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충봉아부패병’ 재창궐 뚜렷한 치료법 없어 난감

“토종벌 씨가 다 마르게 생겼습니다. 낭충봉아부패병을 살처분 대상에 포함하는 등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최근 토종벌업계가 존폐의 위기에 내몰렸다. 지난 2010년 전국 98%의 토종벌을 궤멸시키며 ‘토종벌 에이즈’로 불리게 된 낭충봉아부패병이 지난 여름 재창궐했기 때문. 낭충봉아부패병은 서양벌의 경우 바이러스에 감염되더라도 증상이 발현되지 않아 문제될게 없지만, 토종벌이 감염될 경우 치명적인 것으로 알려진 질병이다.

한국한봉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38만여 통에 달하던 토종벌은 2010년 낭충봉아부패병 발병으로 98% 이상 폐사했다. 이후 농가들의 노력으로 3만통까지 복원됐지만, 지난 여름 다시 확산되며 9월 현재 1만여 통으로 줄어든 것으로 한봉협회 측은 파악하고 있다.

특히 토종벌 복원실적 1위를 달성한 충북도지역의 피해가 가장 큰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도에 따르면 2015~2016년 도내 580농가 4100군 중 약 50% 이상이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됐으며, 40억원 이상의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정했다.

문제는 낭충봉아부패병이 예방책이나 치료법 등 뚜렷한 대책이 없기 때문. 감염벌통을 소각하는 방법이 유일하지만, 이에 따른 보상금이 없기 때문에 농가의 협조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질병에 감염되더라도 최대한 수밀작업에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며, 이로 인해 벌과 벌 사이에서 빠른 속도로 확산돼 피해가 커진 것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한 한봉업계 관계자는 “토종벌은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된 애벌레를 멀리 갖다버리는 습성이 있다”며 “이동제한 역시 날아다니는 벌에게는 실효성이 낮기 때문에 감염벌통의 소각·폐기 외에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고 역설했다.

그는 이어 “보상금이 없기 때문에 농가는 감염벌통 소각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며 “당신 같으면 아무런 보상이나 조건 없이 50~60만원 상당의 벌통을 흔쾌히 처분할 수 있겠냐”고 반문했다.

이에 한국한봉협회 충북도지회와 100여 토종벌 사육농가는 지난달 20일 충북 충주시 신니면 일원에서 낭충봉아부패병에 감염된 벌집과 벌통 800여개를 소각하고 대국민 호소문을 발표했다.

이들은 호소문을 통해 “지난 2010년 토종벌 낭충봉아부패병의 창궐 이후 6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정부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토종벌에서 감염원을 제거할 수 있는 방역대책 수립 및 지난해까지 복원하기로 한 31만7000군의 토종벌 복원 약속을 이행해 달라”고 주장했다.

충북에서 토종벌을 사육중인 한 농가 역시 “낭충봉아부패병을 살처분 가능 전염병으로 지정해 보상대책을 마련해달라”며 “감염봉군의 신고 양성화 대책을 강구해야 낭충봉아부패병 방역에 성공할 수 있다”고 말해 향후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여부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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