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문자 한통을 받았다. 거두절미하고 본인이 쿼터를 사야할지 말아야할지 모르겠으니 도움을 달라는 낙농가의 문자였다. 문자를 보낸 장본인은 청주시에서 60여두의 젖소를 키우고 있는 낙농가의 아내였다.

그녀는 요즘 걱정이 앞서 잠도 못자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했다. 지난해 말부터 원유 감산 정책이 시행됨에 따라 잉여원유에 대해서는 형편없는 값을 받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월에 1400여만 원씩 손해를 입고 있다고 말했다. 월 1400만원이면 1년이면 1억 6000여만 원이 손해가 난다는 것이다.

연간 1억 원의 손해를 지속해서 입느니 빚을 내서라도 쿼터를 사야겠다고 결심한 부부는 집유주체에 쿼터 매입을 희망한다는 뜻을 밝혔다. 매일같이 피해가 누적된다고 생각된 부부는 하루라도 빨리 쿼터가 나오면 연락을 당부했는데 몇 달 동안 감감 무소식이던 유업체에서 드디어 쿼터를 거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연락이 왔다.

쿼터가 나왔다는 사실이 반갑기도 한 반면에 불안한 마음이 커져 여기저기 자문을 구하게 됐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수급조절에도 불구하고 연일 원유수급 불안정으로 쿼터추가 감축안을 논의 중인 가운데 쿼터를 사들이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아니면 생산량을 조절해내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판단이 어렵다는 것이다.

주변의 농가들이나 조합에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쿼터를 사는 것이 낫다고 조언을 했지만 치솟을 대로 오른 쿼터 값이 부담스러운데다가 혹여나 추가적으로 감축이라도 시행되면 휴지조각이 될까 싶어 부부는 잠도 못 이룬 채 고민을 하다 보니 쉽게 결정하기가 어렵다고 했다. 한두 푼도 아닌 억대의 돈을 들여 쿼터를 매입해야 하기 때문에 결정을 쉽게 내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쿼터를 늘리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이다. 이들은 계획 없이 잉여원유를 헐값에 내보내기 싫어서 무리하게 규모를 늘리려고 한 것은 아니다. 이 부부는 몇 해 전 도시개발계획에 따라 목장부지가 개발되면서 목장을 이전하게 됐다. 아들 둘에 딸 하나를 둔 부부는 아이들이 목장일을 함께할 것을 희망하면서 목장을 증축 이전했다.

이 목장은 100여두의 소를 사육할 수 있도록 설계됐는데 현재는 60여두만 사육하고 있다. 원유 수급 상황이 악화되면서 이들의 목표도 어느 순간 멈춰버렸다. 언제쯤이면 마음 놓고 젖 짜보는 날이 올까요. 라는 마지막 문자처럼 언제까지 이 상황이 지속될 것인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 낙농가의 희망은 점차적으로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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