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수신문’이 선정,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혼용무도(昏庸無道)’이다. ‘나라의 상황이 마치 암흑에 뒤덮인 것처럼 온통 어지럽다’는 뜻이라고 주석을 달았다. 혼용은 혼군(昏君)과 용군(庸君)을 일컫는 말인데, 사전적 의미로 혼군은 사리가 어둡고 어리석은, 용군은 어리석고 변변치 못한 임금이라는 뜻으로 이 둘을 합쳐 어리석은 임금을 더욱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무도(無道)란 논어의 천하무도(天下無道) 속의 무도로, ‘말이나 행동이 인간으로서 지켜야 할 도리에 어긋나서 막됨’이란 뜻이다.

 

대통령에게 돌직구

 

이 단어들의 조합은 나라를 바르게 다스릴 뜻은 있으나 지도자의 총명함이 부족하거나, 지도자가 나약하고 우유부단해서 새로운 변화를 도모할 용기가 없는 상황이어서 세상은 갈수록 거짓과 혼돈에 빠져 어지럽고 혼탁해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 이후 3년 동안 교수들은 사자성어를 통해 매년 말 사회정서를 평가해 왔는데 갈수록 그 질책이 강해지고 있다. 첫해인 2013년 도리에 어긋난 줄 알면서 순리에 역행한다는 ‘도행역시(倒行逆施)’, 이듬해인 2014년은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한다는 뜻으로, 거짓을 강요해도 이를 부정하지 못하는 아랫것들의 행태를 꼬집어 ‘지록위마(指鹿爲馬)’ 라고 했다.

신하의 도리와 행태를 꼬집어 왔던 이 사자성어에 이번엔 대통령을 지칭하는 군(君)이 사용됐다. 혼용무도를 추천한 이승환 고려대 교수는 “연초 메르스 사태로 온나라의 민심이 흉흉했지만 정부는 이를 통제하지 하기는커녕 온갖 무능을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중반에는 청와대가 삼권분립 침해와 의회주의 원칙을 크게 훼손시켰고,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까지 국력 낭비를 초래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올해의 사자성어’는 교수신문이 전국의 대학교수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보내 선정한 것으로 올해는 886명의 교수를 대상으로 했다. 이중 59.2%인 524명이 ‘혼용무도’를 선택했다고 교수신문은 밝혔다. 참으로 암울하다.

하지만 그 다음 순서로 선택된 사자성어들을 보면 더 암담하다. 14.6%가 겉은 옳은 듯 보이지만 속은 다르다는 ‘사시이비(似是而非)’를, 13.6%가 못의 물을 퍼내 물고기를 잡는다는 ‘갈택이어(竭澤而魚)’, 그 다음 순으로 달걀을 쌓은 것 같이 위태로운 형태란 의미인 ‘위여누란(危如累卵)’ 그리고 판단력이 둔해 융통성이 없고 세상 일에 어둡고 어리석다는 뜻의 ‘각주구검(刻舟求劍)’이었다. 모두가 한결같이 어리석음을 내포하고 있다.

 

근거 왜곡하기까지

 

그러나 ‘사시이비’는 최근 정부 정책이 국민을 위한다고 말하거나 공정하고 객관적이라고 홍보하지만 실제로는 근거를 왜곡하거나 없는 사실조차 날조해 정당성을 홍보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의미에서 선택된 사자성어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수출만이 살 길이라며 무차별로 체결하고 있는 FTA의 득(得)은 부풀리고, 실(失)은 축소하다가 ‘무역이득공유제’의 요구가 강하게 제기되자 갑자기 득과 실의 경계가 모호해지는 행태는 그렇다 치자.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서 대한민국이 지금 비상사태라고 억지(?)를 부리며, 경제활성화 법 등을 국회가 통과시켜주지 않으면 지금 대량 해고는 물론 경제가 파탄난다고 국회를, 국민을 겁박하는 것은 도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친 짓이다.

그렇게 위급한 국가 경제의 비상사태라는 사람이 총선 일정에 쫓겨 마지못한 개각을 단행하고, 장관 물러난 지 한 달 밖에 지나지 않은 국토부장관을 경제부총리로 돌려막기 하는 것은 상식을 지닌 사람으로선 도무지 이해하기 힘든 용병술이다. 주변의 진실한 사람들(?)은 총선으로 달려 나가고, 따 놓은 당상의 지역구에서 “내가 진박이노라”고 허풍을 떨고 다닌다. 얼마나 지역구의 주민들을 무시했으면, 국민을 위한 행정보다 대통령 눈치만 보던 장관으로서, 청와대 문꼬리 권력으로서 국민의 혈세를 빨아 먹다가(그들은 대통령의 하사금이나 월사금 정도로 여기고 황송하게 받았을테지만) 또 다시 주구장창 단물을 빨기 위해 몰려 다닌다.

 

소홀할 수 없는 시간

 

“니들은 누구를 위한 국회의원이 되려고 하느냐”는 질문도 이제는 의미가 없다. 다들 알지만 그들은 자신한다. 그래도 “우리가 남이가” 한마디면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지역주민들은 자신들에게 한 표를 던져줄테니까 말이다.

이 비상시국(?)에 대통령은 ‘키즈’들을 지원하기 위해 지역 순방에 나선다. 그래서 사람들은 그녀를 ‘선거의 여왕’이라고 부르는지도 모른다. 절묘한 시기에 절묘한 카드를 빼드는 그 행위가 많은 사람을 현혹시켰다. 던지는 말마다 강렬한 ‘1형식’이다.

‘비정상의 정상’이 그렇고, ‘영혼의 비정상’이 그렇고, ‘배신의 정치’가, ‘은혜를 모르는 자’가, ‘진실한 사람’은 또 어떤가. 그리고 자신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를 모른다. 항상 자신을 중심으로 놓고 던지는 말이기에 ‘막무가내의 추종자’들을 제외하곤 그 말을 듣는 국민들은 그 때마다 어떻게 해석해야 할지를 몰라 어리둥절이다.

을미년(乙未年) 한 해가 많은 아픔과 아쉬움을 남기고 다 지나갔다. 이제는 병신년(丙申年)이다. ‘을미적거리다 병신된다’는 세인들의 말처럼 이젠 정말 소홀히 할 수 없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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