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산농가 ‘부농의 꿈’ 실현 못하면 존재가치 없다”

 

지난 18일 목포무안신안축협 일로가축시장에서 ‘제34회 전남 한우경진대회’가 개최됐다. 22개 시군에서 77마리의 암소가 출품된 이날 경진대회에서 무안군은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종합우승을 차지했다. 그동안 한우개량에 있어서 전남서 뒤쳐져 있었다고 평가받고 있는 무안군이 기존의 인식을 완전히 바꿀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무안군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그 근저에 목포무안신안축협(이하 목무신축협)이 있다.

 

“우리 지역은 전남에서 소 사육규모가 한 때 2위를 차지할 정도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지금은 6위로 밀려난 상태입니다. 이는 폐업농가가 그만큼 많다는 것이고 그만큼 상황이 어렵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축산농가의 어려움을 덜어주지 못하는 협동조합은 존재 가치가 없는 것입니다.”

초선인 문만식 목무신축협 조합장의 포부는 ‘축산 부농의 꿈을 실현 시킨다’이다. 때문에 그의 경영방침은 흑자 위주의 사업이 아니다. 조합원에게 실질적 이익과 혜택이 되는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다. 수익의 비중보다 사업이 조합원에게 도움이 되느냐 아니냐를 먼저 고려하는 것이다.

조합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한 「한우 돌보미 사업」 은 고령의 축산농가 뿐만 아니라 귀농을 희망하는 일반인들에게 인기를 끌며, 정부나 농협중앙회가 추진하는 ‘젊은이가 찾아오는 희망찬 축산업’의 현실적 대안으로 떠올랐다.

한우 돌보미 사업은 축협과 위탁 계약을 체결하면 참여가 가능하다. 여기서 ‘위탁’은 조합에서 농가에게 위탁사육을 시키는 것과 반대의 개념이다. 축협에서 키워주는 것을 말한다. 일단 계약이 체결되면 축협에서 운영하는 일로 가축시장의 경매를 통해 6~8개월령의 수송아지를 구입해 2곳의 축협 생축장에 입식시킨다.

1인당 2마리(조합원은 마리당 280만원, 비조합원의 경우 300만원)까지 가능하며, 입식된 송아지는 축협의 비육 프로그램에 따라 일관 관리해 주는 ‘주말농장’ 형태로 참여하게 된다. 사료비는 참여 농가가 부담하고, 톱밥·왕겨 등 깔짚은 축협에서 부담하는 방식이다.

입식 후 16~18개월 경 초음파 육질 판독을 하고 30개월령이 되면 최종적으로 축협을 통해 계통출하한다. 이익이 발생하면 이익금을 배분하고, 손해를 입었을 땐 입식자금에 해당하는 원금을 축협에서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11월 현재 190여 농가가 참여해 380여 마리가 사육 중이다. 이 사업은 농협중앙회가 지원사업으로 채택했다. 목무신축협은 농림축산식품부에 이들 참가자에게 조합원 자격을 부여할 수 있는지 유권해석을 신청했다. 조합원 자격이 부여되지 않을 공산이 크지만 그럴 경우 사업의 형태를 바꿔 참여 계약자들과 ‘빈축사 활용’을 연계할 생각이다.

그렇게 함으로써 사료 사업 등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의 활성화를 도모하고 소 수급 안정화는 물론 지역 경제까지 활성화한다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눈앞의 이익보다 향후 어떤 것이 더 축산농가에게 도움이 되는 지를 먼저 생각하는 문만식 조합장의 경영방침은 오랜 시간이 걸리는 개량사업과도 궤도를 같이 한다.

“한우사육기반 확대를 조성하기 위해서는 우량의 송아지가 필요하고, 기반이 조성되고 조합원과 지역민 그리고 도시민의 조합사업 참여가 활발해지면 도농상생 뿐만 아니라 농촌사회의 활성화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는 문 조합장의 소신이 그대로 적용되고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 바로 목포·무안·신안군을 대표하는 목무신축협이다.

목무신축협의 환원사업도 단순히 끝나는 경우가 없다. 판로가 막혀 판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안군 소금생산농가들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조합원들에게 김장철 필요한 소금을 무상 지원하고, 신안군 조합원들에게는 골판지 박스 테이프를 지원하는 등 필요에 맞는 ‘맞춤형’을 지향한다. 문 조합장은 이러한 행위를 모두 「더불어 사는 삶」이라고 강조한다.

지난 6월 진행한 ‘축산인의 집 문패 달아드림’ 행사도 그렇다. 외지에 덩그러니 서 있는 축사는 일반인들에게 좋은 인상을 주지 않고, 그 상태로 지내면 축산농가들도 자신의 생업에 대한 자부심도 가질 수 없다는 각성에서 시작됐다.

문 조합장은 “임직원들이 2개월 간 사전 조사한 후 가가호호 방문해 직접 설치했다”면서 “문패에는 축종 그림이 함께 그려져 있어 어떤 농가인지 한 눈에 알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긍심은 물론 조합원들 간의 교류 증진과 화합, 조합사업 참여도까지 높이는 일석다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밝혔다.

지난 7일엔 예상치 못한 날씨로 볏짚 등 조사료 수확이 평년작의 10%에 불과할 정도로 흉작이어서, 최근 한우 산지가격 하락과 더불어 조사료 확보난으로 고통 받는 한우농가를 비롯 조합원 농가들의 어려움을 분담하는 차원에서 배합사료 전 품목 25kg 1포당 1100원을 30일까지 특별 할인 판매하고 있다. 조합은 액수로 환산하면 작년에 지원한 규모인 1억8000만원 정도로 예상한다. 상반기엔 염소 등 특수가축사료 할인도 실시했다.

목무신축협의 슬로건은 ‘희망이 보이는 축산업, 함께 멀리 가는 축산업’이다. 그리고 지금 차근차근 소리없이 수행하고 있는 중이다.

 

“상황이 어렵다고 환경을 탓하고 있으면 결과는 뻔합니다.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어떠한 역경도 이겨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면 ‘시작’이 있고 시작이 있으면 반드시 끝이 있기 마련입니다. 실패에서도 배울 수 있기 때문에 ‘두려움’을 떨쳐버리는 것이 경영의 요체입니다.”

직원들의 자발적인 아이디어를 쥐어짜는(?) 문만식 조합장의 경영이론이다. 틈만 나면 조합원 농장을 찾아가라고 다그치고, “우리가 받는 급여는 조합원들이 주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등쌀 때문에 할 수 없이(?) 현장을 찾는 직원들에게 불만이 왜 없었을까. 그러나 현장은 말한다. 결과로.

목무신축협의 올 당기순이익은 11억여 원으로 지난해보다 약간 높았지만 문 조합장은 별다른 감흥이 없다. 임직원들 노력의 결과, 조합원들의 조합 사업 참여도가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결과이기에. 거기서 직원들은 몸으로 배우고 있다는 사실에 더 주목한다.

직원들은 수시로 농장을 방문하며 사료 판촉 스티커를 붙이고, 소금이나 달력 등을 조합원에게 배부할 땐 택배를 피하고 직접 들고 다닌다. 토요일 하루 날 잡아 전 직원이 조합원 농가를 방문하면서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도와줄 거리를 찾는다. 조합원들은 조합에 대해 무한한 신뢰를 보낸다.

문 조합장은 여기에 고령화가 심화되면서 축사 곳곳에 용접이 떨어져도 수리하지 못하고 그대로 방치되는 농가가 많아, 조합은 농가당 하루 정도 시간을 내서 기술자를 동반해 보수작업을 실시할 계획이다. 또한 조사료 확보난으로 TMF 사료량이 1200톤에서 1500톤으로 늘어난 것과 관련 공장 이전을 통해 품질을 더 강화할 생각이다.

“조합 자녀 장학금 외에 임직원들이 사업 수당에서 일정액을 갹출해 장학금 전달 등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해 왔으나, 방식에 문제가 있다는 조언으로 ‘상생’ 방법을 달리하겠다”고도 한다.

문만식 조합장은 최근 불거진 농협법 개정안의 축산특례 폐지에 관해서는 강력히 반발한다. “2000년 여의도 둔치에서의 10만 축산인들의 통합 반대집회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다. 통합 이후 몇 년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이제 자리 잡고 잘되고 있는데 축산특례를 폐지한다는 것은 또 한 번 축산 기반을 흔드는 일이다. 차라리 ‘축산 독립’을 외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축산은 그 규모면에서 이제 부업 형태가 아니라 완전히 전문적인 산업으로 발전했다. 때문에 그에 맞는 전문성과 독립성 그리고 자율성이 보장돼야 하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문만식 조합장은 지난 1일 ‘대한민국 한우고기 먹는 날’ 기념식에서 한우협회와 조합의 협력, 한우산업 발전의 공로를 인정받아 전국한우협회로부터 ‘공로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염승열 기자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