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농협중앙회 국정감사에서 조재호 농림축산식품부 농업정책국장은 농협에 대한 이자보전 지원은 원칙대로 2017년 2월 이후로 끝난다고 못박았다. 그것이 농축산부의 공식입장이냐는 의원들의 질문에 답변은 명쾌했다.

하지만 그것이 무슨 뜻인줄 알았을까? 해양조선의 늪에 빠진 농협중앙회의 가슴에 대못을 박은 것이다. 고민의 흔적도 없고, 주저함도 없었다. 얼마나 당황했으면 의원이 장관과 차관도 같은 뜻이며 그들이 포함된 농축산부의 공식 입장이냐고 한 번 더 물어봤을까? 그제서야 조 국장은 “실무선은 그렇다”고 한 발 뺏고, 의원들은 가벼운 그의 입방정(?)을 질타했다.

 

되레 농축산부 질타

 

여당의 한 의원은 신경분리를 전제로 한 농협 사업구조개편 논의 당시 장관은 부족자본금은 전적으로 정부에서 지원하겠다고 했고, 2010년 농식품위원회에서 지도부와 합의됐었다. 하지만 2011년 9월 약속을 바꿨다. 그리고 도로공사 5000억 현물 출자하겠다더니 또 약속을 겼다. 그렇게 정부가 약속을 어겨놓고 처음 합의한 내용을 내밀면서 농협에게 이행하라고 하는 것은 잘못된 것 아니냐고 따졌다. 농협 국감에서 되레 농축산부를 질타한 것이다.

농협중앙회는 내년 2월까지 사업구조를 개편하면서 갚아야 할 차입금이 4조5000억원에 이른다. 현재 이자 비용으로 연간 1700여억원을 내야 하지만 이를 정부가 대신 내주고 있다. 그러나 지원이 중단되면 고스란히 농협이 떠안아야 하며, 원리금도 함께 갚아야 한다. 해양조선건으로 발생한 손실액과 충당해야 할 대손충당금까지 이미 농협중앙회는 깊은 내상을 입은 상황이다.

농협 국감에서는 이에 대한 책임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농협 역사상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상황에서, 이미 중앙회 M급 이상의 직원들은 자구 노력의 일환이라는 명분 하에 급여에서 일정액을 반납하고 있다.

게다가 억대 연봉자 381명, 수입 농수산물 판매 대행, 장애인·여성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 부족, 국산 농산물 가격하락 부채질, 부실채권 일반은행의 2배, 영업 이익은 3년 새 절반 감소, NH농협은행 경영평가 3등급으로 추락, 책임 떠넘기기, 제 식구 봐주기 등등 여야 의원을 불문하고 오물(?)바가지를 뒤집어 쓴 격이니 할 말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이자보전 지원금 연장 불가 방침에는 할 말이 많다. 농협이 막대한 차입금을 부담하게 된 이유는 정부가 농협을 개혁한다는 명분을 내세워 신용사업과 경제사업을 분리하는 ‘신경분리를 위한 사업구조 개편’을 밀어붙였기 때문이다.

 

부족분 지원 약속은?

 

하지만 신경분리에는 막대한 자본이 필요했다. 2012년부터 시작된 개편 작업은 금융지주와 경제지주를 만들고, 경제지주는 농협유통과 남해화학 등 13개 자회사와 판매유통 사업이 경제지주로 넘어왔고, 유통과 제조분야 등 나머지 경제사업은 내년 2월까지 흡수된다. 내년 2월이면 ‘1중앙회, 2지주회사’체제로 개편이 마무리된다.

농협은 신경분리 이전 신용사업과 경제사업부문을 총괄한 농협 전체 자본금을 자기자본으로 간주해 은행의 건전성 지표인 자기자본비율을 계산해 왔지만, 신용사업이 분리하면서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이 최소 건전성 기준인 10% 이하로 낮아짐에 따라 자본 확충이 필요했던 것이다. 때문에 농협 내부에서는 정부의 신경분리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하지만 정부는 부족분을 지원해 준다는 명분으로 반대를 무마시켰다. 농협 측은 “정부의 충분하고 조건 없는 자본금 지원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 사업구조 개편이라는 결단을 내렸다”는 주장이다.

농협은 개편 논의 초기에 부족자본금 6조원을 현금으로 출연해 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지만 정부는 출연 대신 농협 책임 하에 발행한 농업금융채권 4조5000억원에 대한 이자를 5년간 지원하기로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금융부문 손익이 연간 2조원 이상 창출된다는 가정 하에 수립된 것이지만 저성장과 저금리 상황이 장기화되면서 손익의 재무 구조가 예상보다 더 나빠졌다는 것이 농협 측의 주장이다.

 

피해 당사자는 농민

 

신경이 분리되면 신용은 신용대로, 경제는 경제대로 각 사업이 활성화된다며 정부는 밀어붙였지만 이미 분리된 신용사업의 경쟁력은 전보다 더 약화됐다는 평가다. 당장 당기 순이익이 분리 전 7788억원에서 2014년 5227억원으로 크게 줄었다.

한 의원이 김병원 중앙회장에게 물었다. “농협중앙회와 농축산부와는 어떤 관계냐?”고. 원론적인 대답에 다시 물었다. “농협중앙회가 농축산부 산하기관이냐, 아니면 하부조직이냐?”고. 농협에 대해 지도·감독을 한다는 이유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하거나, 겁박하거나, 명령하는 작금의 현상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에서다. 아니면 조롱이었을까.

신경분리 문제가 발생했을 때 많은 이들이 물었다. “어떤 책임도 지지 않을 당신들의 입방아나 실험에 다칠 사람들은 바로 농민이다”고. 신경분리가 아직 완결되지 않았다.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졌고, 켜지고 있는 상황이다. 거친 숨을 쉬고 있는 농협의 호흡기마저 떼면서 네 힘으로 숨을 쉬어보라고 할텐가. 이것이 정말 내 나라 정부가 할 짓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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