸에, 두 알을 두 번째 칸에, 그 다음 칸에는 네 알을, 또 다음 칸에는 여덟 알을 놓아서 주십시오”라고. 즉 한 칸 넘어갈 때마다 쌀을 두 배(제곱)로 늘려서 놓아달라고 한 것이다.

 

변화, 극적인 속도로

왕은 잠시 생각하고는 이를 승낙했다. 그리고 속으로는 쌀처럼 시시한 것을 요구한 것에 대해 몹시 무례하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왕인 데, 멋진 집 하나 못지어 주려니 하면서 못마땅해 하며 투덜댔다.

어쨌든 왕은 약속을 지키기 위해 신하 한 명을 불러 쌀이 얼마나 필요하겠느냐고 물었다. 대답을 들은 왕은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첫 칸에 한 알이었던 쌀을 두 배씩 늘려 가면, 마지막 칸인 64번 째 칸에 가서는 오늘날 전 세계에서 생산되는 총 생산량의 1000배에 달하는 쌀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에베레스트 산의 높이보다도 많은 양의 쌀이었다.

구글 엔지니어링 디렉터이자 저명한 발명가 겸 저자인 레이 커즈일(Ray Kuzweil)은 ‘체스판의 나머지 반쪽’이라는 개념을 제시했다. 체스 판의 나머지 반쪽에 놓인 쌀의 양이 불어나는 듯한 급격한 성장속도를 일컫는 말이다.

21세기를 사는 우리 모두는 지금 이 나머지 반쪽의 체스 판위에 오른 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만큼 변화가 더 극적으로 가속화 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를 사는 많은 이들이 테크놀로지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는 ‘무어의 법칙(Moore's Law)’을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무어의 법칙이란 테크놀로지 프로세스의 속도가 18개월마다 두 배씩 증가한다는 가설이다.

‘일의 미래’와 ‘협력적 기술’이 업무 방식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는 것으로 세계적 권위자인 제이콥 모건이 그의 저서 「다가올 미래」에서 언급한 이야기다.

세상이 얼마만큼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지에 관해서 일반인들은 거의 지각하지 못한다. “어? 언제 이렇게 변했지?”라고 느낄 때는 이미 변화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인지하지 못할 정도의 빠른 속도라는 말이다.

 

수단을 모르고서야

최첨단 IT산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이 정도라면 산업계에서는 말할 것도 없고, 가축을 사육하는 농가의 입장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수십 년 동안 사육해온 방식과 축산을 둘러싼 환경 변화를 이해하기란 거의 불가능한 상태다.

그러니 농가의 입장에서는 약간의 노력으로는 도저히 따라갈 수 없기에 그것이 산업 밖의 시선으로 ‘떼쓰기’라고 보일지라도, 정부에 매달리고, 자신들을 이익과 권리를 대변한다는 농업협동조합의 역할에 더 기댈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농협도 별다른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한 상황이다. 20세기 초반의 이념을 강조하면서 정신무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한, 21세기에 바람직한 농협상은 요원할 뿐이다. ‘하면 된다’는 군대식 정신교육은 뚜렷한 목표의식을 심어주는 것은 맞지만, 수단을 모르는 상태에서는 백약이 별무효과다.

‘판매농협’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조합원이 생산하는 농축산물을 제값에 팔아주기’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고 갑자기 농협이 제 역할을 다한다고 할 수가 없다. 농가소득 5000만원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세부적이고 체계적인 방식이 필요하다.

회장을 비롯 농축산경제 대표들이 농번기를 맞아 고작 하루 동안 논과 밭 그리고 축사에서 봉사활동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온갖 행사에 쫓아다니면서 사진을 찍고 “우리가 이렇게 현장에서 농가를 위해 일하고 있다”고 홍보를 하는 것은 일회성 ‘호들갑’이지 그 이외의 의미는 없다. 게다가 농가가 순수하게 농업소득 1000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농업 외 소득으로 소득 5000만원을 달성한다면 그것은 ‘농업인’이라고 부를 수 없다. 그것은 농업을 더욱 폄훼하는 일이다.

 

유기적 협력 필수적

테크놀로지의 발전은 정형화된 틀에 상당한 붕괴를 일으키고 있다. 2008년 7월자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에 실린 ‘경쟁력의 차이를 만드는 IT에 투자하기’라는 기사에서 앤드류 맥아피 등은 IT기업에 대한 2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설명했다.

첫째는 실적 상위 25%에 해당하는 기업들과 하위 75%에 해당하는 기업들 간의 격차가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들은 이를 ‘승자와 패자’라고 언급했다.

둘째, 이러한 맥락에서 개인들 간의 소득격차 또한 점점 심화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은 “급변하는 시장에서는 한 해에 최고의 실적을 거둔 기업이 그 다음 해에도 그 자리를 지킨다는 보장이 없다. 올해 10위인 기업이 그 다음 해에는 1위로 껑충 뛰어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10년 전의 일이다.

이런 급변하는 상황에서 농협을 바라보면, 대한민국의 농업과 농촌을 대변한다는 ‘거대한’ 농협은 과연 어떤 위치에 있는지 뼈저린 자성이 필요한 때다.

5000만원의 소득은 농협중앙회 혼자의 힘으로 불가능하다. 현실 가능한 목표와 일선 농축협들과의 경쟁이 아니라 유기적인 협력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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