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민 수 애그스카우터 대표 <농경연 해외곡물시장 동향 편집자문위원>

 

최근 주요 곡물가격은 혼조 양상을 보인다. 옥수수·소맥 가격은 등락을 거듭하며 점진적으로 상승했으나 대두가격은 급격히 하락해 연중 최저점 경신은 물론 작년 4월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미국 중서부 지역에 많은 양의 비가 내려 옥수수 파종 상황이 좋지 못했다. 재 파종까지 쉽지 않으면서 옥수수 가격은 상승세를 탔다. 6월까지 재 파종이 이뤄지지 못한다면 대두로의 작목 전환이나 휴경을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미국 내 축우 사육 마리수가 2003년 이후 가장 많게 나타나 사료용 옥수수 소비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보여 이 점 또한 옥수수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겨울밀은 본격적인 수확을 앞두고 주요 산지인 미국 대평원 중·남부 일대의 기상 악화로 출수(heading)가 늦어지고 품질이 나빠졌다. 호주에서는 겨울밀의 파종이 진행 중이며 건조한 날씨로 인해 토양 수분 부족 문제가 발생했다.

봄밀 역시 미국 대평원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차가운 날씨에 잦은 비가 내려 파종이 지연되는 가하면 겨울밀 품질 악화에 따른 고단백질의 봄밀 수요 증가로 인해 가격 상승폭이 더 커졌다. 봄밀의 주요 생산국인 캐나다 역시 기상 악화로 파종이 늦어지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됨에 따라 가격은 연중 최고점 가까이 올랐다.

대두는 옥수수보다 파종 및 생육 시기가 늦게 시작되어, 미국 중서부 지역의 기상 악화에 따른 위험성이 옥수수보다는 덜한 편이다. 옥수수 생산 부진에 따른 반대급부로 대두의 생산 증가 가능성이 시장에 영향을 줘 가격은 거듭해서 하락했다. 국제 시장에서의 수급 변화가 대두 가격의 하락을 견인하고 있다.

주요 대두 생산국인 브라질은 정치적인 이슈와 경제 불안으로 자국 통화인 헤알화가 약세를 나타냄에 따라 브라질 농가의 대두 판매량 증가로 인해 국제 시장에서의 대두 공급 물량은 크게 늘었다.

반면 최대 대두 수입국인 중국은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가 국가신용등급을 한 단계 낮춤에 따라 향후 경제 전망이 어두워 신용경색 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우려된다. 경제사정 악화로 위안화가 급격히 하락할 경우 중국의 대두 수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는 국제 시장의 대두 수요 부진 현상으로 이어진다. 중국이 대두 착유로 생기는 크러싱 마진이 대폭 줄어 단기적으로 수입을 줄일 것이라는 전망 역시 대두 가격의 하락에 영향을 줬다.

대외적으로는 국제유가의 변동성 확대가 곡물 가격에 상당한 영향을 줬다. 5월 25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정례회의를 통해 올해 상반기까지로 한정했던 원유 산유국들의 감산 합의 이행 기간을 9개월 더 연장키로 결정했다. 그에 따라 국제유가가 큰 폭으로 상승할 것으로 기대했으나 감산 규모가 크게 확대되지 않았고 미국의 원유 생산량이 계속해서 증가함에 따라 오히려 큰 폭으로 하락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국제유가 급락으로 인해 원자재 가격은 하락 압박을 받았으며 곡물 가격 또한 상당한 영향을 받아 옥수수를 비롯한 소맥 가격의 상승세는 제한됐으며 대두 가격은 급격히 하락했다.

대내외적으로 다양한 변수들로 인해 곡물 가격의 변동성은 더 크게 확대될 것으로 본다. 미국을 비롯한 북반구의 곡물 생산 상황과 세계 곡물의 수급 변화는 물론 국제유가와 달러화 가치의 변동은 계속해서 곡물 가격 흔들기에 앞장설 것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