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이에이징 비프 비싼 만큼 제대로 알고 먹자

 
 

도축직후의 근육은 부드럽지만 사후강직 상태에 들어가면 단단해지면서 보수력도 떨어진다. 그러나 강직된 근육을 저온상태로 저장하면 강직현상이 풀리면서 다시 부드러워진다.

이 과정을 해강이라고 부르는데 해강이 완전하게 이루어지면서 도축직후의 부드러운 상태까지 되돌아간 근육을 우리가 식육으로 섭취하게 되는 것이다. 이 해강되는 과정을 숙성이라고 하는데 보수력이 회복되면서 고기가 부드러워지고 풍미가 향상된다. 또한 이런 바람직한 변화를 얻기 위한 목적으로 고기를 저장하는 것도 숙성이라고 하는데 어떤 의미든 근육은 숙성과정을 거쳐서 식육으로 제공된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숙성의 메카니즘을 살펴보면 우선 근육 대부분은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는데 근원섬유 다발을 콜라겐이 둘러싼 형태로 결합하고 있다. 그러나 숙성이 진행되면 근육중의 단백질 분해효소가 작용하여 이 콜라겐섬유 마디가 잘리면서 동시에 근원섬유 가닥도 흐물흐물 풀리게 되는데 결과적으로 근섬유의 결합력이 약화되면서 부드러워져 씹었을 때의 식감을 높혀 준다. 풍미가 향상되는 과정의 경우 숙성과정 중에 단백질 분해효소에 의해 근육의 단백질이 아미노산으로 분해되어 단맛과 감칠맛이 증가하면서 글리코겐은 글루코스, 즉 당분으로 변해간다. 다만 글루코스는 먹었을 때 단맛으로 연결된다고 하기보다는 메라노이드 반응(당과 아미노산의 열반응)에 의해 풍미가 향상되는 것으로 보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숙성결과로 발생된 로스트나 스테이크 특유의 숙성향의 역할중 가장 큰 것은 아마도 산취와 혈액취, 축종 특유의 비린내를 없애는 것일 것이다. 드라이에이징을 말할 때 소위 너트향으로 알려진 숙성향의 발생정도로 숙성의 완성도를 판단하는 사람도 있지만 고기품종과 보관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너트향 발생여부로 숙성의 완성도를 평가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램이다. 오히려 너트향이 싫어서 조리전에 반드시 제거한다고 하는 유명조리사도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맛과 향의 경우 결국 개인적인 기호도에 따라서 많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 드라이에이징 적용사례

드라이에이징 숙성육을 생산하는 업체의 냉장고를 들여다봤다. 살균등을 사용해 외기의 유해한 세균을 막고 실온 1℃전후, 습도 75~80%, 멸균 필타를 사용한 팬으로 공기를 순환시키며 30분 간격으로 여러 대의 선풍기가 돌면서 선반에 올려놓은 고기에 바람을 불어놓고 있었다.『이것이 40일간 숙성한 소고기 등심입니다』업체관계자가 소개한 고기의 표면을 보면 검게 그을린 가운데 솜털이 자란 것처럼 하얗게 피어난 곰팡이가 바람에 흔들거리고 있어 “식욕을 불러 일으킨다”거나 “맛있어 보인다”하는 이미지와는 전혀 맞지 않는다. 오히려 숙성육임을 모르는 사람이라면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부패한 고기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실내에는 곰팡이 냄새가 많이 없고 땅콩향이 조금 날뿐이다. 일반적인 도축장에서 나는 생고기 냄새하고도 또 다른 향이 난다. 고기는 일정한 조건하에서 바람을 계속 맞게 하면 고기가 품고 있는 여분의 수분(자유수)을 날려 보내면서 단백질과 미네랄을 응축시킨다. 건조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부착되어 있는 특정한 미생물이 생성하는 효소는 응축된 단백질을 감칠맛을 내는 성분의 아미노산으로 바꾸어 준다. 건어물을 만드는 과정과 같은 이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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