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새 품종 안 가리고 무차별

고병원성 AI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전남 해남 산란계농장과 충북 음성 오리농장이 지난달 17일 H5N6형 고병원성 AI로 최종 확진된지 불과 2주 만에 충남, 세종, 전북에 이어 수도권까지 번졌다.

이같은 전국 확산 조짐에 농축산부는 지난달 25일 24시부터 27일 24시까지 48시간동안 전국 가금류와 축산시설 등에 일시 이동중지(Standstill) 명령을 내렸지만, 수그러들 기미 없이 오히려 확산되는 모양새다. 지난달 30일에는 강원도 철원 산란계농가에서도 의심축이 신고됐다.

고병원성 AI는 11월 30일 현재 6개 시·도 13개 시·군에서 51건이 발생했으며, 살처분마릿수도 곧 300만 마리를 넘어설 전망이다.

게다가 겨울철새가 급증하는 시기에 들어섬에 따라 AI 전국 확산은 ‘이제 시작’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또한 원앙, 흰뺨검둥오리, 큰 고니 등 철새뿐만 아니라 강원도 원주에서는 텃새인 수리부엉이에서도 바이러스가 검출되는 등 특이한 양상을 보이고 있다.

방역당국 역시 가금류 밀집사육지역인 충북 음성군 맹동면 일대 농가와 경기 포천 발생농가와 역학관계가 확인된 경기 이천 농가를 제외한 나머지 농가들의 발생원인을 겨울철새로 지목하고 있다.

문제는 AI 발생주범이 철새로 지목되고 있음에도 불구, 이에 따른 피해는 고스란히 축산농가가 떠안아야 한다는 점이다. <「가락골」·「기자의시각」 2면>

이는 FMD와 AI 발생농가에 대한 살처분 보상금 감액규정을 구체화한 ‘가축전염병예방법’이 지난해 12월 23일부로 시행됐기 때문.

개정된 ‘가축전염병예방법’에 따르면 가축을 살처분하고 병성감정결과 양성인 경우 가축평가액의 20%를 감액한다. 또한 최근 2년 이내 2회 이상 발생한 경우 20%, 3회 발생시 50%, 4회 발생시 80%를 감액한다.

또 발병증상이 외관상 최초로 나타난 후 4일 이내에 신고할 경우 20%, 5일 이후에 신고할 경우 40%를 감액하며, 소독 등 방역조치 명령 이행여부에 따라 20~60%까지 감액한다.

이같은 보상금 감액기준에 농가들은 가혹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발생농장의 경우 6개월이 경과한 후 재입식이 가능하고 기존 사이클까지 회복하는데 상당기간이 소요되는 점을 고려할 때, 이로 인한 피해와 보상금 삭감으로 이중고를 겪을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경기도의 한 양계농가는 “최근 AI 발생 소식에 철새들이 접근하지 못 하도록 그물을 치고, 소독은 물론 생석회 도포 등 모든 방역매뉴얼을 다 지켰지만 결국 AI가 터져 기가 막힐 노릇이다”며 “정부 연구기관인 국립축산과학원에서도 구제역과 AI가 발생한 것을 농가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이어 “하늘에서 떨어지는 핵폭탄을 우리더러 대체 어떻게 막으라는 말이냐”며 “발생원인은 철새라면서 책임은 농가에게 돌리는 말도 안 되는 악법을 당장 철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한편, 대한양계협회·한국육계협회·한국토종닭협회·한국오리협회 등 4개 가금생산자단체는 지난달 20일 공동성명서를 발표하고 △살처분 보상금 100% 지급 및 전액 중앙정부 보상 △살처분비용 전액 중앙정부 지원 △토종닭과 식란 등 출하지연 양계산물 수매 및 농가와 관련업계 긴급 운영자금 지원 △충북 음성과 진천 특별재난지역 선포 등을 정부에 요청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