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발생할 때마다 폐사체나 살처분 장면에 눈살을 찌푸리게 됩니다. 혐오스런 장면보도를 자제해야 합니다”

오리협회 오미선 대리의 주장이다.

실제 국내 언론은 AI나 FMD 등의 질병이 발생할 때마다 가축의 폐사체나 살처분 장면까지 여과 없이 보도하고 있다.

마대자루에 담겨 머리만 내민 채 카메라를 응시하는 오리나, 죽어서 산처럼 쌓여있는 닭들, 살처분 구덩이에 들어가지 않기 위해 온몸으로 저항하는 돼지 등은 종사자가 보기에도 소름 돋고 불편한 장면들이다.

현장의 상황은 더욱 끔찍하다.

실제 살처분에 투입된 인력들과 이를 지켜본 농장주들은 극심한 트라우마를 호소하고 있으며, 지난 2011년에는 살처분 작업에 투입됐던 축협직원이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자살한 일도 있었다.

문제는 이처럼 혐오적이고 충격적인 보도들이 시청자들에게 간접 경험을 통해 유사한 스트레스를 준다는데 있다.

이같은 뉴스를 지속적으로 접하게 될 경우 축산업 전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소비심리를 떨어뜨리는 결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오미선 대리의 말처럼 시청자들은 정확한 정보를 알 권리도 있지만 잔인하고 충격적인 장면을 보지 않을 권리도 있다.

그렇다면 일본은 어떨까. 지난 1월 일본에서도 AI가 발생했지만 일본의 방송은 국내 방송과는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방역복을 입은 사람들과 축사외부 전경, 소독이나 회의 장면 등이 대부분으로, 폐사체나 살처분 장면 등 자극적인 영상을 내보낸 방송사는 단 한 곳도 없었다.

아이러니한 점은 축산물 소비가 바닥을 찍으면 소비촉진을 위해 유명인사들이 해당 축산물을 시식하는 장면을 앞 다퉈 보도한다는데 있다.

“소비자들에게 온갖 혐오감을 심어준 뒤, ‘국내 축산물은 안전하니까 많이 드시라’는 말은 시청자를 우롱하는 처사”란 그의 말에는 울림이 있다.

축산업을 죽이는 부정적인 보도는 중단해야 한다.

산업 전체에 부정적인 인식이나 오해를 살만한 불편한 진실들은 굳이 긁어 부스럼을 만들 필요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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