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형규 과장<농촌진흥청 국립축산과학원 기술지원과>

 

‘축지법(縮地法)’이라는 것이 있다. 사전적 의미는 ‘땅을 접는 법’이란 뜻으로, 같은 거리를 보통의 경우보다 훨씬 빠르게 이동할 수 있는 상상의 기술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발 맞춰 농촌지도 분야에서 ‘축산기술을 지도하는 새로운 방법’, 즉 ‘축지법’을 만들었다. 이 축지법은 지역의 농업기술센터 축산담당자들을 대상으로, 기존의 축산분야 농촌지도에 걸린 시간을 대폭 단축하는 데 목적이 있다.

다른 사람에게 기술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이론적 배경은 물론이고, 충분한 경험이 수반돼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이론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실무경험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군농업기술센터 담당자들은 한 사람이 여러 분야를 맡는 것은 물론 전공과 업무경험도 모두 다르다. 이렇다 보니 현장의 축산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짧게는 1∼2년, 많게는 수년씩 걸려야 수요자가 원하는 기술 지도를 할 수 있다. 실제 일부시군에서는 전문가 부족으로 농업인들이 기술지도에 큰 갈증을 안고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기술지도 분야에서 축지법 모델이란 것을 만들었다.

축지법 모델은 현장에서 전문가의 시점으로 어느 부분에 대해서 지도를 해야 하며, 또 어떻게 문제를 풀어갈지에 대한 자료를 농축시킨 것이다. 이를 활용해서 현장 전문가 각자의 노하우를 공유할 수 있다면, 보다 짧은 기간 내에 농업인을 만족시킬 수 있는 기술 지도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립축산과학원은 이 축지법 모델에 현장 전문가의 노하우를 입혔다. 축지법 모델의 내용은 전문가가 현장에서 점검해보는 사항들과 그에 맞는 답변자료, 현장을 보는 순서를 정리한 것을 의미한다. 매뉴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매뉴얼과는 다소 의미가 다르다. 전문가의 현장경험과 이론을 공유한 것이지 모든 현장에 대한 정답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2011년부터 현재까지 축산현장 맞춤형 종합컨설팅을 실시해왔다. 여기서 상담한 내용 중 수요자가 자주 찾는 질문 4가지를 선정해 축지법 모델로 만들었다. 4가지 모두 한우분야에서 만들었는데 내용은 ‘송아지 설사병 예방’, ‘한우 암소 수태율 향상’, ‘비육우 송아지 사양관리’, ‘올바른 우사 환기’다. 이처럼 자주 찾는 질문에 대해 모든 시군농업기술센터 축산담당자가 농업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게 만들자고 시작한 것이 축지법의 태동이다.

그리고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전국의 농업기술센터 담당자 110명을 대상으로 축지법 모델을 활용해 교육을 실시했다. 그 결과 ‘교육 내용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는 7점 만점에 평균 6.3점으로 높게 나왔고, 특히 일부시군에서는 과거에는 할 수 없던 축산현장지도를 교육 후 바로 할 수 있게 되었다는 평을 받았다.

‘축지법 기술자료 개발 및 교육의 확대 활성화 정도’도 7점 만점에 평균 6.5점을 나타냈다. 농업기술지도의 4차 산업화라는 것은 여러 의미로 해석될 수 있겠지만 ‘축지법’에서는 ‘스마트한 분석 및 기획’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 있다.

즉, 모바일기기로 자료를 접목시켜 입력하고, 농업인에게는 현장현황과 해결자료를 제공하며, 입력된 값을 통계 처리해 전국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전국을 한눈에 볼 수 있다면 앞으로 축산분야에 대한 연구 및 지도·시범사업 방향 설정이 매우 쉬워질 것으로 기대된다. 시군농업기술센터가 맡아서 해야 할 일은 늘고 있고, 농업인의 요구도 무궁무진하게 증가하고 있다.

국립축산과학원에서는 축지법 모델을 토대로 농업기술센터에서 축산인이 100% 만족할 수 있는 현장기술지원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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