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를 채택하고 있는 모든 나라들은, 초기에 이윤추구만을 목적으로 한 부도덕한 기업들이나 상인들이 판치는 ‘천민’ 자본주의나 황금만능주의의 부작용을 겪는다.

물건을 팔고난 후 그 물건을 산 소비자가 불량제품으로 고생하는 것에는 항상 나몰라라로 대응했다. 첨가해서는 안되는 물질들을 제품에 사용하고도 버젓이 소비자들을 우롱하고, 함량을 속이고, 성분을 전문용어로 가린다.

개별적이고 전문적이지 못한 소비자들은 ‘호갱’으로 치부된다. 어디에 하소연할 때도 없다. 소비자단체는 이러한 소비자들의 권리와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소비자의 권리 대변

그렇다면 소비자의 권리란 무엇일까? 1962년 미국의 케네디 대통령은 소비자 보호 특별교서로 안전의 권리, 알 권리, 선택의 권리, 의견을 말할 권리 등 소비자의 4개 권리를 천명했다. 이후 이에 따른 제도상의 권리를 크게 ‘소비자의 권리’라고 지칭해 오고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우리나라 최초의 소비자운동 전문민간단체로 설립됐다. 30여년 동안 소비자연맹은 우리나라의 소비자운동을 주도해 오면서 소비자고발센터의 운영을 통한 직접적인 피해구제는 물론 소비자피해보상규정의 확립과 소비자보호법 제정 등에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부도덕한 기업이나 상인들로부터 피해를 입고도 가슴앓이만 해오던 소비자들은 이제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주장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환경이 조성되면서 소비자단체들이 줄줄이 탄생했다. 소비자TV, 소비자시민모임, 소비자재단, 기업소비자전문가협회, 소비자연구소 등등 소비자의 파워가 강력해졌다.

이런 덕택에 이제는 어떤 기업도 소비자들을 이전과 같이 대할 수 없다. 인터넷과 SNS를 통해 광속의 속도로 불매운동이 확산되면 그 타격에서 벗어나기에는 많은 노력과 자금이 소요된다. 한 번 ‘찍히면’ 존립까지 힘들어지는 세상이다. 소비자단체의 힘은 그에 편승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상태다.

축산업에서도 소비자단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이전과 사뭇 다르다. 축산물브랜드 경진대회는 물론 도축장의 평가까지 소비자들의 참여가 필수적이 됐다. 이는 시대적 흐름이기도 했지만 사실 정부의 정책이나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에서 비롯됐다고 볼 수 있다.

 

정부 불신에서 시작

공무원에 대한 불신은 각종 평가의 과정을 불신하는 결과를 초래했기에, 객관성을 유지한다는 의미에서 소비자들의 참여가 자연스럽게 이뤄졌다.

정부와 생산자들이 어떤 행사를 개최하거나 정책을 수립하더라도 항상 ‘자신들만의 리그 또는 잔치’라는 평가 절하를 받음으로써, 생산하는 축산물을 구매하고 소비하는 소비자들의 참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떤 생산자단체에도 소비자단체의 회장이나 간부가 어떤 직책으로든 끼여 있게 됐다. 하지만 그렇게 참여한 단체에서 그들이 그 단체의 흐름에 제동을 걸고, 이미 짜여진 계획에 수정을 가하게 했다는 말은 들어본 적이 없다.

오히려 거수기 노릇이나 하면서 높은 대우를 받고 그 단체의 행동에 ‘객관성’을 부여하는 부조리에 일조하고 있다는 주변의 평가를 심심치 않게 듣곤 한다. 그때마다 함께 들리는 말이 “소비자단체가 갑질한다”다.

이들이 당연직 이사를 맡고 있는 기관·단체들은 임기가 만료되어도 이사를 변경할 수 없는 경우도 있다. 자발적으로 내려놓지 않는 경우에는 같은 사람이 계속 자리를 맡고 있을 뿐만 아니라 임의대로 처리할 경우에는 파생되는 파문이 만만치 않다.

지난달 27~29일까지 3일간 aT센터 제1전시장에서 열린 ‘대한민국 소비박람회’는 그 과정에서부터 지금 소비자단체가 얼마나 강한 파워를 가지고 있는 지를 잘 보여준 사례다.

‘소비자가 이끄는 생산자 세상’이라는 슬로건도 이해가 되질 않지만, 연말 예산이 없는 단체에 부스 참여를 강매하면서 “내년 예산으로 정산해도 된다”고 방법까지 알려줄 정도다.

한 단체장은 소비자 단체장들에게 최근 관련 산업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도움을 청할 기회를 얻는 대가로, 터무니 없는 박람회 부스 참가를 요구 당하기도 했다.

 

부스 강매 ‘갑질’까지

한 소비자단체는 각 기업들로부터 협찬 받은 물품을, 임의의 가격으로 판매해 수익을 창출하기도 했다. 박람회에 참여한 한 단체의 관계자는 “어떻게 소비자단체가 이럴 수가 있느냐”면서 “해도 너무 한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이날 박람회 조직위원회는 초대의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소비자가 이끄는 생산자 세상, 소비가 제2의 생산이 되는 건강한 소통의 장, 우수 제품의 장, 행복한 미래의 장을 열어봅니다. 소비자는 다양한 소비 정보를 접하며 체험하고, 우수 제품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생산자는 소비 트랜드를 파악하고 좋은 제품을 뽐낼 기회가 있습니다.”

하지만 박람회 개최까지의 과정을 알면 소비자단체까지도 자신들의 힘을 이용해 기관·단체를 겁박하나 하는 한숨이 절로 나온다.

이들은 뭔가 착각하고 있다. 소비자는 생산자와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생산자도 제품을 구매하는 소비자의 일원이다.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함께 고민해야 할 동반자임을 모르는 걸까?

소비자단체도 이젠 초심을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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