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로의 확산 막지 못하면 또 다시 ‘재앙’

 

FMD가 지난 5일 충북 보은에서 발생했다. 이후 9농가에서 발생해 살처분 두수는 16일 현재 21농장 1425두에 이른다. 예방적 살처분을 포함해 젖소 4농장 428두(충북 보은 3건 328두, 경기 연천 1건 100두), 한육우 17농장 997두(전북 정읍 6건 339두, 충북 보은 11건 658두)를 살처분 했다.

방역당국은 FMD 확산 방지를 위해 지난 8일부터 12일까지 전국 소 283만두에 대한 일제접종을 마친데 이어, 발생지역인 보은·정읍과 인접한 5개 시도 14개 시군 우제류(소 제외, 72만 3000두)에 대한 일제 접종(O형)을 18일까지 실시했다. A형이 발생한 연천과 인근 14개 시군의 소 19만두에 대해서도 O+A형 백신을 긴급 접종했다.

이후 보은·정읍·연천 등 발생지역 전체 돼지 43만두에도 긴급히 백신을 접종했다. 연천을 포함해 보은·정읍에 모두 O형을 접종했다. O+A형은 재고가 99만두분에 불과해 만약을 대비해 보유하고 있는 상태다.

방역당국은 FMD 백신 접종이 마무리 됨에 따라 항체가 형성되는 이번 주가 FMD 확산 여부의 고비가 될 것으로 판단, 확산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 돼지 감염 반드시 막아야 한다

지난 8일 경기 연천에서 FMD O형이 아닌 A형이 발생했다. 방역당국은 소에서 돼지로 ‘A형’ FMD 확산 방지를 위해 해당지역의 방역조치를 강화했다. 소·돼지 전용 도축장을 지정하고 사료 운반차량을 분리 운영했고, 한돈농장에 군 병력을 배치하고, 축산 관련 차량 운행도로에 집중 소독 등을 실시하고 있다.

전국의 돼지는 A형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상태로 돼지 몸속에는 현재 A형 항체가 전혀 없기 때문에, FMD가 한번 발생하면 전국으로 빠르게 확산될 우려가 높다. 돼지 감염을 철저하게 막아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현재는 A형 백신을 접종하고 싶어도 접종을 할 수가 없다. 백신 부족이 원인이다. A형 백신은 3월초에나 수입이 가능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때까지는 FMD가 돼지로 확산되지 않도록 소독을 철저하게 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다.

방역당국은 일단 돼지에서 FMD가 발생할 경우 발생농가 반경 3~10km 농가에 보유중인 O+A형 백신을 접종하고 살처분을 병행하는 ‘링백신’ 방식을 검토 중에 있다.

한 수의사는 “FMD A형과 O형은 다른 바이러스다. 방역당국이 O형 위주로 대응하면서 A형에 대한 준비가 미흡한 상태다”라며 “A형 FMD가 확산되기 전에 백신을 확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갈길 먼 백신 국산화

우리나라에서 사상 처음으로 O형과 A형 두가지 FMD가 발생했다. 일제 접종 이후 백신 재고량이 충분하지 않다. 메리알사에 제품을 긴급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O형은 2월 말까지 두 번에 걸쳐 들어오지만 A형은 2월말이나 3월초는 돼야 수입이 가능할 전망이다. 방역당국은 “모든 방법을 동원해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 2011년 추진 됐던 국산 백신 개발 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방역당국은 6년 동안 허송세월을 하다가 논란이 일자 뒤늦게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김재수 농축산부 장관은 지난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국산 백신 개발에 대한 역량이 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봉균 농림축산검역본부장은 “2011년 처음 백신공장 설립이 거론될 때 사업성 때문에 표류하다가 지난해에 비로소 의사결정이 났다”며 “막상 백신 공장을 지었는데 FMD 청정국이 되면 공장이 필요 없게 된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박 본부장은 또 “내년부터 건립을 시작해 2019년까지 완공할 예정이며 공장건설에 690억원의 예산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농축산부는 올해 국산 FMD 백신 제조시설 설계 예산으로 17억원을 배정했다.

한편 2011년 대규모 FMD를 겪은 네덜란드는 정부 산하에 백신은행을 운영하고 있다. 48시간 내 25만 회분의 백신을 제조할 수 있다. 미국 역시 캐나다·멕시코와 함께 국립항원백신은행을 공동 운영 중에 있다.

 

# 반복되는 백신 부족현상

농축산부에 따르면 지난 10일부터 메리알사 본사가 위치한 프랑스 소재 우리 외교 공관(프랑스 한국대사관)을 통해 메리알사에 긴급 백신 추가 공급을 요청했다.

백신 재고량은 O+A형은 99만 두분, O형은 830만 두분이다. O+A형 160만 두분이 이달 말에서 다음달초에 들어온다. O형 백신은 320만 두분이 이달 17일과 24일에 도착할 예정이다.

농축산부는 “메리알사 이외 O+A형 백신을 생산·보유하고 있는 다른 나라의 백신 업체들과 수입 가능성을 타진하는 등 백신 수급에 차질이 없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A형 FMD 확산에 대비해 현재 백신 긴급 수입 등 대응책을 마련 중으로 백신 수급에는 문제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이 말을 그대로 믿는 사람은 많지 않다.

한 축산 관계자는 “정부는 FMD 백신 자체 생산에 대해 몇 년째 검토만 해 왔다”며 “평소에는 움직임이 없다가 상황이 터진 후에 대책을 세우는 일이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 일제 접종 과정 문제없나

하루에도 여러 농장을 돌아다니는 FMD 백신 접종반을 통해 FMD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번 일제 접종 기간 동안 공수의사 844명을 포함한 3인 1조 1200개 백신접종(확인)반 3600명은 어느 때보다 바쁜 5일을 보내야 했다. 50두 미만 소 사육농가에는 백신접종반이 투입됐기 때문. 소 50두 이상 사육 농가는 공무원의 입회하에 농장주가 자체 접종을 실시했다.

전국에서 소 50두 미만 농가는 8만 3000농가(110만두 사육)에 이른다. 이에 따라 1200개 백신접종반이 5일 동안 하루에 13농가를 다녀야 백신접종을 마칠 수 있다.

이에 대해 다수의 전문가들은 “FMD·AI 청정화는 투명인간과의 싸움이다. 언제 어디에 숨어있을지 어디서 나타날지 예측할 수 없다”며 “아무리 개인 소독을 충실히 했다고 해도 FMD 바이러스가 어디에 있는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루에 여러 농장을 다니는 것은 SOP를 방역당국 스스로 무시하는 행위다”라고 지적했다.

경기도의 A시 관내에는 180농가가 소 8660두를 사육하고 있다.

임상수의사 8명을 동원해 전 두수를 수의사가 직접 접종했다. 최근 이슈가 된 자가 접종 문제(낮은 항체형성률 기록)를 인식한 대책이다. 8명의 수의사가 하루에 4농가 이상 방문해야 백신접종을 마칠 수 있다.

강원도 B군에는 FMD 백신 접종 대상이 405농가 7069두에 달한다. 이중 371농가가 소 50두 미만으로 사육한다. B군은 개업 수의사 등으로 3개 반을 구성해 접종을 완료했다. 1개 반이 하루에 24농가 이상을 방문해야 접종 완료가 가능한 수치다.

농축산부는 이에 대해 “문제는 인식하고 있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 언제든 재발 가능성 있다

농림축산검역본부가 발표한 지난 3년치의 FMD 혈청예찰 보고서를 분석한 결과 국내 농가에서 NSP 항체가 계속 발견됐다. 특히 지난 2년 동안은 한 달도 빼놓지 않고 검출됐다.

2014~2016 FMD 백서에 따르면 2014년 발생한 두 번의 FMD 원인에 대해 중국이나 러시아, 북한 등으로부터 인적 물적 교류과정을 통한 유입 가능성이 높지만, 2016년 FMD는 국내 잔존 바이러스에 의한 발병으로 추정된다.

김현권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이 같은 야외바이러스 관리 미흡이 지금의 결과를 낳았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올해 발생한 FMD는 해외에서 들어온 것으로 추정됐지만 국내에 남아있던 바이러스가 급격히 증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방역당국과 다수의 전문가들은 유전자 분석 결과 해외에서 새롭게 유입됐다는데 무게를 두고 있다.

김재수 농축산부 장관은 이와 관련해 “FMD가 국내에 상재화 됐을 수 있다는 지적을 감안해 종합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5일, FMD 의심신고가 들어온 즉시 기존 ‘AI 비상방역대책 상황실’을 ‘FMD·AI 비상방역대책 상황실’확대 운영하고, 24시간 비상방역 체계를 가동했다. 축산경제대표 주관 하에 일일 FMD 비상대책회의를 개최하는 한편 발생지역에 생석회를 120톤 긴급 지원했다.

FMD 백신 일제접종(2.8∼2.12, 5일간)을 위해 농협 157개 시군지부에서 2000여명의 인력풀을 통해 백신접종을 지원하고, 향후 백신 물량 부족 시 농협에서 50만 마리분을 지자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특히 전국 소재 우제류 등에 대해 정부의 일시이동중지(Standstill)명령이 발동됨에 따라 농협에서는 450개 공동방제단을 활용해 주요 도로 및 소규모 우제류농가에 대해 4000회 집중 소독을 실시하고 차단방역 SMS문자 30만회를 발송했다.

또한 2월 20일까지(일제접종에 따른 항체형성 기간 감안) 가축시장 임시 휴장 조치를 취하고, 축산관련 모임을 잠정 연기했다.

박인희 축산컨설팅국장은 “앞으로도 백신 공급, 전국 450개 공동방제단 및 154개 NH방역지원단의 소독조직 운영, 농협 축산사업장‘전국일제소독의 날’이행, 축산인 교육 강화 등의 노력을 통해 FMD 확산방지와 종식에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태환 농협경제지주 축산경제대표이사는 지난 10일 하동축협에서 운영 중인 축산종합방역소를 방문, 방역현장을 점검하고 임직원을 격려했다.

김태환 대표이사는 “AI에 이어 FMD까지 발생해 우리 축산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주말까지 반납하고 방역에 몰두하느라 힘들겠지만, 가축질병이 더 이상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젖소개량사업소 백신 확보

종자 생산용 씨수소지키기

예찰반 조직 1일 2회 가동

 

젖소 종자 생산용 씨수소 227마리를 확보하고 있는 농협 젖소개량사업소는 FMD 위기단계가 ‘경계’로 강화된 지난 8일부터 전 두수에 대해 백신접종을 추가로 실시하고 FMD 관련 소독약과 백신 3개월분을 확보하는 등 만전을 기하고 있다.

젖소개량사업소는 연 2회 접종토록 되어있는 백신을 지난해 10월, 사업장의 모든 개체들에 대해 접종을 완료하였으며, 접종이후 항체 생성률 100%를 확인했다.

사업소 내·외부의 소독도 강화하여 FMD 방어에 적합한 소독제를 축사 주변과 구비장, 사업소 내부와 외부도로 등에 1일 2회 이상 살포하고 있으며, 주요 이동 통로에 생석회 살포도 병행하고 있다. 종축들에 대한 철저한 예찰을 위하여 예찰반을 조직해 1일 2회 이상 운영하고 있다.

젖소개량사업소에서 추진하는 전국 유우군능력검정사업에 대하여 예찰구역(구제역 발생목장 반경 10Km이내)에 대한 검정을 일시중지토록 하는 한편 발생 인근의 청정 육종농가에 대한 수정란 이식 및 후보씨수소 입식도 전면 중단한 상태이다. 권민 기자

 

“산업 존망 위기에 직면”

한우협, 대책 강구 성명

 

전국한우협회가 정부와 국회의 청탁금지법과 FMD에 책임 있는 제도적 대책 강구를 촉구했다.

한우협회는 성명을 통해 최근 한우농가들이 피 말리는 불안 속에서 한숨과 절망감만이 높아지고 있다면서 정부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들은 한우산업이 지난해 시행된 청탁금지법으로 철퇴를 맞은데 이어 FMD의 주범으로 몰리고 있어 산업을 영위하고 있는 생산 농가들의 불안감은 극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생산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아닌 물가관리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비난했다.

또 지금 당장 최우선은 범 정부차원의 FMD 조기종식을 위한 대책과 예방이 중요한 상황에서 수급불안 등 정부가 먼저 가격 불안에 대한 대책을 발표하는 등 오히려 소비자들의 혼란만 부추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때문에 정부가 상황을 직시하고 문제점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우 자급률이 32%로 떨어진 가운데 밀려들어오는 수입농축산물의 파고와 FMD로 인한 부정적 인식 확산이 한우산업을 옥죄고 있어 한우산업의 존립을 걱정할 상황에 직면했다는 것이다.

따라서 정부와 국회가 나서 청탁금지법 개정과 FMD의 실요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청탁금지법은 획일화된 금액이 아닌 사회상규들을 감안해 농축수산물을 제외하거나 농축수산물의 중량을 기준으로 하는 것으로 개정하고 정부차원의 일괄 백신접종과 보상책 마련으로 FMD를 극복해야 한다는 게 그들의 입장이다. 이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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