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여성낙농인들과 함께 유럽 출장길에 올랐다. 유럽의 낙농선진지 견학을 통해 전문지식을 습득하고 한국 낙농의 미래를 이끌어 나가기 위함이 출장의 목적이었다.

수년째 낙농 분야를 담당 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낙농인들과 가까이 하는 것은 처음이나 마찬가지였는데, 이들과의 만남이 나에게 지금껏 느끼지 못했던 큰 깨달음을 얻게 했다.

신입기자 시절부터 지금까지 ‘후계농 없이는 미래도 없다’, ‘지속가능한 낙농산업을 위해서는 후계농이 답이다’ 등을 주제로 수없이 2세들을 만나고 취재해왔다. 지금까지 내가 생각했던 후계농은 현재 목장을 경영하고 있는 대표의 아들 혹은 딸이었다.

그들이 앞으로 낙농을 이끌어나갈 후계이자 미래라고 생각했던 터라 이번 출장의 동행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연수생들 중에는 20~30 대의 여성낙농인들이 다수 포함되어있었는데 당연지사 이들이 딸일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이 나의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였다. 20~30대, 내 또래의 여성낙농인들 중 낙농가의 딸은 2명, 나머지는 모두 낙농가의 며느리였던 것이다.

목장의 며느리들은 앞으로 목장에 들어가기에 앞서 공부를 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그 교육에서 당당히 상위성적으로 이수를 했기 때문에 그 자리에 있을 수 있었다.

그들은 목장은 친숙한 것도 늘 봐왔던 것도 아닌 내 배우자가 선택한 일에 동참하기 위해 공부를 해야 하는 일이라고 입을 모아 말했다. 낙농업을 지탱하고 일궈왔던 것에서 여성 낙농인의 역할이 막중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낙농산업을 앞으로 이끌어나갈 인재는 그들의 자녀일 것이라고 단정 지었던 것은 참으로 바보 같은 일이었다.

우리나라 낙농가의 90% 이상이 부부농의 형태를 취하고 있다. 아이 돌보듯이 송아지를 돌보고 소를 돌보는 것은 온전히 여성 낙농인들의 몫이다. 여성 낙농인들의 역할이나 비중은 상당하다. 그러나 여성낙농인을 위한 교육이나 조직 등은 상당히 제한적인 게 현실이다. 이제는 이를 등한시해서는 안 된다. 여성낙농인들이 산업의 역군으로 자긍심을 가지고 임할 수 있도록 육성하고 보호해야 한다.

앞으로 낙농산업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안정적인 낙농산업 영위를 위해서는 여성낙농인들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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