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에 대한 고위관리의 생각을 듣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과연 우리나라에 축산업의 미래가 있을지……”

지난달 31일 서울 강남 소재 식당에서 개최된 ‘한국양계CEO포럼’에 참가한 한 발표자는 씁쓸한 표정으로 말끝을 흐렸다.

‘AI·FMD 방역 개선대책’ 발표에 앞서 마련된 간담회 자리에 생산자대표로 참석했었다는 그는 국내 축산정책을 좌우하는 고위관리가 바라보는 축산농가에 대한 생각을 듣고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그는 ‘AI는 인간의 탐욕이 빚은 참사’‘육계협회에서 올라온 자료는 믿을 수 없다’ 등 농축산부 축산관계자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을 통해 정부가 축산농가를 ‘모럴 해저드’ 집단으로 여기고 있음을 여실히 알 수 있었다며 “우리 역시 반성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이처럼 부정적인 정부의 시각을 바꾸지 않는다면 우리 축산업의 미래는 없다”면서 “축산업이 자식들에게 자랑스레 물려줄 수 있는 산업이 되기 위해 범 축산업계가 대동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축산농가를 부정적으로 보는데는 축산농가의 반성도 필요하다’는 그의 말은 울림이 있다.

사실 축산농가가 부도덕한 집단으로 각인되기까지 우리의 잘못이 전혀 없지는 않다.

한돈업계에서 이름만 대도 알 만한 사람이 FMD 살처분 보상금을 많이 받기 위해 사육마릿수를 부풀려 신고했다가 적발된 사례, 살처분 보상금을 받아 해외로 골프여행을 다녀왔다는 얘기는 지난 2000년대 초부터 수없이 들어왔던 얘기다.

지난 AI 사태 때도 마찬가지다.

전 양계협회장의 농장도 300m 내에 위치한 다른 농가로 인해 AI 피해를 입었다. 이 농가에 관계공무원이 도착했을 땐 이미 사육중인 1만2000마리의 닭 중 단 150마리만 살아있었다는 일화도 전해지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일부 소수로 인해 축산농가 전체를 매도하는 것은 모순이다.

대부분의 농가는 FMD와 AI로부터 자신의 농장을 지키기에 여념이 없다.

정부는 축산농가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인식과 편견을 버려야 한다. 편견은 편협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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