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본부’는 농협·축산단체·기업·농가 모두의 것

 

‘버블바’로 유명한 비누회사 러쉬(Lush), 여성에게 특히 인기 있는 탐스슈즈(TOMS Shoes), 존슨앤드존슨(Johnson&Johnson)과 애슐리 메디슨(Ashley Madison), 폭스 바겐(Volkswagen)의 차이점이 뭘까? 전자는 ‘나눔’을 기업 체질화함으로써 ‘착한 기업’으로 성공하면서 영속성을 가진 기업이고, 후자는 불륜을 부추기거나 이익을 위해 소비자를 속인 ‘나쁜 기업’으로 각인되어 있다.

‘나’ 개인의 또는 기업만의 이익을 추구하는 것은 가치를 추구하는 자본주의 4.0 시대에서는 몰락의 가장 큰 원인이다. 나에서 ‘우리’라는 공동체로 빠져 나오거나 확대하지 않으면 ‘미래 지속’이란 불가능하다는 사례다.

그런 의미에서 ‘국민에게 사랑받는 축산의 조건’에서 기부·소외계층 봉사 활동, 소비자 상호이해, 지역사회 환경개선, 경종농가 상생 협력을 내세우며 농협중앙회와 생산·소비자단체 모두가 참여하고 있는 나눔축산운동본부의 활동이 빠질 수 없다.

 

(사)나눔축산운동본부는 국내 축산업이 향후 지속 가능하고 국민에게 사랑받는 성숙한 선진축산으로 한 단계 도약하자는 것 뿐만 아니라 사회·환경문제 해결에도 적극 참여하는 범 축산업계의 자발적인 실천운동체다.

축산업 생산액이 농업 총생산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2%에 육박하는 등 축산업이 급속 성장해 오고 있는 가운데 축산인 스스로가 산업 규모에 맞는 책임감을 갖고 자발적인 사회적·환경적 공헌 활동을 통해 고립된 산업이 아니라 국가 경제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하자는 뜻에서 의기투합했다.

2011년 창립총회를 개최한 후 나눔축산운동본부는 범 축산업계 1% 나눔운동의 불을 지피면서 범 축산인 매월 1구좌 기부운동을 전개했다. 그렇게 모인 기부금으로 소비자 및 소비자들의 축산 현장 체험사업과 어린이·청소년 축산 체험을 지원하는 동시에 국내 축산물의 안전성과 우수성 홍보·교육사업도 벌였다.

농촌 다문화 가정 지원·소외계층 방문 봉사 및 축산물 정 나눔은 물론 전국 하천 살리기 사업, 환경 정화 활동, 어린이 환경생태학습 지원과 경종농가에게 희망의 암송아지 릴레이 기증, 대학생 농촌봉사활동 지원, 대한약침학회와 함께 ‘희망나눔 의료봉사’까지 한 분야에 치중하지 않고 다양하고 다각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나눔축산운동본부는 최근 사회복지의 날을 맞아, 지역사회에서 소외된 이웃을 위해 헌신 봉사함으로써 사회복지증진에 기여한 공을 인정받아 보건복지부로부터 장관 표창을 받았다.

지난달 나눔축산운동본부는 강원도 평창군 소재 한 목장에서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제1회 ‘클린 팜(Clean Farm) 음악회’다. 한경섭 사무총장은 “문화체험의 기회가 부족한 축산단지 인근 마을의 경종농가와 소외계층을 대상으로 음악을 통한 상생의 장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마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지만 음악회를 열 수 있을 정도로 축산농가도 환경개선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는 점을 인근 주민들에게 강조하고 싶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눔축산운동본부는 최근 고민에 빠졌다. 9월말 현재 후원 회원수는 2만여 명에 가깝고 후원금은 13억9500만원으로 외견상 소폭의 증가를 보였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정체’에 가깝거나 오히려 퇴보조짐을 보이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와 계열사, 일선축협을 빼고 나면 축산관련기업이나 축산관련단체의 호응도가 이전과 사뭇 다르기 때문이다. 나눔축산운동본부가 농협중앙회의 주도로 설립되다 보니 독자적 기구임에도 불구하고 농협중앙회가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오인 받고 있는 것이 관계자들의 애로사항이다.

또 처음과 달리 계열사들의 참여 의지가 약해진 것도 걱정이다. 나눔에 대한 기부는 기부한 기업이나 단체 등의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노출되기 어렵기 때문에 “홍보도 되지 않는데 굳이 기부할 필요가 없다”는 인식이 강해졌다. 때문에 나눔축산운동본부가 추진하려는 사업이 위축되고 있다.

서두에서 ‘착한 기업’과 ‘그렇지 않은 기업’을 열거했던 이유는 나눔이라는 것이 단순히 ‘기부’로 끝나서는 안된다는 것 때문이다.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에서는 기업은 당연히 사회적 책임(Corperate Social Responsibility, CSR)을 무시할 수 없다.

“사회가 존재하기에 기업이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사회의 혜택을 받고 있는 기업으로서 사회에 대한 책임을 질 수 있어야 한다”는 개념에서 시작됐다. 사회적 책임이란 바로 자선, 기본, 환경 보호 등의 선행 활동을 수행하는 것을 말한다. 축산업이 영속성을 갖기 위해서는 이같은 자세가 최우선이다. 왜 참여해야 하는 지에 대한 다시 한 번의 성찰이 필요한 때다.

 

근 주민들과 상생 최적

 

“환경 개선에 좀더 힘을 실어야 할 때 왜 음악회냐고 의아해 할 수도 있습니다. 주변 경종농가나 주민들에게 문화생활을 제공한다는 의미보다 환경 개선을 위한 축산농가의 노력이 어떠한 지를 보여주기 위한 것이 본 뜻입니다. ‘더럽고 냄새나는 농장에서 음악회?’라는 의구심이 정작 현장에서 ‘아 잘못된 것이구나’하는 감탄으로 변하는 것을 보면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도 사라질테니까요.”

한경섭 나눔축산운동본부 사무총장은 제1회 클린 팜 음악회를 개최하면서 그 배경을 설명했다. 결국 상생 차원에서 물질적인 것보다 문화적인 것으로 나눔의 방향을 조금만 돌리고 나니 호응도 훨씬 좋았다고 밝혔다.

그는 주민들의 무의식을 사로잡으면 부정적인 이미지는 바뀌고, ‘농촌 환경을 악화시키는 주범’으로 여겼던 축산농가를 새롭게 보게 되는 이러한 문화적 운동을, 지속적으로 하려면 축산기업이나 농가들의 ‘나눔’에 대한 생각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환경 오염’에서도 비롯됐지만, 축산업이 농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위치가 높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갖게 된 우월감이나 자만심의 반발도 무시할 수 없다”는 한 사무총장은 “상생 차원에서 기부 참여는 당연한 것으로 습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경섭 사무총장은 “농협이나 단체들이 농촌의 주민들에게 뭔가를 베푼다고 할 때 그들은 의도적으로 받아들여 별 감흥을 느끼지 못하지만, 그 주체가 나눔축산운동본부라면 순수한 마음으로 이해하고 고마워한다”면서 “주민들이나 경종농가의 부정적 인식을 반전시키기에 앞서 축산인의 한사람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먼저 가져야 한다”고 따끔하게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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