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출하비를 지원한다고 수급이 안정될까요? 농축산부에서 내 논 한우고기 수급안정이 아닐 꺼예요. 설마.” 한우가격의 고공행진이 이어지자 농축산부에서 한우 가격 및 수급안정 대책을 발표했다. 그 내용을 읽으면서 실소를 금치 못한 한 한우농가의 말이다.

그의 말을 빌리면 “한우가격이 높은 것은 절대적 사육마리수의 부족에서 비롯된 것인데, 말 그대로 조기 출하하면 당장은 시장에 물량이 늘어 가격이 하향 안정될 수 있을지는 몰라도 풀려 나간만큼 이후의 부족사태는 무엇으로 메울 것이냐”다. ‘웃돌 빼서 아랫돌 메우는 식’의 정책을, 정말 우리의 농정을 수립하고 집행하는 담당부처인 농축산부의 발상이냐는 자조다.

 

서둘러 내놓은 대책

 

전국한우협회가 그동안 줄기차게 한우산업의 중장기적 대책을 마련해 달라든가, 함께 고민하자는 요청에도 불구하고 딴청을 피우던 농축산부다. 그리고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 대체육인 외국산 소고기가 대량으로 유입될 것이 우려되고, 이에 따라 자급률이 하락되는 상황에 이르러 부랴부랴 내 놓은 대책이 이 정도면 ‘정말 농축산부에서 나온 것인가?’하는 의문이 드는 것이다.

혹시 농축산업을 다 죽이고 특히 ‘더럽고, 민원으로 시끄러운’ 축산업을 없애고 외국산 축산물을 사다 먹자는 일부 세력(?)이나, 외국산 축산물을 수입하는 업자들이나, 대형유통업체들이 뒤에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음모론’이 나올 법도 하다.

마침 국민권익위원회의 부정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1년을 넘도록 농축산업의 줄기찬 반대를 뚫고(?) 입법 예고되고 그 와중에 농축산인들을 위한 농축산부의 어떤 대변의 목소리도 듣질 못했으니, “아! 농축산부는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미래와 번영을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단지 정부의 ‘총알받이’ 일 뿐이구나”하는 한탄만 가득하다.

농축산업계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김영란법’이라고 부른다. 그러자 최근 국민권익위원회는 ‘부정청탁법’으로 부르라고 한다. 한우농가 등 심한 반발을 누그러뜨리기 위해 부정적인 의미가 강한 단어를 써야 반발에 맞설 여론이 조성된다는 의미다.

쉽게 말해 이중 화법의 표현이다. ‘불경기’와 ‘경기 후퇴’라는 말 대신 ‘경기 순환’과 ‘마이너스 성장’으로 둘러대는 식이다. ‘실업’은 ‘미고용’, ‘가격 인상’은 ‘가격 현실화’라는 단어를 쓰면 부정적 의미를 긍정적으로, 긍정 이미지를 부정 이미지로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식물부처 입증한 꼴

 

축산물 가공품에 관한 관리를 농축산부에서 식약처로 이관한다는 관련 법률 개정안이 입법예고 되자 “생산·유통과정이 일반식품과 크게 달라 그 과정에서 각종 위해 미생물의 오염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전문가 집단이 관리해야 한다”는 축산 전문가들의 반발이 거세지만, 정작 해당부서인 농축산부는 모르고 있었다는 것은 ‘식물부처’임을 입증한 꼴이다.

“그래 맞아. 농축산부가 그렇게 무지할리도 없고, 얼마나 정부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있으면 그랬겠어. 열심히 농축산업을 위해 하려고 하는 데 이 정부가 받아주질 않는 거야. 그래서 일할 의욕도 잃고, 스스로 힘 없음을 자조하고 있는 거야. 먹고 사는 게 뭔지. 농축산부의 공무원 속도 편하질 않을 거야. 이해가 가지 않는 건 아니야.”

“어떻게 식약처가 개정 법률안을 입법 예고하는 동안 농축산부가 전혀 모를 수가 있느냐”는 항의는 축산 전문가들 사이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농축산부는 농민의 편이라는 순진(?)한 생각을 해 보고, 희망도 가져본다.

국내 경기를 수출로 돌파하겠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중동이고 아프리카로 세일즈 외교를 하니, 이동필 장관도 덩달아 농·축산물의 수출을 위해 중동으로, 중국으로, 홍콩으로, 마카오로 한류 전도사 역할을 자처한다. 참 고마운 일이다. 국내에선 ‘6차 산업 전도사’로, 해외에선 국내 농축산물 알리기의 선봉장으로 일선에서 뛰는 모습이 안쓰럽다.

하지만 농축산부의 「농협법 일부개정법률안」의 대목에 이르면 자그마한 미련도 희망도 안쓰러움도 다 사라진다. 정말 농축산부가 농축산인들을 생각하고, 대한민국 농축산업의 미래를 구상하고, 농촌경제의 활력을 고민하는 부서가 맞나 싶다.

 

퇴진론·무용론 제기

 

그러니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의 ‘퇴진론’이 슬금슬금 나오고, 농축산부 무용론이 제기되는 것이다. 잇따른 FTA로 농축산업의 희생이 강요당하고 있는 현실에서, 무관세 외국산 농축산물과 피 말리는 경쟁이 다가온 시점에서, 생존을 위한 농축산인들의 외침을 ‘떼쓰기’로 왜곡하는 정부와 해당 부처는 결코 ‘우리 편’이 아니라고 농축산인들은 외친다.

더욱이 김영란법이 시행되면 외국산 농축산물은 지천에 깔린다. 농축산업 특히 고급화된 한우와 화훼, 과수산업 등은 무장 해제 뿐만 아니라 족쇄까지 채워진다. 여기에 농협 축산경제의 독립성과 전문성까지 사라지면 대한민국 축산업의 뼈대마저 부러트리는 꼴이다.

농축산인들은 억울함과 울분을 들어줘야 할 해당 부처가 저지경이니 국회로 가고, 광화문으로 달려갈 수밖에 도리가 없다. 정말 지금 일어나는 일들이 농축산부가 주도하는 것이 아니길 바랄 뿐이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