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마사회가 지난 4일 용산 화상경마장(장외마권발매소) 관련 A4용지 2장의 보도자료를 냈다. 찬성 여론 조작을 위해 동원된 박 모씨가 “마사회가 주민 찬성 활동을 하면 화상경마장 내 매점 운영권과 찬성 서명 1명당 1000원씩을 주겠다”는 고백을 하면서 비롯된 ‘여론조작론’과 관계된 것이었다.

요지는 이렇다. ‘해당 사기행각과 관련된 일련의 활동이 명확하게 규명되지 않은 상태에서 특정인의 폭로와 주장을 근거로 발생되는 논리적 비약이 관련된 개인이나 단체의 명예훼손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에서 유감’이라는 것이다.

 

책임회피 전형 수단

 

처음 접한 사람은 무슨 소린가 잘 이해가 되지 않을 내용이다. 쉽게 풀이하면 고백한 박 모씨가 먼저 마사회 직원에게 접근해 도움을 주면서 이권을 요구했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마사회나 직원의 명예가 실추됐으니 박 모씨에게 민형사상의 법적 책임을 물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경비 충당을 위해 일부 직원들이 법인카드를 현금화하는 속칭 ‘카드깡’을 했다는 구체적인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그 모든 책임을 박 모씨에게 돌리는 것은 어째 궁색해 보인다. 공무원 비리가 나올 때마다 일단 책임을 회피하면서 오히려 법적 책임 운운으로 상대방을 겁박하는 전형적인 수단으로 보인다.

사실 마사회의 내부적 상황이 비정상이라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주변에선 ‘마사회에 관심 좀 가지라’는 질타가 쏟아지고 있는 것도 그렇다. 축산발전을 위한 기금의 젖줄이어서도 그렇지만 농촌의 신성장동력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말산업의 주도적 역할을 마사회가 해야 함에도 온갖 구설에 올라있는 ‘꼴’이 마치 못된 망아지 형상이어서 더욱 그렇다.

용산 화상경마장 건만이 아니다. 그 건물 내부에 미래창조과학부로부터 40억원의 정부 자금으로 ‘키즈카페’를 설치하려다 ‘공기업인 마사회가 화상경마장 내에 어린이 놀이시설을 설치한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는 반발에 양쪽 모두 서둘러 접었다. 그러다 슬그머니 내년 자체 예산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공분을 사고 있다.

 

낙하산 인사 결과물

 

이 모든 것이 그릇된 낙하산 인사가 어떤 결과를 가져다 주는 지 잘 보여주는 결과물이다. 마사회의 파행적인 행보는 삼성물산 대표이사와 전경련 부회장, 한나라당(현재 새누리당) 제주도지사 후보 등을 역임했던 현명관 회장이 오면서 본격화됐다는 내외부의 평가이다. 현 정부와의 긴밀한 유대관계 때문에 감사기관인 농림축산식품부는 물론 국회와 감사원 감사까지 무시하는 ‘배짱’을 부릴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난달 초 국감기간 중 국회의원들이 요구하는 자료를 거부하거나 부실하게 제출해 새정치민주연합 농림의원실은 질의서를 아예 주지 말자는 움직임도 보였고, 황주홍 의원실은 마사회에 요구해 받은 자료가 너무 부실하고, 아예 자체를 제출하지 않은 것도 많아 마사회 직원 출입을 금하는 안내문을 의원실 문에 써 붙이기도 했다.

지난달 6월 감사원은 기관운영 감사결과 고객편의시설 위탁대상자를 선정할 때는 장애인·독립유공자·노인 등을 우선 계약대상자로 선발하고, 퇴직 임직원 등에게 후생복리 수단으로 고객편의시설 임대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시정처분을 내렸지만 관련 규정이 근로자 복지와 관련되어 있어 노사합의를 거쳐야 한다며 버티고 있는 실정이다.

2014년 11월 인사 시 간부 직원들에게 보직을 주지 않아 30여명을 명퇴시킨 것도 모자라 올 8월 인사 때는 서울 본부장을 제주본부의 팀원으로, 부산·제주본부장을 수의사로 강등시켜 발령을 내는 파격적(?)인 인사를 단행했다. 이렇게 해서 빈 자리에는 입 맛에 맞는 직원이나 낙하산으로 채우는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전직 마사회 관계자는 밝혔다.

새정치민주연합의 박민수 의원은 마사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서 지난해 3월 사회공헌사업을 목적으로 설립한 ‘렛츠런재단’의 이사들 전원이 삼성 또는 전경련 등 현명관 회장과 경력이 중복돼 있다고 지적했다.

 

무시하고 배짱까지

 

마사회 기부금의 60~70%를 출연받고 있는 이 재단의 이사 경력을 보면 7명 중 4명은 삼성물산, 제일기획, 중앙일보 등 삼성 출신이고, 2명은 전경련, 나머지 1명도 정치권 인사로 나타났다. 현 회장이 공동대표로 있는 사단법인 ‘창조와 혁신’의 이사진 구성도 마찬가지라고 박 의원은 지적했다. 6명 이사진 중 5명이 삼성물산, 호텔 신라 등 삼성출신이고, 그나마 1명도 현 회장과 동향인 제주도 출신이다.

마사회 내부 본부장 4명 중 1명은 삼성물산, 비상임이사 8명 중 3명은 같은 행정고시 출신이었다. 이들은 그 어떤 경력에서도 마사회와 관련된 전문성을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러한 인적 구조는 무소불위의 경영으로 나타나 혈세 낭비 논란까지 야기 시키고 있다. 사고 발생도 없고, 민원이 제기된 적도 없는 전광판을 120억씩 들여가면서 교체하는 것이나 사행산업의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할 마사회를 ‘이익 우선’이라는 경영에 초점을 맞추면서 오히려 국민들로부터 지탄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공기업 1,2위를 다투고 100대 기업까지 포함에도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높은 연봉으로 직원들의 입을 막는 사이 마사회는 곪아가고 있다. “마사회를 살려 달라”는 전직 관계자의 호소가 애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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