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제적 방역에 산닭업계는 피멍
선제적 방역에 산닭업계는 피멍
  • 김기슬 기자
  • 승인 2017.06.30 12:2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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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금거래상 유통금지 연장
 

“오는 12일이 초복인데, 가금거래상 유통금지 조치를 5일까지로 연장하다니요. 이건 죽으라는 소리나 진배 없습니다”

전북 고창에서 20여 년째 토종닭을 키우고 있다는 어느 농가의 하소연이다.

농장에서 사육한 토종닭을 가든형 식당과 전통시장 등지로 납품하는 일까지 병행하고 있다는 그는, 지난달 25일까지로 돼있던 가금거래상의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금지 조치가 오는 5일까지 연장된다는 소식을 듣고 망연자실했다.

초복 대목을 앞두고 입식물량을 대폭 늘렸는데 또다시 판로가 막혀 이를 처리할 방법이 없어졌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달 12일부터 농축산부가 실시한 가금거래상에 대한 일제검사 과정에서 대구 동구 소재 가금거래상이 보유한 토종닭에서 H5N8형 고병원성 AI가 확인됐기 때문. 이에 농축산부는 AI 잠복기 등을 고려해 가금거래상의 유통금지 조치를 10일 더 연장했다.

현재 토종닭 유통은 도계장으로의 출하만 가능한 상태다.

게다가 전통시장과 가든형식당으로의 가금류 거래금지는 7월 5일 이후에도 별도의 조치가 있을 때까지 지속될 방침이라 산닭종사자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이들은 “정부가 제주 토종닭농가의 AI 발생원인이 재래시장에서 산 오골계가 원인이었단 이유로 가금거래상 모두를 범죄자 취급하고 있다”며 “AI SOP(긴급행동지침)에도 없는 규정까지 적용해가며 산닭종사자들을 사지로 내몰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실제 이번 AI 사태시 정부가 SOP를 무시한 과도한 방역조치를 실시함에 따라 산닭업계의 피해가 가중됐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SOP에 따르면 AI 위기경보 ‘경계단계’의 경우 필요시 AI 발생 시·도와 연접 시·도의 가축시장을 폐쇄할 수 있고, ‘심각단계’로 격상돼야 전국 가금류 판매 재래시장 폐쇄를 검토할 수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심각단계’ 발령 전에, 선제적 방역을 이유로 이같은 조치를 실시함으로써 산닭종사자들의 피해를 키우고 있다는게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주장이다.

실제 정부는 지난해 11월 16일 고병원성 AI가 발생한지 3일 만인 지난 11월 19일부터 전국 이동제한 해제 시까지 가든형 식당과 전통시장 등지로의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을 금지했다.

과거 전통시장 내 가금판매소 등에서 판매하는 가금과 가금 운반차량 간 교차오염으로 AI가 전파된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라는게 정부 측의 설명이다.

‘경계단계’는 이로부터 4일 뒤인 11월 23일, ‘심각단계’는 이로부터 약 한달 뒤인 12월 16일 발령됐다.

때문에 ‘심각단계’ 발령 전 까지 약 한 달 동안 영업을 더 할 수 있었지만, 정부가 미리 산닭시장을 폐쇄한 탓에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지난달 2일 제주 토종닭농가에서 AI가 재발했을 당시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정부는 고병원성 AI 확진이 나기도 전인 지난 3일 가축방역심의회를 열고 4일부터 AI 위기경보를 ‘경계단계’로 격상하는 한편, 5일부터 살아있는 가금류 유통을 전면금지했다. ‘심각단계’는 6일 발령됐다.

정부가 SOP 규정을 준수하지 않은 채 고무줄 방역조치를 실시했다는 업계의 주장이 사실로 드러난 셈이다.

한 산닭업계 종사자는 “SOP 규정을 무시한 정부의 고무줄 방역조치로 애꿎은 산닭종사자의 피해가 불어나고 있다”며 “정확한 잣대와 기준을 갖고 방역조치를 취해야지, 정부가 마련한 SOP를 정부가 지키지 않으면 누가 지키겠냐”고 비난했다.

그는 이어 “산닭시장의 특성을 전혀 모르는 공무원들이 본인들의 편의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고 있다”며 “사무실에 앉아 펜대 굴릴 시간에 현장에 나와 산닭종사자들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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