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허가 축사 적법화 시간이 1년 앞으로 다가왔다. 무허가를 적법화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얻었지만 축산농가들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적법화 하지 못할 경우엔 2018년 3월 24일 이후론 축산업에서 퇴출당하기 때문이다.

2014년 3월 25일 개정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일명 가축분뇨법)’의 무허가 축사에 대한 행정처분에 따르면, 배출시설의 설치가 금지된 장소에 배출시설을 설치한 경우와 허가를 받지 않은 경우엔 1차 사용중지와 2차 폐쇄명령 처분을 받는다. 신고를 하지 않은 경우는 1·2차 사용중지 후 3차에는 폐쇄명령 조치를 당한다.

 

질병 확산과는 무관

 

정부가 축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적법화’를 내세웠지만, 속내는 최근 잇따른 악성 가축질병의 발생으로 악화된 여론에 편승해 축산업을 입맛에 맞게 재단하려는 의도라는 의혹이 강하다. 정말 축산업의 발전에 초점을 맞췄다면, 지금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난제들이 난제일리 없기 때문이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는 5월부터 9월까지 무허가 축사 보유 현황 파악을 위해 전국 축산농가 전수조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전체 소·돼지·닭 사육농가 11만5212호의 52.2%인 6만190호가 무허가 축사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한우·젖소를 비롯한 대가축 사육농가가 87.2%를 차지한 5만2469호인 반면 닭·오리 농가는 7.6%인 4563호, 돼지농가는 5.3%인 3158호였다. 축종별로 따져보면 악성 가축질병이나 가축분뇨 문제 발생이 가장 적은 대가축이 주를 이루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상황으로 봤을 때 ‘적법화’를 ‘질병으로부터 청정화’로 이해하긴 어렵다.

처음엔 무허가 축사의 양성화라고 해서 들떠 있던 축산농가들은 딸린 조항들을 보곤 ‘뜨악’했다. 뭐가 뭔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해야 되는 지도 혼란스럽다. 지자체나 일선 축협들이 지원단을 만들어 맞춤형 상담이라고 하지만 엄두가 나지 않는다.

지난 1월 말까지 적법화를 완료한 농가가 1416농가로 대상농가의 2.4%에 불과하고, 진행 중인 농가가 약 8000호로 10%대에 그치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다.

 

고령농가 어떻하라고

 

2013년 축산부문의 고령화율은 44.3%다. 이는 축산농가 10명 중 4명 이상이 65세 이상이라는 이야기다. 고령화된 축산농가에게 ‘적법화 절차(불법 건축물 현황 측량→불법 건축물 자진신고→이행강제금 부과·납부→가설건축물 축조 신고→건축 신고 또는 허가→가축분뇨처리시설 설치 신고 또는 허가→축산업 허가(등록), 변경신고(허가))’를 들이미는 것 자체가 축산을 하지말라고 압박하는 것이나 다름이 없다.

축산농가는 불법 건축물 현황 측량 후 건축사의 컨설팅을 받아 건축물, 가축방역시설, 가축분뇨처리시설 배치도와 평면도를 교부받고 자진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여기에 규정 위반에 따른 이행강제금과 각 단계마다 신축과 동일한 측량·설계비, 감리비, 용역비, 수수료까지 각종 비용을 부담해야 하므로 축산농가는 숨통이 탁 막힌다. 호당 1800만원에서 최고 5000만원까지 소요되는 것으로 집계됐다.

영세 농가 사이에서는 이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워 적법화가 완료되는 2018년 3월 24일까지만 가축을 사육하고 축산업 자체를 포기하려는 분위기도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비단 영세농가 뿐만 아니다. 복잡한 행정 절차 때문에 적법화하는 데는 약 4~5개월이 걸리고, 이를 추진하려고 해도 지자체 인허가권자인 건축·환경·축산과 등에선 타산업과의 형평성과 민원을 우려해 적법화에 부정적이고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있는 현 상황 때문에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축산농가들이나 생산자단체들이 ‘유예기간’을 3년 더 뒤로 연장하는 등을 골자로 ‘특별법’을 제정해 적법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는 적법화가 단순한 절차와 비용 상의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정부에서 아무리 대책을 세우고 밀어붙인다고 해도 인허가권을 가지고 있는 지자체의 적극적인 협조가 없이는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은 전국에서 빚어지는 사례들로 넘친다.

 

지역 이기주의 팽배

 

소방법과 주민동의서를 들이미는 지자체의 요구는, 가뜩이나 초고령인 축산농가들에게는 너무 버겁다. 소방법의 경우 소방시설 설치와 유지 그리고 안전관리가 지역마다 달라 농가는 혼란스럽다. 여기에 주민동의서는 법적 근거 없는 필수사항이 아님에도 일부 시·군에서는 이를 반드시 첨부토록 하고 있다.

이는 무허가 축사를 적법화할 경우 시군에서 허용 가능한 수질오염 할당량이 크게 줄어들어 아파트나 공장 등의 시설을 유치할 수 없다는 지자체와 집·땅값 하락 등 재산상의 손실을 우려하는 주민들의 민원이 맞물린 지역 이기주의가 팽배한 때문이다.

특히 입지제한구역 내의 축사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군사기지 및 군사시설 보호법’·‘수도법’·‘환경정책기본법’·‘수질 및 생태계 보전에 관한 법률’·‘학교보건법’ 등 개별법에 저촉되는 경우가 상당수다.

현행 무허가 축사 개선대책은 건축법과 가축분뇨법에 저촉되는 경우에만 해당됨으로써 이들 축사는 현행 제도로는 적법화가 불가하다. 특별법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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