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박원순 서울시장은 양계관련단체와 축산관련단체 관계자들과 함께 한 자리에서 서울시가 말복을 하루 앞둔 11일 동물보호단체인 카라(KARA)와 서울 청계광장에서 시민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채소국(일명 채개장) 나눔행사」에 대해 사과했다.

“아니 시민들에게 무더위를 이겨내라고 채소국을 제공한 행사에서 이게 뜬금없이 무슨 소리냐?”고 의아해 하는 이들을 위해 간략하게 소개하자면 이날 행사의 캐치프레이즈가 ‘아직도 복날에 닭과 개를 드시나요?’라는 것이 문제였다. 만일 채소국이 몸에 좋다는 것만으로 홍보를 했다면 몇 일간의 사달도 없었을 것이다.

 

울고 싶은데 뺨 때린 격

 

최근 닭고기 시장이 공급과잉에 시달리며 닭 한 마리(1.6kg 기준) 가격이 8년 만에 최저인 1000원대로 추락한데다 복날에도 수요가 급감해 시름이 깊어진 양계농가들에겐 ‘울고 싶은 데 뺨 때린 격’이었다. 게다가 서울시는 한술 더 떠서 매주 ‘채식의 날’을 운영하고, 산하기관을 통한 육식 배척과 서울을 채식도시로 만드는 종합 마스터플랜을 이달 중 발표키로 한 것은 고기 먹는 사람을 마치 ‘야만인’ 또는 ‘식인종’과 같은 문명에 뒤떨어진 열등한 사람으로 취급하는 처사여서 축산인들 전체가 들고 일어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양계관련단체는 물론 축산관련단체협의회까지 잇따라 성명을 내는 동시에 서울시 광장 앞에서 1인 시위를 벌였다. 닭고기 섭취에 대한 몰이해와 축산업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서울시가 앞장서 확산시키지 못하게 강력하게 저항했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는 “공신력을 담보로 하는 시정 활동을 하면서 축산농가를 동물보호에 반하는 집단으로 매도하는 이 행사는 1000만 서울시민으로 하여금 육류에 대한 기피 심리를 조장하게 해 소비 시장을 위축시키고, 오히려 균형 잡힌 식생활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박원순 시장을 강하게 비판했다.

행사 5일 만에 박원순 시장은 양계단체와 축산관련단체 관계자들과 긴급 회동을 갖고 공식 사과했다. 또 그 자리에서 박 시장은 닭고기 소비홍보에 적극 동참키로 했다. 몇 일 동안의 사달을 지켜보면서 축산에 대한 몰이해와 부정적인 인식이 얼마나 뿌리 깊게 박혀 있는지 그 수준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축산 몰이해 뿌리 깊어

 

박원순 시장이 그 자리에서 정말 축산업에 대해 얼마나 이해를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단순히 축산농가와 관계자들의 시위와 요란(?)을 잠재우기 위해서였는지는 향후 행보를 보면 알 수 있겠지만 다만 이번 ‘채소국’ 파장을 해결하는 양계·축산 농가와 관계자들의 기민한 행동이 큰 위안이 됐다.

닭고기 산업을 둘러싸고 수시로 갈등으로 대립하던 대한양계협회와 한국육계협회가 따로 또 같이 힘을 합쳤고, 한국토종닭협회가 동참했다는 점에서 그렇고, 축산관련단체협의회가 적극 나섰다는 점에서는 더더욱 그렇다. 릴레이 1인 시위부터 농가 규합까지 순차적으로 대응한 생산자단체는 결국 5일 만에 박 시장의 사과를 이끌어 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관계기관, 단체급식에 닭고기 소비를 확대하고, 추석과 설 명절 등에 서울시 홍보대사와 서울광장에서 대대적인 닭고기 소비홍보를 실시키로 했다. 또 농림축산식품부 등 중앙정부와 연계해 지속적으로 닭고기 소비홍보를 하기로 하는 한편 중국, 일본 등 서울시를 방문하는 해외 관광객을 대상으로 닭고기 여행상품을 연구 개발해 국내 양계농가를 적극 돕기로 약속하는 성과를 거뒀다. 어찌 보면 ‘전화위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기민한 대응과 업계의 일치된 행동의 결과이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대한한의사협회는 지난달 말 ‘현대인의 복날 보양식은 여전히 닭과 수박일까?’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옛날에는 체력소모가 가장 큰 여름철 복날 만큼은 꼭 보양식을 챙겨 먹으라는 의미가 강했지만 현대사회는 더위보다는 차가운 실내와 외부 온도의 차이로 인한 냉방병 증상을 호소하는 환자가 더 많으며, 못 먹어서 생긴 병이 아니라 오히려 잘 먹고 시원한 곳에 있어서 생긴 병이 많으므로 예전의 못 먹던 시절의 보양식 개념을 그대로 적용할 필요는 없다는 요지이다.

 

자기 홍보 위해 죽이기

 

이 보도자료에는 만약 건강식품을 통한 체력 보충을 생각한다면 약리작용에 의한 부작용으로 인해 오히려 저하된 신체 상태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어 섭취 전 반드시 한의사와 상담이 필요하다고 끝맺음 졌다. 결국 ‘한의사와 상담하라’는 일종의 자기 홍보인데 해당 산업에서 보면 제목이 너무 자극적이다. 문구만 놓고 보면 닭을 먹지 말라는 말과 다름이 아니기 때문이다.

삼계탕은 닭고기에 대추, 마늘, 인삼 등을 넣어 예민한 신경을 가라앉히고 체력을 증진시켜줄 뿐만 아니라 피로 회복과 간 기능 회복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양의든 한의든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또 닭고기는 지방이 적어 담백하고, 다른 육류보다 소화 흡수력이 좋아서 위가 약한 환자나 노인, 어린이들에게 좋은 음식이라는 것도 입증됐다.

복날은 갔다. 그리고 무더위도 한풀 꺾이면서 밤과 낮의 기온차가 심해진다. 닭고기는 여름 뿐 아니라 가을, 겨울, 사시사철 어울리는 음식이다. 몰이해나 자기 홍보로 흠집날만한 만만한 음식이 아니다.

 

저작권자 © 축산경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