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국회·농민에 ‘농협 개혁’ 필요성 알려줬다”

 
 

전국한우협회는 지난달 12일부터 ‘농협 적폐청산 촉구’를 내걸고 서울 중구 농협중앙회 앞에서 전국 도지회 별로 릴레이 집회를 열었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은 “한우협회는 250만 농민의 촛불로서 농협의 적폐를 청산해 협동조합의 취지에 맞게 농민을 위한 집단으로 회귀하게 할 것을 천명하는 한편 끝까지 투쟁해 우리의 요구사항을 쟁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후 한 달이 지나는 동안 협회와 김 회장은 ‘농협 적폐는 명분이고 뒤로는 협회의 이익을 취하려는 것’이라는 둥 ‘협회장 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려는 의도’라는 둥 갖가지 소문의 주역이 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국한우협회는, 당초 계획대로 2단계 투쟁으로 전국에 ‘농협 적폐 청산’을 촉구하는 현수막 걸기에 나섰다.

김홍길 전국한우협회장을 만나 ‘왜, 어떤 목적으로, 한우협회 단독으로 집회를 추진했는지, 또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에 대해 들어봤다.

 

― 일주일 간의 릴레이 집회가 끝난 지 한 달이 되어 간다. 집회 후 어떤 성과가 있었나?

“먼저 끝을 알 수 없는 긴 여정에 공감해 주고 먼 길을 마다 않고 동참해 준 한우농가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를 전한다. 농협의 적폐는 하루 이틀만에 끝낼 수 없다는 사실을 이번에 더 절실하게 느꼈다.

이번 1차 집회는 농협의 문제점을 알려 한우농가는 물론 250만 농민들이 농협의 적폐 청산을 요구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에 중점을 뒀다. 단기간에 끝날 것이라는 예상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집회 이후 정부나 국회가 농협의 운영방식에 더 많은 관심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성과는 있었다고 생각한다.”

 

― 왜 농협 적폐를 한우협회가 주장하는 가에 대한 주변의 의문이 많다. ‘뜬금없다’고나 할까. 한우산업에 대한 국한된 문제를 넘어 방향을 틀었나?

“한우산업과 관련된 문제들, 예컨대 사료가격 인하, 출하예약제 개편, 공판장 수수료 인하 등 이전부터 줄기차게 개선을 요청하고 부탁해 왔지만 항상 답변은 ‘안된다’ 또는 ‘어렵다’였다. 이는 한우산업의 문제가 아니라 농협 운영방식의 문제라는 것을 알았다.

농협 내의 적폐는 한우산업은 물론 농업 전반에 걸친 것으로, 농업은 후퇴하고 있고 농민의 삶은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그러나 농협은 계통구매로 일선 농가들의 생산비 가중을 부추기고 있다. 적폐를 더 이상 미룬다면 한우산업을 비롯해 농업의 미래는 없다.

농업협동조합은 대한민국 농축산인의 권익을 위해 조직된 곳이고, 한우협회는 한우농가의 권익을 위해 탄생한 생산자단체이다. 당연히 개선을 주장할 권리가 있다.”

 

- 한우협회 집행부는 농협의 적폐가 청산될 때까지 투쟁을 이어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협회 대응에 온도차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적폐가 왜 무서운줄 아는가? 오랜 세월동안 쌓여 오면서 많은 농민들이 이에 적응해 살아가기 때문에 개혁에 대한 의지와 의욕이 상실되기 때문이다. 또 국민들은 농업에 무관심해지고, 정부의 관리·감독은 소홀해져 간다. 그것을 당연시 하기 때문이다.

한우협회만으로도 농업·농민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반드시 청산돼야 하므로 대농민·대국민을 대상으로 공감대 확산에 총력을 다할 것이다.”

 

― 대구국제축산박람회에서 한우협회 창립기념식 직후 긴급 이사회에서 이사진들은 향후 추진 계획과 계획을 집행부에 일임했다. 구체적인 계획이 서 있나?

“한우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농업 전반에 걸친 문제이므로 250만 농민들과 그 뜻을 함께하고자 11월 중 ‘대규모 연대 총궐기대회’를 구상하고 있다. 또 적폐청산 TF팀 및 범국민 추진위를 구성해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책을 마련할 것이다. 이를 위해 이미 ‘지역별 현수막걸기’를 시작했다.”

 

― 농협 축산발전협의회에서 ‘(가칭) 한우사업 상생발전 협의회’를 구성할 것을 결의했다. 그리고 한우협회에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 협회 생각은 어떤가?

“좋은 생각이다. 일단 찬성한다. 집회를 하기 전에 이런 협의체를 제안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환영한다. 심도있는 토론으로 좋은 결과를 얻었으면 한다. 이를 통해 농민·농업을 위한 시스템이 구축돼 농협이 새롭게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까지 농협중앙회는 고비용·저효율 구조의 방만한 조직운영으로 농민이 주인인 협동조합 본연의 임무를 망각하고, 농민 부담 가중, 농가 이익을 배제한 농정 수행 등으로 농민들의 불만이 커져만 갔다.

지금이라도 조직운영 위주에서 농가 소득 실익 위주 운영으로 개혁해야 한다. 농가의 생산비 절감과 소비 진작을 할 수 있는 조직으로 진화해, 농가의 소득이 증대되고 농업의 발전과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는 조직이 돼야 한다.

일본의 젠노 기능이 약해지듯이 대한민국 농협은 이런 사태가 오지 않길 진심으로 바라고 농민이 존중하는 농협으로 재탄생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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