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 우리 집에서 젤로 귀했던 암송아지가 오늘은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원유수급 불균형이 송아지 거래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낙농가들은 어미 소가 새끼를 낳을 때 가장 궁금한 것이 성별이다. 암송아지를 나으면 내 새끼가 되는 것이고 숫송아지를 낳으면 남의 집에 보내지기 때문이다.

요즘에는 숫놈이나 암놈이나 둘다 내 새끼가 아니다. 지금껏 암송아지는 목장의 효녀노릇을 톡톡히 해내면서 후보 소로써 원유생산을 위한 밑거름 역할을 맡아왔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원유생산량 조절로 인해 농가에서는 더 이상의 후보소가 필요 없게 됐다. 속된 말로 있는 소도 없앨 판에 새로운 생명이 반가울리 없다.

따라서 농가들은 어미 소가 암송아지를 나으면 아쉽게도 이를 내놓아야 하는 사태에 이르렀다.

예전 같았으면 어미 소의 성적에 따라 소를 데려가겠다는 사람이 줄을 섰을 테지만 지금은 소를 사갈 사람을 직접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너도나도 넘치는 원유에 더 이상 생산량을 늘릴 수 없기 때문에 내 새끼도 버거운데 남의 새끼를 데려다 키울 수가 없다는 것이다.

농가들은 우유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새끼를 낳아야만 하고 새끼 중 절반이 암송아지인데 수송아지에 비해 경제성이 없는 암송아지를 누가 키우려고 하겠느냐며 새끼를 낳을수록 사료값 부담이 갈수록 커져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낙농산업의 특성상 신규 농가의 진입이 어려워 신규농가는 기대하기 어려운데다가 암송아지는 수송아지에 비해 비육 기간이 길고 등급도 잘 나오지 않는 탓에 비육 농가들이 암송아지 입식을 꺼리고 있는 것도 문제다.

목장의 복덩이 암송아지가 한순간에 애물단지로 전락한 이 상황이 지속된다면 낙농산업의 미래는 암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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