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소 맞춤형 정액 선택…근친지수 각별 신경

요양차 귀촌해 번식 전문가로
‘육질·육량’ 방향 설정 정확히
번식우군 전체가 혈통 등록우
씨수소 육질능력 계산해 교배

 

승리봉농장 김광래 대표<사진 아래>는 적지 않은 나이에 축산에 합류한 늦깎이 축산인이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중견기업에서 직장생활을 했던 김 대표는 건강상의 이유로 사표를 내고 지난 2000년 고향인 충북 제천으로 낙향했다.

그는 요양을 위해 현재 농장 자리인 송학면 포전리에 터를 잡고 건강을 돌봤다.

물 맑고 공기 좋은 제천에서 건강을 회복한 그는 2년여 뒤에는 일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몸 상태가 호전됐고 ‘여기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뭘까’ 고민하다가 소를 키우기로 마음먹었다.

 

# 좁은 부지 탓 ‘번식농장’ 택해

김 대표는 가축시장에서 혈통등록우 송아지 5마리를 구입하는 한편, 농장에서 정면으로 보이는 봉우리인 ‘승리봉’의 이름을 따 ‘승리봉농장’으로 농장명을 짓고 본격적인 한우사육에 뛰어들었다.

이렇게 그의 인생 제2막이 시작됐다.

송아지를 직접 사기도 하고 번식시켜 두수를 늘리다보니 금세 사육두수가 늘어났다.

하지만 처음부터 농장을 하려고 부지를 매입한 것이 아니다 보니 두수를 무한정 늘릴 수는 없었다.

“땅이 좁아서 농장 확장이 불가능했습니다. 비육을 할 만한 여건이 안 된 것이죠”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여있는 농장 부지의 특성상 더 이상의 확장은 어려웠고, 사육규모를 늘리기 위해선 농장 이전 말고는 별다른 대안이 없었다.

고민 끝에 그는 승리봉농장의 경영방식을 ‘번식전문’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 때부터 그는 번식우 개량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했다.

 

# 개체별 유전능력 고려해 계획교배

개량을 시작하면서 가장 주안점을 둔 부분은 개체의 유전능력이다.

‘작은 소는 크게, 등급이 낮은 소는 높게 만드는 것이 개량’이라는 김 대표의 지론처럼 개체의 능력을 정확하게 알아야 후대의 개량방향을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가령 번식우의 체형이 작을 경우 도체중과 등심단면적이 높은 정액을 선택해 체형을 키우고, 등지방두께가 두꺼울 경우 근내지방도가 낮은 정액을 선택해 두께를 낮췄다.

특히 그는 개량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선 정확한 개량의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개량의 목적이 ‘육질’인지, 아니면 ‘육량’인지, ‘육질’과 ‘육량’ 모두 인지 등 정확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혈통등록과 고등등록을 개량을 위한 자료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혈통증명서에 기재된 도체중·등심단면적·등지방두께·근내지방도 등의 성적과 씨수소의 유전능력을 계산해 계획교배를 실시한다는 것이다.

그는 “사람이 주민등록번호를 통해 신원을 조회하듯 소도 마찬가지”라며 “우수한 암소 생산을 위해 혈통등록은 필수불가결한 요소”라고 덧붙였다.

실제 승리봉농장은 혈통등록우 50두, 고등등록우 18두, 우량암소 2두 등 번식우군 전체가 혈통등록우로만 조성돼있다.

 

# 근교계수 고려해 정액 선택

정액 선택 시에는 근친지수에 특별히 신경쓴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축산과학원의 ‘한우계획교배’와 종축개량협회의 ‘한우개량정보’ 어플리케이션을 적극 활용한다.

사용법도 간단하다. 어플을 실행하고 개체등록번호 12자리를 입력하면 암소의 유전능력을 계산해 개량 목표에 맞는 최적의 정액을 선택할 수 있다. 이때 근교계수가 낮은 정액을 선택하면 실패확률이 적다고 그는 덧붙였다.

그는 이에 만족치 않고 ‘한우씨수소’ 안내책자를 정액선택과정에 함께 활용한다.

그는 “가장 좋은 정액은 비싼 정액이 아니라 내 소에 맞는 정액이 가장 좋은 정액”이라며 “번식우와 씨수소의 능력을 바탕으로 정액 선택에 5분만 투자하면 송아지의 성적과 수익이 달라진다”고 강조했다.

다만, 초산인 암소의 경우 도체중 7 이하, 등심단면적 4 이하의 정액을 선택해 난산이 되지 않도록 하며, 2산부터 번식우의 자질을 보고 인공수정을 실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첫 수정은 생후 14~15개월경, 35년 경력의 승리봉농장 전담 인공수정사가 실시하고 있다.

 

# 후대검정 위해 7산 이상 고집

승리봉농장은 고능력우의 경우 10산 이상까지 끌고 간다.

“다산우의 경우 출하가격이 떨어진다는 이유로 3산 이후 비육시켜 출하하는 경우도 많지만, 이는 잘못된 선택”이라는 김 대표는 “산차를 길게 가져가야 후대검정을 통해 육질 등급이 잘 나오는 번식우를 판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승리봉농장의 최고령 암소는 11산차인 2005년 4월 13일생이다. 후대의 육질이 우수해 아직도 번식우로서 손색이 없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개량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다양한 컨설팅사업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또한 지자체에서 실시하는 우량암소집단화사업에 참여해 저능력우는 도태하는 등 우량 송아지 생산기반을 다지고 있다.

이 같은 그의 노력 덕분에 승리봉농장의 송아지는 일반농가의 송아지보다 높은 가격에 판매되고 있다.

일반 송아지가 100만원이라고 가정한다면 승리봉농장의 송아지는 약 200~300만원에 판매된다는 것이다.

그는 “이것이 개량의 힘”이라며 “똑같이 키워도 출하가격은 800만원부터 1천200만원까지 천차만별”이라고 덧붙였다.

 

# 방목장 운영해 번식장애 예방

번식전문 농장인 만큼 수태율과 번식장애를 줄이기 위한 관리도 철저하다.

살이 찌면 발정이 잘 안 오기 때문에 몸무게의 1.5~1.8% 급여를 원칙으로 자동목걸이를 설치해 개체별 사료관리를 실시한다.

100여 평의 방목장을 운영하는 점도 눈여겨볼만 하다.

햇빛은 비타민 D를 합성하는데 도움을 주어 정상적인 발정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방목장에서 햇볕을 쬐는 한편 번식우의 운동량을 최대화 해 번식장애를 예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정적기에 인공수정을 실시하는 것도 수태율을 높이는 방법 중 하나다.

이를 위해 농장에 CCTV를 설치해 발정행동을 관찰하는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또한 발정이 와도 12시간 정도는 외관상 확인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아침에 발정을 발견한 경우는 오후에, 저녁에 발견한 경우는 다음날 아침에 수정을 실시한다.

이와 함께 그는 털의 상태로 소의 건강상태를 체크한다. 털이 꺼칠해진다는 것은 곧 영양소가 부족하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에 비타민 등을 급여해 건강을 유지토록 한다.

 

# 꾸준한 관찰과 기록이 ‘답’

가장 중요한 것은 ‘관찰과 기록이 답’이라고 김 대표는 말한다.

번식기록을 얼마나 정확히 작성하느냐에 따라 개량의 속도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는 수시로 농장을 둘러보며 한 마리 한 마리의 상태를 일일이 기록한다.

비교적 짧은 기간 동안 개량의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비결도 기록에서 비롯됐다.

이 같은 그의 노력은 사무실에 비치된 기록부에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록부에는 번식우의 개체번호와 생년월일·정액번호·수정일·분만예정일·재발정예정일 등이 꼼꼼하게 적혀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그는 보증씨수소 생산에도 도전할 방침이다. 10월 현재 후보씨수소 후보에 대한 4대 질병검사를 마치기도 했다.

그는 “우량암소 생산을 통해 개량의 힘을 보여주겠다”며 “가일층 분발하겠다”는 뜻을 피력했다.

작지만 짜임새 있는 농장을 위한 김광래 대표의 도전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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