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년 동안 정부를 비롯한 축산업에는 ‘지속 가능한’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도대체 지속 가능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지, 지속 가능하지 못한 산업은 어떤 것인지에 대한 성찰도 없이 너나 할 것 없이 입버릇처럼 쏟아내는 행태는, 또 유행처럼 사라지지 않을까 염려되는 일이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중학교 사회과목에 이렇게 쓰여졌다.

“지속 가능한 발전은 미래 세대가 그들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현재 세대의 필요를 충족하는 발전을 의미한다. 전제조건은 지구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인구 증가와 경제 성장이 이뤄져야 한다.

실천방법은 생존에 필요한 깨끗한 환경을 유지한다. 지속 가능한 생산 방법을 통해 경제 발전을 달성한다. 사회적 평화와 인권, 자유, 평등을 보장한다. 정의롭고 민주적인 사회를 실현한다.”

 

정말, 지속 가능 할까?

 

그럼 어떤 노력을 해야 할까. 먼저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 방지다. 대체 에너지와 신·재생 에너지를 적극적으로 개발하고,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둘째, 인간과 자연의 공존이다. 현재와 미래 사회에 대한 주인 의식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인간 중심적인 사고방식에서 벗어나 인간과 자연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셋째, 환경 관련 정책 마련이다. 환경 영향평가, 오염물질 배출량 관리, 친환경 산업 육성 등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려한 정부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넷째, 이를 위한 국제적 차원의 협력이다. 환경 문제는 전 지구적 차원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세계 각국이 환경 보호를 위해 협약 등을 맺어 서로 협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속 가능’을 현재의 대한민국 축산업에 접목시키면 정말 지속 가능해지는 걸까?

축산업의 생산액이 18조에 이르고, 농업 생산액의 43%, 농업 생산액 규모 상위 10대 품목에 전체 축종이 모두 끼여 있고, 부동의 국민 주식인 쌀이 1위 자리를 축산에 내주고 있는 상황을 지켜보면서 축산인들은 자부심을 표명한다. 그리고 그에 걸맞는 대우를 해달라고 정부에 요구한다.

축산업이 국가 경제에 얼마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지는, 긍정적인 시각에서 온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시각을 통해 인지됐다.

 

부정적 시각서 출발

 

농업의 일부분에서 떨어져 나와 조금씩 척박한 환경을 이겨내며 자리잡아온 축산업은, 값싼 외국산 냉동육으로 지방과 단백질을 공급받아온 국민들의 건강 수준을 높여온 것이 사실이다. 그렇게 아름아름 하나의 산업으로 성장한 것을 대다수의 국민이나 축산인들이 비로소 느낀 것은, 다름 아닌 2010년 11월 발생한 ‘안동발 FMD 재앙’에서였다.

‘안동발 FMD’는 국가나 축산농가 모두에게 재앙이었다. 350만 마리에 가까운 소·돼지가 땅에 묻혔다. 3조원이 넘는 국가 예산이 사라졌다. 진원지 안동은 마치 전쟁 중 소개된 듯 죽은 도시가 됐고, 생계형 축제가 줄줄이 취소되는 등 간접 피해도 엄청났다.

고품격 한우브랜드나 우수한 돼지를 만들기 위해 흘린 수십 년의 땀도 모두 허사가 됐다. 방역에 투입됐던 공무원들은 불의의 사고를 당하거나 과로로 순직하는가 하면, 환청과 환각 증세로 정신적 치료가 불가피했다.

환청과 환각은 매몰작업에 투입됐던 군 장병에게도 심해, 작업을 다녀온 장병들은 내무반에서 잠자다 벌떡 일어나는 등 극심한 후유증을 겪어 부대장이 차출하지 말아줄 것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었다. 안락사에 필요한 독극물도, 백신도, 인력도 부족해 전국수의과대학 교수와 학생들이 자원봉사에 나섰고 살처분 현장의 끔찍함도 경험했다.

그들은 울면서 독극물을 주입하기도 했고, “최선을 다해 죽였다”고 고백한 수의사도 있었다. 자신의 집에서 키우던 소 121마리를 안락사 시키는 과정을 현장에서 지켜보던 아이는, 마지막 한 마리가 숨을 멈추자 부모님과 함께 눈물을 흘렸고, 그 눈물을 보면서 같이 울던 공무원도 있었다. 임신 중이던 여성 공무원은 유산하는 일도 있었다.

 

국가 경제 한축 담당

 

국민 대다수는 이전까지만 해도 악성 가축전염병이 발생해 축산농가가 어려움에 처할 때마다, 같은 편에 서서 농촌에 대한 애착과 고향에 대한 정서로 고통에 동참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국민들은 그 수 개월 동안 이러한 끔찍함을 직·간접으로 접하면서 축산업의 현실을 알게 됐다. 그리고 축산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축산농가의 밀집식 사육방식에 문제 제기를 했고, 일부 부도덕한 축산농가들의 행태에 분노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축산업은 더 이상 애정 어린 산업이 아니라, 엄연히 영리를 목적으로 한 개인 기업농가로 인식되었을 뿐만 아니라, 막대한 가축분뇨를 배출해 환경을 오염시키는 ‘오염산업’으로 낙인찍혔다.

또 전후방산업이 입은 피해도 피해지만, 축산물을 재료로 삼아온 요식업소들의 줄도산과 전업 붐은, 축산업이 축산인들만의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든 국민에게 각인시켰다.

축산업의 패러다임이 본격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 것은 이때부터다. 축산업이 ‘지속 가능한’ 산업이 아니라는 인식이 뿌리 깊게 자리매김한 시점도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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