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배치를 둘러싸고 중국의 경제보복이 가일층 노골화되면서 가뜩이나 힘겨운 국내경기가 직격탄을 맞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7월 황교안 국무총리와 유일호 경제부총리는 국회에서 사드와 관련 중국의 경제보복이 심상치 않을 것이라는 주변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 가능성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했다. 그 생생한 모습이 채 가셔지기도 전에 벌써 중국의 보복은 강력하게 진행 중이다.

 

‘쿠바 사태’ 연상케

 

성주 골프장을 국가에 양보(?)한 롯데는 중국 정부로부터 단순한 시설·안전점검이라는 명목으로 4일 하루 동안 중국내 총 4곳의 롯데마트에 영업정지 처분을 당했고, 7일 현재 23곳으로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검험검역국은 한국산 식품들이 제품의 생산 날짜와 위생 증명서의 날짜가 일치하지 않는다며 통관을 거부했다.

여행·관광업계는 중국 관광객의 급감으로 가히 미사일급 폭격을 맞은 격이다. 오는 15일부터 한국 관광상품 판매를 전면 금지하라고 지시한 뒤 단체 관광객 예약이 벌써 취소사태다. 명동이나 한류 명소 등 이전에 중국 유커들로 북적이던 곳들이 한산하기 그지없다.

5일 산업 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총 1224억달러로 전체 수출액의 25.1%로, 세계 교역국 중 1위다. 한국이 달성한 흑자 규모도 374억 달러로 무역 상대국 중 가장 크다. 대중국 수출 의존도는 주요 20개국(G20) 국가 중 32.5%인 호주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사드 배치를 보는 중국의 시선은 얼핏 1962년 미국의 바로 앞인 쿠바에 구소련이 핵미사일기지를 설치하려 하자 미국이 해상 봉쇄령을 내렸던 ‘쿠바 사태’를 연상시킨다. 대한민국이 아무리 북한으로부터의 생존권 보장이라고 말해본들, 중국이 코앞에 놓인 사드부대를 우리의 ‘생존권’이라고 이해할리는 만무하다.

사드 배치를 놓고 벌이는 찬·반 양론의 뜨거움은 제외하고, 아쉽고 한탄스러운 것은 외교당국자나 이 정부의 책임자들이 사드가 가져올 상황에 대해 너무 쉽게 생각했다는 점이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수행하려면 그 정책으로 빚어질 여러 가지 변수를 고려해야 하고, 그에 맞는 단계적 대책들이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데 그것이 전혀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다.

 

미국도 반덤핑 관세

 

중국의 체계적인 보복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외교적 교섭도 하지 못한 채, 미국의 행보에 기대려 하는데, 트럼프 행정부는 지금 강력한 보호무역 드라이브를 거는 중이다. 한국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벌써 한국산 철강에 대해 반덤핑 관세를 부여했고, 한미FTA 재검토에 ‘방위분담금’의 증액까지 들먹이고 있는 상황이다.

안보와 국익 논리에 아무 말도 못하고 있던 산업계에서조차 볼멘소리를 하고 있는 것은, 정부의 사드 배치 결정이 얼마나 단편적이었는가를 일깨워주는 대목이다.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대대적으로 경제 보복를 가해오는 데, 어떻게 해야 할지조차도 몰라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는 기업과 국민의 마음은 타들어 간다.

‘걱정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호언장담했던 정부 밑에서 기업과 국민은 또 각자도생을 생각할 수밖에 도리가 없다.

‘청렴한 공직사회 구현’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시행된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도 마찬가지다. 6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 공직사회가 청렴화 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효과는 들리지 않은 채 느닷없이 ‘소비 냉각’으로 뒤통수를 맞은 농축산업과 그로 인한 파장에 휩쓸린 외식산업은 암울 그 자체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소속된 국회의원들을 주축으로 각종 토론회 등이 개최되고, 의원들은 이를 통해 개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법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산업 피해 경감시키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지만 눈에 보이는 건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산업 종사자들의 마음만 탈 뿐이다.

부정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뿐만 아니라 직무 관련성이나 대가성에 상관없이 대상자를 확대하고 무차별적으로 적용했다는 점에서 그 파장이 예상됐다. 권력자들의 부패를 막자고 추진됐던 취지와 달리 결과적으로 서민들을 죽이는 법으로 전락했다.

 

현실감 없는 ‘덜컥수’

 

지난해 일반음식점 매출이 4년여 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 지난 6일 통계청 ‘서비스업 동향조사’에 따르면 그렇다. 음식점업 생산은 서민경제의 지표로 꼽힌다. 한국개발연구원의 분석에서도 그렇다. 한국외식산업협회도 지난해 서울·수도권에서 문 닫은 한식당이 2500여곳으로 지난해보다 1000곳이 늘었다고 밝혔다.

직접적인 타격을 입은 한우산업은 더 하다. 국회 정책제언 포럼에서는 부정청탁금지법으로 올 농업생산액이 3200억원 감소가 예상되며, 이 중 한우산업은 2286억원으로 심각한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한 감소는 곧바로 수입 소고기가 차지할 것이 분명하다. 이미 첫 명절을 맞은 설 대목에서 국산 소고기 선물세트가 타격을 받는 동안 그 혜택을 수입 소고기가 봤다는 결과도 나왔다.

현장의 감각 없이 덜컥덜컥 내놓고 시행하는 정책 때문에 힘겨운 것이 서민의 삶이다. 언제까지 뒤치다꺼리를 해야 할지 한숨만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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