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영 수 농협중앙회 축산경영부 부장

 

다른 축산물과 같이 등급제가 정착되어 소비자 신뢰도 제고와 경쟁력 강화의 틀 마련을…

 

코끝을 자극하는 아카시아 꽃향기로 가득한 5월이다. 이맘때면 꿀벌은 이 꽃 저 꽃 꿀을 따느라 여념이 없고 양봉농가들 또한 눈코 뜰 새 없이 바빠진다.

꿀벌은 꽃가루받이를 통한 생태계 보전 역할 뿐만 아니라 농작물 생산에 미치는 영향 또한 무한하다. 전 세계 주요 100대 농작물 생산의 71%가 꿀벌의 수분에 의해 이뤄지며 국내 시설 농작물 및 과수 등의 생산에 기여하는 경제적 가치도 6조원에 달한다. 그래서 유럽에서는 축산물 중 꿀벌의 경제적 가치를 소, 돼지 다음으로 중요한 축산 자원으로 평가하고 있다.

현재 벌꿀은 WTO 양허관세 할당물량, FTA 이행기금 관련 등의 제한적 물량만이 저세율관세로 수입되고 있으나 지난 해 12월 한·베트남 FTA 타결로 수입 확대는 피할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산업 비중이 낮은 벌꿀산업은 다른 품목에 비해 소홀히 취급될 수 있어 더욱 철저한 대비가 필요하다.

국내 벌꿀 생산량은 최근 한반도의 급격한 온난화에 따른 전국 동시 개화로 2013년 2만4000톤에서 2014년 2만톤으로 감소한 반면 소비량은 벌꿀에 대한 인식개선으로 2013년 1만9000톤에서 2014년 2만톤으로 점차 증가하고 있다.

벌꿀 소비량의 증가는 그동안 건강기능식품으로 한정된 소비에서 벗어나 지난해 ‘허니버터칩’ 열풍을 시작으로 소위 ‘허니마케팅’이라고 불리는 제과 및 제빵, 우유 등 천연 감미료로서의 인기에 편승한 소비확대라고 볼 수 있다. 유통업계에서는‘허니마케팅’에 힘입어 국내 꿀 수요는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보고 있다.

‘허니마케팅’이 시사하는 바와 같이 국내 벌꿀산업은 지금까지의 양적생산 확대와 막연한 소비증가 기대로는 미래를 기약하기 어렵다. 오늘날 우리는 고도로 발달된 과학·산업기술에 힘입어 상품과 정보의 홍수 속에 살고 있다. 벌꿀산업도 소비자 트렌드에 맞는 다양한 기능성 제품을 개발하거나 품질을 고급화 하는 생산전략과 제품별·세대별 소비자 수요에 맞게 생산하는 수급전략 또한 필요하다. 아울러, 지속적인 산업으로 유지하기 위한 계획적인 밀원수 확보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뉴질랜드의 마누카 꿀은 뉴질랜드 대학의 항균성과 항산화 기능에 대한 지속적 연구와 엄격한 품질기준 설정 및 생산관리로 세계적으로 수출되고 있으며 국내 소비자들에게도 호평을 받고 있다.

국내에서 채밀되는 특수밀원(밤, 떼죽, 헛개나무 등)꿀의 항균성과 항산화 기능 등 성분의 함유 수준에 대한 연구와 더불어 엄격한 품질 및 생산기준 등을 설정한다면 차별화된 꿀 시장 개척도 가능할 것이다.

다행히 지난해부터 국내산 벌꿀의 등급제 시행을 위한 시범사업이 진행 중이다. 빠른 시일 내에 벌꿀도 다른 축산물과 같이 등급제가 정착되어 벌꿀 품질기준 설정, 투명한 생산관리 및 유통체계 구축으로 소비자 신뢰도 제고와 더불어 시장개방에 대비한 산업경쟁력 강화의 기틀을 다지는 단초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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